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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일자리 편중이 만든 성장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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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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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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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집중이 일자리 지도를 재편하는 구조
고용 기반의 누적 효과가 지역 격차를 확대
예산·사업 기능·교육 연계의 지역 이동이 해법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의 50.7%가 거주하며 GDP의 약 53%가 집중돼 있다. 국토의 8분의 1에서 절반이 넘는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집중 현상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페루의 리마 광역권도 전국 GDP의 약 44%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20년 통계 역시 대도시로의 집중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수도권 대도시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구와 고용이 꾸준히 증가한 반면, 비수도 지역은 생산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일자리가 줄었다. 국가별 상황이 다르더라도 경제 활동이 특정 대도시에 응집되는 패턴은 넓은 지역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집중의 배경에는 핵심 일자리와 제도가 한 도시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구조에 있다. 따라서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성 논의만으로는 부족하며, 각 지역이 고용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이 만든 구조적 격차

도시 과집중을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의 생산력보다 일자리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가이다. EU 광역도시 데이터를 보면 2001~2021년 동안 수도권은 생산성과 고용을 동시에 확대했다. 반면 수도권 밖 지역은 생산성이 높아졌음에도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 총소득이 감소했고 지역 경제의 기반도 약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국가에서 반복된다. 한국 수도권은 GDP의 약 53%를 차지하고, 일본 도시권은 전국 GDP의 약 75%를 생산한다. 중남미에서도 집중도가 두드러진다. 멕시코시티는 전국 GDP의 약 18%, 리마는 44%를 담당한다. 기업 의사결정과 공공 행정, 교육·연구 같은 핵심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기 시작하면 인력과 기회도 함께 이동하고, 이 흐름은 다시 성장과 고용을 강화하는 순환 구조로 고착된다.

2001~2021년 EU 지역 유형별 산업별 고용 구조 변화
주: 수도권은 고부가 서비스가 집중되고 비도시 지역은 공공서비스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며, 이러한 구도는 생산성 차이보다 산업 집적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국가별 흐름

유럽의 최근 분석은 수도권 중심 구조가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수도권의 생산성 향상 폭은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고용은 늘지 않아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EU 자료에 따르면 생산성 개선은 업종 이동보다 기존 업종 내부의 효율 상승에 가깝다. 반면 수도권은 이런 개선에 더해 일자리까지 확대됐다. 소비 기반과 정책 자원이 한곳에 집중될수록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수도권 집중은 구조적으로 굳어진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정부가 일부 기관을 교토로 옮겼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도쿄의 금융과 연구 기반, 전문 인력 구조가 견고해 경제 활동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다. 재택근무 확산에도 수도권 집중 흐름은 약해지지 않았다.

중남미에서는 정치·경제적 요인이 더해져 집중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멕시코시티는 정부·금융·언론의 기능이 모이면서 경제의 주요 결정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으며, 리마는 국가 물류와 서비스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주변 지역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브라질은 제조업 일부가 분산됐지만 금융과 전문 서비스는 여전히 대도시가 주도한다. 결국 지역의 생산력보다 의사결정과 예산권이 어느 도시에 배치돼 있는지가 고용과 성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2001~2021년 EU 수도권과 기타 도시의 노동생산성 변화
주: 생산성 향상은 수도권에서 두드러졌지만, 비수도권에서도 꾸준히 개선됐다. 지역 간 격차를 만든 요인은 역량보다 인력 규모와 채용의 차이에 더 가깝다.

지역 고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과제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고용이 실제로 발생하는 구조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 기관의 건물만 옮겨서는 채용이 따라가지 않는다. 조달, 보조금 배분, 인턴십 운영처럼 실제 인력을 배치하고 업무를 결정하는 기능이 함께 이동해야 지역에서 고용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 산업별 예산과 사업 기능을 중규모 도시나 대학 도시로 이전하고, 그 지역에서 일정 수준의 고용을 확보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교육·훈련 체계도 이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수도권은 대학과 연구시설, 기업이 한곳에 모여 있어 교육과 취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역에서도 유급 실습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늘리고, 기업과 함께 지역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단기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내 취업률을 성과 기준으로 삼아 예산과 연동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신입 인력이 지방에서 경력을 시작할 때 느끼는 부담도 줄여야 한다. 선택지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첫 직장의 영향력이 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이동 가능한 소득 지원, 이주·육아 지원을 제공하고, 공공 조달 심사에서 지방에서 수행한 업무 비중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기업이 도시별 고용·임금 자료를 공개하면 지방정부가 근거를 갖고 기업과 협상할 수 있다.

교통과 디지털 인프라도 지역 고용 기반을 좌우한다. 수도권의 강점은 다양한 일자리와 기관에 짧은 시간 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간 이동 시간을 1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철도망은 흩어진 노동시장을 하나의 시장처럼 연결한다. 또한 지역 대학에 데이터·컴퓨팅 기반을 구축하면 지방에서도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기업의 활동과 고용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사람들이 수도권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회가 많아서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고용 기반과 안전망이 갖춰지면 선택 역시 분산될 수 있다.

교육 분야가 맡아야 할 역할

교육기관은 지역의 고용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의 교육·채용 경로는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서 배출된 인력이 다시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반대로 실습과 현장 경험을 지역에서 제공하면 교육과 고용이 같은 공간에서 이어지고, 지역 정착률도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지역 기업과 연계한 현장 중심 과제와 실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일정 기간의 현장 체류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방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해 공공건물 개보수나 지역 공급망 개선 등 실제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졸업 후 1년과 3년 시점의 근무 지역·업종·임금 수준을 공개하면 지역 고용 성과가 명확해지고 지방정부도 정원 확대나 자원 확보 근거를 갖게 된다.

행정 측면에서는 지방의 직장인이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2~3일 집중 수업 방식이나 누적형 자격 제도 같은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 연구비 지원에 지역 고용 요건을 포함시키면 교육과 연구 활동이 지역 경제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교육과 고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지방에서는 이 연결 구조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지역에서 필요한 직종을 일정 규모 확보하고, 초기 경력자를 위해 소득·주거 지원 제도를 마련해 지역 선택 부담을 줄여야 한다. 공공 조달에서는 수도권 의존도를 낮추는 기준을 마련하고, 대형 공공사업의 기획과 운영을 지정된 지역에서 수행하도록 하면 고용과 예산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다. 지역의 수요에 맞춰 대학 입학정원의 일부를 지역 협의체가 조정하도록 하면 교육과 고용이 같은 지역에서 순환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일자리 이동이 만드는 변화

대도시 집중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산물이다. 유럽, 일본, 중남미 사례는 어디에서 결정이 이뤄지고 예산이 집행되는가가 지역 격차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완화하려면 예산과 사업 기능, 교육 정원을 생활권 도시로 옮겨 지역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키워야 한다. 대학은 교육과 실습을 지역 산업과 연계하고, 행정 조직은 지역별 성과를 공개하며, 정책 담당자는 고용 집중을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 흐름이 함께 작동하면 지역 노동시장은 두터워지고 생산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변화의 출발점은 결국 일자리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에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obs, Not Productivity: How urban over-centralization broke the geography of wor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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