[딥폴리시] 현대차 불법체류 단속이 드러낸 미국 반도체 인력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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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확장 속도와 달리 숙련 인력 확보가 뒤처진 제조 현장 아시아 기술자 의존이 드러낸 인력 양성 체계의 취약성 대만 기술훈련 협력 및 교육 기반 재정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확장 정책이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과 관련 인프라에 2,000억 달러(약 293조7,000억원)를 투입했지만, 2030년까지 필요한 숙련 인력이 16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 종사자는 33만8,000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신규 공장을 설치·시운전 단계로 옮기기엔 기반이 미흡하다.
이 문제는 2025년 9월 조지아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실시된 대규모 단속을 통해 선명해졌다. 당시 약 475명이 체포됐으며, 상당수는 한국 본사와 협력업체가 단기 비자나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파견한 기술 인력이었다. 이들은 장비 설치와 초기 조정을 담당해 온 핵심 인력이었고, 미국 내에 부재한 기술 교육 기능을 사실상 대신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비자 제도는 산업 현장의 수요와 맞물리지 않아 아시아 기업들로 하여금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인력 운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단절된 인력 양성 체계와 누적된 취약성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2,800억 달러(약 4,115조8,000억원)를 배정했고, 이 중 500억 달러(약 734조2,000억원) 이상을 생산 시설과 관련 기반 확충에 투입하고 있다. 세액공제를 포함한 기업 지원 규모도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아리조나·뉴욕·텍사스·아이다호에서 대형 공장이 잇따라 착공됐고, 약 9만 3,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4만 3,000개의 상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일자리 하나당 공공 비용은 약 18만 5,000달러(약 2억7,200만원)다. 그럼에도 주요 프로젝트는 숙련 기술자 부족으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인력 공백은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변화가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다. 미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1990년 약 17%에서 현재 8%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형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생산 공정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에는 설계·브랜딩·재무와 같은 사무직만 남았다. 이에 따라 직업학교와 지역 전문대학의 기반이 약해졌고, 생산 현장을 운영하는 직무는 뚜렷한 진로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 결과 산업은 안정적인 기술 인력 공급망을 상실했다.
이 환경에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아시아 기업들은 기술 인력풀이 얇고, 지역별 교육기관이 분산돼 있어 통합된 훈련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먼저 체감한다. 미국 반도체 고용은 약 30만 명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16만 명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은 중간 기술직 중심의 인력 부족이 심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주: 항목(X축), 인원수(Y축)/2024년 현 인력, 2030년 추가 필요 인력
아시아 기업들이 ‘비자 우회’를 선택하는 구조적 이유
조지아 현대차 공장에서의 단속은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내 인력 공백을 메우는 방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조사 결과, 단기 비자나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투입된 한국 기술 인력이 핵심 공정을 담당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이 기술자들은 투입 즉시 장비 설치와 초기 조정이 가능한 인력이었고, 현지 관계자들은 이들이 없으면 공정이 수개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기업들은 40억~70억 달러(약 5조8,740억~10조2,795억원) 규모의 공장을 계획 일정에 맞춰 가동하기 위해 미국 내 미흡한 훈련 체계를 기다릴 수 없다. 따라서 즉시 투입이 가능한 기술자를 단기 순환 파견하고, 현지 인력을 단계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 선택된다. 그러나 미국의 비자 제도는 대형 설치 프로젝트의 인력 운용 방식과 맞지 않으며,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단속 강도가 달라져 프로젝트 자체가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미국 정부는 투자와 고용 확대를 강조하지만, 인력 양성 기반은 충분히 복원되지 않았다. 아시아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규제를 요구하지만, 미국 비자 체계는 현장 운영 방식과 정합성이 떨어진다. 지역사회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지만, 초기 공정에서는 외국 기술자 의존도가 높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 간극을 조정해야 할 핵심 요소는 결국 미국의 반도체 인력 양성이다.
대만과의 기술훈련 체계를 포함한 새로운 협력 구상
미국은 이러한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만과의 협력 범위를 투자 중심에서 기술훈련 중심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 기업, 특히 TSMC는 미국 내 설비 투자와 함께 일정 규모의 현지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는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기술훈련을 의무화하는 협력 모델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 구상은 실행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 대만뿐 아니라 한국·일본·유럽 역시 2030년까지 반도체 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해외 기술자를 장기간 파견하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단기 현장 교육과 미국 내 장기 교육과정을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역 전문대학, 대학, 직업훈련 기관이 실제 생산 공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공공 재원은 교육시설과 장비, 실습 인력 확보에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는 구조가 이에 해당한다.
이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협정에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일정 기간 안에 양성해야 할 기술 인력 규모, 현지 교육 인력 확보 계획, 파견 기술자가 철수하기 전까지 전환해야 할 정규직 인력 수 등이 대표적인 기준이다. 또한 반도체 기술 교육을 위한 비자 분류를 신설해 파견 기간·역할·보고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돼야 인력 양성은 산업 정책의 부속 요소를 넘어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주: 인원수(X축), 추가 필요 인력(Y축)/기술 인력, 엔지니어, 컴퓨팅 전문 인력
단속 강화 환경 속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인력 기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산업 정책의 기조는 더 분명해졌다. 정부는 리쇼어링과 보조금 발표 등을 통해 제조업 확대를 강조하는 한편,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대상으로 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초기 공정에서 외국 기술자 투입이 불가피한 현실이 반복적인 문제로 지적되면,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을 규제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지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인력 양성과 비자 체계가 정비되면 기업들은 임시적 우회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 협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교육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고등학교는 기술 기반 직종을 명확한 진로로 안내해야 하고, 지역 전문대학은 반도체 장비 운영과 공정 유지에 필요한 핵심 분야 중심으로 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 대학은 팹 운영과 직결되는 응용 공정·장비 관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사들이 최신 공정을 익히고 교육 시설이 실제 생산 흐름에 가까워질수록, 산업이 요구하는 기술 인력과 교육 체계 간의 간극도 줄어든다.
제도적 기반 정비 또한 필수적이다. 교육 예산은 형식적 규모보다 실질적 훈련 성과를 기준으로 배분돼야 하며, 일정 수준의 현장 실습을 마친 교육생이 산업 전반에서 인정받는 자격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동·보육·언어 지원 등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생산 현장에 유입되는 노동자의 조건이 다양한 만큼, 인력 양성 체계는 실제 근로자의 여건을 반영해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aching the Factory: U.S. Semiconductor Workforce Training After the Hyundai Raid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