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출처까지 깐깐하게 본다" 정부,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로 내국인 역차별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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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공포 체류자격·주소 신고 내용 추가 투기 차단·공평과세 기반 마련 기대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신고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내년 2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주택을 취득하는 외국인은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증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거래신고 시 체류자격과 183일 이상 거주 여부도 공개해야 한다. 외국인이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들여와 투기성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외국인, 주택 매수 시 체류자격·주소 여부 등 신고 내용 확대
9일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거래신고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내년 2월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외국인의 주택 투기 방지와 공평한 세금 추징을 위해 거래 신고 조사와 자금 조달 검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로, 매수인이 외국인인 경우 거래 신고 내용에 '체류자격'과 '주소 및 183일 이상 거소 여부'를 추가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무자격 임대업이나 탈세 등 부동산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위탁관리인 신고의 적정성도 보다 정밀하게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허구역 내 주택 거래 시에는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증서류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때 자금조달계획서에는 해외 차입금 또는 예금 조달액 및 해외 금융기관명 등 해외자금 조달 내역과 보증금 승계 여부, 사업목적 대출 등 국내 자금 조달 내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자금 출처를 보다 세밀하게 확인함으로써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거래 조사와 공평 과세를 위한 세금 추징이 한층 신속하고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지난 8월 발표된 외국인 토허구역 지정의 후속 조치다. 앞서 국토부는 외국인들의 투기성 주택 매수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외국인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서울은 전역이 포함됐고, 경기도는 양주시·이천시·의정부시·동두천시·양평군·여주시·가평군·연천군을 제외한 23개 시군, 인천시는 동구·강화군·옹진군을 뺀 7개 자치구가 토허구역으로 묶였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26일부터 이 지역 내에서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용 주택을 거래하는 외국인에게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외국인 ‘강남 부동산 쇼핑’ 천태만상
이번 조치는 외국인의 국내 주택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거나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를 보다 정밀하게 걸러내기 위해 마련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이 국내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해외 자금을 활용해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장 교란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개인 정보나 주택 보유 실태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취득세 및 다주택 규제에서 훨씬 벗어난다.
지난 3월 1988년생 중국인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사들였는데, 자금 조달 계획서에 ‘전액을 외국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고 적었다. 압구정이나 잠실 등 강남권 알짜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여 ‘장기 투자’하는 중국인도 늘었다. 한 외국인 전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은 자국 은행이나 부모 도움을 받았는지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우리 국민보다 부동산 사기가 훨씬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이렇듯 이미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은 중국 ‘큰손’이 주요 고객이 된 지 오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외국인 소유권 이전 자료 보면, 국내에서 아파트, 빌라, 상가, 토지 등 부동산을 소유한 중국인은 2020년 5만4,320명에서 지난달 4월 9만6,955명으로 5년 만에 78.5% 급증했다.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도 같은 기간 35.5%에서 41.6%로 뛰었다. 특히 중국인 열 명 중 일곱 명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2020년 3만8,419명이 수도권 부동산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79.1% 늘어 6만8,819명이 됐다. 최근엔 차이나타운이 있는 금천구나 영등포구 외에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싼 서울 강남 지역 매수도 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중국계 자금이 아파트를 현금 매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중국인 20명이 각각 1억원씩을 내고 자금을 모아 1명이 20억원에 아파트를 매수하고, 그걸 월세로 내놨다가 나중에 처분할 때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서울 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재개발, 재건축 예정지 매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한국 부동산 가격을 과열시키는 주요 원인이지만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했다.

중국인 집주인 84억 ‘먹튀’ 논란도
이는 국내 수요자들의 불만 폭증으로 이어졌다. 내국인이 복잡한 절차를 지키고 각종 규제를 적용받아 부동산을 사는 것과 달리 중국인들은 자유롭게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어 ‘역차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 간 토지 거래 분야에서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중국 내 토지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매입할 수 없고, 주택을 사려 해도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반면,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살 때 적용받는 규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에 있는 지인이나 법인에서 돈을 빌려 저자본으로 국내 부동산을 사는 경우 국내 규제 당국이 출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게 다주택자 규정을 적용하려 해도 가구원 파악이 안 돼 세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로 임대 사업을 하면서 세금 탈루 우려도 크다. 몇 년 전 유학 비자로 입국한 30대 중국인이 아파트 8채를 소유해 놓고 신고 없이 전·월세 수입을 챙긴 일이 적발되기도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강화된 세금 규제로 부담이 커진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도 꾸준히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는 103건, 피해 금액은 24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HUG가 대신 갚은 사례는 67건, 금액은 160억원이었지만, HUG가 올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들로부터 회수한 채권은 약 2%인 3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HUG에 대위변제금을 상환하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 채무자는 43명으로, 이 중 중국인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인 임대인들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채권만 84억5,000만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