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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민족주의가 키운 보이지 않는 청구서, 일본·중국 교역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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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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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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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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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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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투자·공급망 깊을수록 정치 리스크, 비용으로 직행
핵심 원자재·장비 통제, 생산과 투자 불확실성 확대
해법은 탈동조화가 아닌 예측 가능한 탈위험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민족주의 정치가 기업 활동 전반의 비용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양국 교역 규모는 2,926억 달러(약 401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와 화학소재, 수산물과 관광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수출 통제와 여행 자제, 수입 금지가 동시에 작동하며 비용 압박이 겹친다. 이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 운영과 투자 계획, 인력 배치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업의 의사결정을 제약한다. 그 여파는 고용과 소비,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교역과 투자로 엮인 깊은 연결망

일본과 중국의 교역 관계는 단기간에 끊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져 있다. 2024년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국이었고, 일본은 중국의 상위 3대 교역 파트너였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화학제품·기계부품을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통신기기·컴퓨터·의류·부품을 일본에 수출한다. 중간재와 완제품이 촘촘히 맞물린 구조다. 이 때문에 한쪽의 정책 변화는 곧바로 물류 지연과 가격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 연결성은 투자 지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23년 말 기준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거점은 3만1,060곳에 달했다. ‘탈위험화(de-risking)’ 전략이 확산되고 있지만, 시장 규모와 공급망 깊이, 기존 투자 자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적 발언이 거칠어질수록 기업은 수출입 허가 대응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 이어 계약 조건을 다시 조정하고, 공급 차질에 대비해 재고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역과 투자가 깊이 얽힌 만큼 정치적 긴장은 지연과 불확실성의 형태로 곧바로 비용 압박으로 전환된다.

2024년 일본·중국 교역 구조
주: 2024년 일본의 대중(對中) 교역은 총 2,917억 달러(약 406조원) 규모로, 수입 비중이 22.5%로 더 높아 정치적 긴장 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다.

핵심 원자재·장비 통제가 키운 생산 리스크

이 비용 압박은 핵심 투입재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2023년 10월 중국은 전기차(EV)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한국·미국·일본이 주요 대상이었다. 갈륨(Gallium·Ga)과 게르마늄(Germanium·Ge) 등 화합물 반도체 필수 광물도 같은 경로에 놓였다.

이후 물량이 일부 회복됐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허가 지연과 중단 가능성을 상시 리스크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체가 어렵고 조달 전환에 시간이 걸리는 광물일수록 생산 차질 위험은 커진다.

반도체 장비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3년 3월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 23종의 수출을 제한했다. 국가명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즉각 선구매에 나섰다. 2024년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470억 달러(약 64조원)였고, 이 중 일본산은 143억 달러(약 19조원)로 약 30%를 차지했다. 통제는 주문의 시기와 규모를 흔들며 변동성을 키웠다. 그 결과 투자 효율은 낮아지고,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대기 비용’이 일본·중국 비즈니스 비용으로 쌓이고 있다.

관광과 수산물, 정치 신호에 가장 빠른 반응

정치 신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서비스 부문이다. 2024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98만 명이었다. 이들이 쓴 돈은 111억4,000만 달러(약 15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전체 방일 관광 지출 522억9,000만 달러(약 71조7,000억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숙박·유통·교통·외식업 전반에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컸던 만큼, 정치 변수는 곧바로 매출 변동으로 나타났다.

정책 신호가 나오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025년 11월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자 예약이 빠르게 줄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단기 관광 손실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추산했다.

수산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2023년 중국의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이후, 2025년 중반 일부 해제와 중단이 되풀이됐다. 가리비 등 주력 품목은 서류·검사·재등록 비용이 늘었고, 판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중소 가공업체의 부담이 커졌다. 정치 변수는 가장 취약한 산업부터 비용 압박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일본 관광지출 구성: 중국인 방문객 비중(2024)
주: 2024년 외국인 관광지출은 약 518억 달러(약 81조원)이며, 중국인 방문객 지출은 약 108억 달러(약 17조원)로 전체의 약 21%를 차지했다.

탈동조화가 아닌 관리된 탈위험화

이 지점에서 정책의 초점은 분명해진다. 핵심은 단절이 아니라 비용 관리다. 일본은 흑연, 희토류 자석, 화합물 반도체 웨이퍼 등 소수 핵심 품목에 대해 동맹국 내 대체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축과 이중 조달을, 중기적으로는 가공·정제 능력 분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지원은 무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수급 데이터와 납기 기준에 연동돼야 하며, 실제 리스크 완화로 이어질 때만 효과가 난다.

중국의 역할도 명확하다. 수출 허가와 여행 경고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행정 절차로 관리돼야 한다. 기준과 적용 범위, 일정이 분명해질수록 시장의 과잉 반응은 줄어든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불필요한 재고와 대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비용 안정으로 이어진다.

양국이 공동으로 교역·투자·관광·교육 흐름을 담은 분기별 대시보드를 공개하는 방안도 실효적이다. 각국이 이미 보유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공유해 정책 변화의 영향을 가시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관광·식품·산업 투입재 분야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기준 충족 시 자동 복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안보는 유지하되 상업의 불확실성은 관리하는 접근이다.

2,926억 달러(약 401조원) 규모의 교역은 감정적 대응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족주의의 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과 가계가 떠안게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ounting the Japan-China Business Costs of Nationalist Politic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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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