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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고령화는 빠른데 생산성은 제자리, 성장 여력 잃어가는 지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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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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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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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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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속 속 생산성 정체로 흔들리는 신흥 유럽 성장 기반
이민이나 청년층 의존만으로는 부족, 생산성 유지 능력이 핵심 변수
정책 초점을 생산성 강화로 전환해야 할 시점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흥 유럽 경제권은 예상보다 빠른 고령화로 성장 둔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2024~2050년 동안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이 지역의 1인당 GDP 연평균 성장률은 0.36%p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 축소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고, 국가 재정도 연금과 의료 지출에 우선 배분되며, 기술 도입과 혁신 투자는 후순위로 밀린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은 이미 경제지표에서도 나타난다. EU는 2023년에 고용이 유지됐지만 노동생산성이 하락했고, 일본은 근로 연령층 두 명당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하는 수준에 이르며 생산성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고령화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흐름은 성장 기반이 충분히 구축되기 전에 고령화 압력이 먼저 커지는 신흥 유럽에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반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처럼 인구 구조가 젊은 지역은 고령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성장 잠재력이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층이 노동시장과 기술 습득 기회로 얼마나 원활하게 이동하느냐에 따라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지역별 장기 전망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고령화와 생산성의 연결고리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변화에 머물지 않고 경제의 생산성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30개 주를 30년간 분석한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비중이 10%p 증가할 경우 1인당 GDP가 5.5% 감소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생산성 둔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과 기업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 첨단기술 투자 비중이 줄고 건강 문제로 인한 근로 효율도 낮아진다. 자본 역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생산성이 낮은 산업 구조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유럽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인다. 2023년 노동생산성은 고용이 유지된 상황에서도 하락했다. 고령화가 생산성 약화를 통해 성장률 전체에 부담을 주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가 자동화를 자극해 생산성 하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 숙련 인력, 디지털 역량, 기술 통합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이 부족할 경우 자동화 압력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유럽은 정보통신기술과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더 확대됐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지역 경제성장 기여도
주: 2000~2023년EBRD지역의 1인당 성장 대부분은 생산성 향상이 이끌었고, 인구 구조 변화의 기여는 제한적이었다. 향후 정책의 우선순위도 생산성 제고에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민에 의존한 성장의 한계

싱가포르는 주변국 인력을 적극 활용해 노동력 부족을 완화해 온 대표적 사례다. 2023년 주민 출산율이 0.97까지 떨어졌지만,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인접국에서 유입되는 노동력이 경제 활동을 뒷받침했다. 2024년 6월 기준 비거주 인구는 186만 명에 이르며, 말레이시아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인력만 3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조호르와의 경제특구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력 보완이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23년 싱가포르의 근로 시간당 실질 부가가치는 2.4% 감소해 전년에 이어 하락했다. 노동력 유입 규모가 커도 생산성 정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동유럽의 상황은 더 제약적이다. 인접국에서 매일 통근할 수 있는 대규모 노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젊고 숙련된 인력이 서유럽으로 이동해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1990년 이후 EU에서 해외 이주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 결과 출산율 감소, 인구 유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의 노년부양비는 이미 서유럽 수준에 근접했다. EU 전체에서도 근로 연령층 대비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생산성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다.

EBRD 지역의 1인당 성장률을 약화시키는 인구구조
주: 2024~2050년 동안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EBRD 지역 국가들의 1인당 성장률은 연간 약 0.3~0.4%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이민 유입만으로는 성장 둔화를 보완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구 구조가 제공하는 기회와 한계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다른 지역보다 청년층 비중이 높다. 이 구조는 향후 성장 여력을 넓힐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중앙아시아는 2050년까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가 늘면서 연 0.1%p 정도의 성장 요인을 확보할 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도 충분한 일자리가 뒷받침될 경우 연 0.37%p 수준의 성장 여력이 생긴다. 특히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르다. 생산가능인구는 2024년 8억8,300만 명에서 2050년 16억 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구 구조가 유리하다고 해서 성장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마친 청년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고, 기업이 이를 흡수할 역량을 갖추어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 현재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는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기업의 규모와 자금 조달 능력도 제한적이다.

중앙아시아도 비슷하다. 일부 국가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이고 14세 이하 비중도 높아 노동력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출산율 하락과 청년층 해외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러한 이점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교육 단계에서 쌓은 역량이 실제 일자리에서 활용되고, 기업이 숙련노동을 받아들일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인구 구조가 유리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으며, 교육·훈련·기업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인구 구조의 이점을 실제 경제 성과로 전환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의 생산성 대응 전략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책은 명확한 방향을 요구한다. 첫 번째로 고령 근로자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안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와 안전한 근무 환경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다.

둘째로 기술 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 유럽의 생산성이 정체된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 확산의 지연과 무형자산 투자 부족이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인력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제도적 장벽을 낮추며, 주요 공공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핵심은 기술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셋째로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인력 이동성과 기술 역량을 함께 높여야 한다. 싱가포르–조호르 모델처럼 도시와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도 교육과 훈련을 공동으로 운영해 기업의 인력 확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전략은 각 지역의 인구 구조와 맞아야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는 평생학습과 재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청년층이 많은 국가는 기초학력과 중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산업 수요에 맞는 이공계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양이 아니라 실제 성과이며, 이를 위해 검증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은 생산성 약화를 먼저 겪고, 인구가 젊은 지역도 제도적 기반이 약하면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다. 결국 각 지역의 미래는 생산성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 근로자의 근무 가능 기간을 넓히고, 기술 도입을 가속하며, 인력 이동과 교육 구조를 성장 전략과 정합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 갖춰질 때 서로 다른 인구 구조를 가진 지역들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etting Old Before Getting Rich: Why “Aging and Productivity” Will Reshape Education and Growt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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