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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러시아와 동맹 강화, 물류 인프라 넘어 소비재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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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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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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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러, 냉전시대부터 60년 넘게 동맹 관계 이어와
에너지·방산 넘어 쇄빙선 공동 개발로 협력 확대
美와의 관세 협상에도 속도전, 연내 마무리할 듯
지난 5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 발표 현장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러시아 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인도를 압박하는 가운데, 인도는 냉전시대부터 이어온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두 나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는 군사·에너지 중심의 협력을 넘어 물류 인프라 구축부터 노동력·소비재 수출까지 경제·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특히 인도는 미·러 관계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국가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속도를 내면서 외교·통상 전략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美 추가 제재 속 푸틴·모디 정상회담

10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 뉴델리를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석유·원자력 등 에너지 부문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인 2021년 12월 이후 4년 만으로, 이날 모디 총리는 이례적으로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나가 전용기에서 내린 푸틴을 직접 영접했다.

이번 회담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을 이유로 올해 8월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국산 제품에 50%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지난 5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푸틴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성장하는 인도 경제에 맞춰 연료를 중단 없이 운송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모디 총리는 “인도와 러시아의 우정은 북극성과 같다”며 “에너지 안보는 우리 파트너십의 든든한 기둥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윈윈(win-win)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군사 협력 방안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임차해 2028년 인수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첨단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 S-400 추가 공급, 수호이(Su)-57 전투기 공동 생산 등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인도 주요 방산기업 임원들이 러시아를 방문해 미코얀 미그-29 전투기를 비롯해 러시아산 방공·무기체계 부품 등을 제조하기 위한 생산시설을 인도에 설립하겠다는 러시아 측 제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두 나라가 우호 관계를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련은 1960년대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이후 인도가 중국·파키스탄 등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외교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미국이 핵실험을 계기로 인도에 제재를 가하자, 양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이 같은 협력은 에너지와 방산 분야로 확대됐다. 1960년대 이후 소련은 인도에 국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공급했고, 수십 년간 무기와 대규모 대출도 제공했다.

인도·러시아, '수평적 협력'으로 진화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맞물리면서 인도와 러시아 관계가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무기와 에너지에 집중됐던 수직적 협력에서 벗어나 경제·산업 전반으로 확장된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도는 러시아산 에너지와 자원을 대량 수입할 때 루피 결제를 선호하는데, 러시아가 달러 결제망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국제적 활용도가 낮은 루피가 러시아 내에 쌓이는 제약이 생겼다. 이 같은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양국이 군사 협력보다 공동의 경제 기반 구축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조선업과 물류 협력이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양국 조선업계가 쇄빙선을 공동 설계하고 인도 현지 생산 가능성까지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 선원이 북극 해역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항해 훈련과 운항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협력은 선박 제작을 넘어 북극해 연안을 따라 극동과 유럽을 잇는 해상 교역의 축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기존 북유럽–대서양–지중해 항로가 제한된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북극항로를 새로운 경제 회랑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노동력 이동 협정 역시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이다. 러시아는 전쟁과 인구 감소로 산업 전반에서 노동력이 부족한데, 인도는 대규모 청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양국 간 일부 노동력 이동이 존재해 왔지만, 이번 합의는 이를 제도화해 규모를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재 교역도 확대한다. 근래 들어 인도산 산업재와 소비재가 러시아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특히 기계·부품, 의약품, 향신료, 차, 커피, 가공식품, 의류 등 인도산 제품이 러시아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검역·인증 문제가 해결될 경우 농산물과 수산물 수출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 관세 협상 중에도 견조한 성장세

다만 인도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미국과도 올해 연말까지 1단계 관세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부터 국가별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더해 총 50%의 관세를 인도에 부과하고 있다. 관세율 50%는 미국이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세율 중 최고 수준이다. 이 여파로 지난달 인도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416억8,000만 달러(약 61조2,000억원)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무역대표단장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총괄하는 라제시 아그라왈 인도 상공부 차관은 "아직 무역적자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인도는 광범위한 협정으로 상호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양국은 올해 가을까지 1단계 협정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무역 정책 변화로 일정이 미뤄졌다"며 "현재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쟁점 대부분이 정리됐고, 잔여 쟁점은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인도 경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2%로 2분기 성장률(7.8%)을 뛰어넘었다. GDP의 6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급증한 데다, 제조업이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한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산하 글로벌투자위원회(GIC)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5년 5.9%, 2026년 6.4%으로 추산된다"며 "올해와 내년 모두 강력한 성장세 보이며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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