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샹산 포럼, 중국식 규칙이 설계되는 새로운 안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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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회의에서 정책 실험실로 변한 샹산 포럼 위상 군사력·재정 기여·금융 네트워크가 결합된 중국 외교 구조 글로벌 사우스 확장 속 교육 정책 요구, 새로운 거버넌스 읽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 포럼(Xiangshan Forum)에 100개국 이상에서 1,800명이 넘는 인사가 모였다. 규모부터 기존 안보 회의와는 결이 달랐다. 이 행사는 유엔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가 아니다. 군사·안보 회의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세계 정치의 규칙과 질서를 논의하는 공간으로 성격이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이 포럼을 통해 지난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를 예고하며, 서방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선진국 중심 국제질서에 속하지 않은 신흥국·개도국 국가군)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네트워크를 빠르게 넓혀왔다.
참석자 수 자체가 곧바로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름과 방향성을 읽기에는 충분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샹산 포럼은 이제 중국이 구상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샹산 포럼, 중국 정책 설계의 실험 공간
샹산 포럼의 역할은 토론 중심의 안보 회의에서 정책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2025년 9월 중국이 외교·안보 메시지를 단계적으로 배치한 결과다.
9월 1일 시진핑 주석은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SCO) ‘SCO+’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lobal Governance Initiative, GGI)를 공식 발표하며 “더 공정하고 평등한 질서”를 핵심 메시지로 제시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글로벌 개발·안보·문명 이니셔티브와 연결되며, 개별 구상이 아닌 하나의 정책 묶음으로 정리됐다.
이후 메시지는 샹산 포럼에서 구체화됐다. 2주 뒤 열린 포럼에서 동쥔(Dong Jun) 국방부장은 30분 분량의 기조연설을 통해 사이버, 우주, 인공지능(AI), 해상 항로 등 신흥 영역의 규칙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이는 2024년 발언보다 세 배 길어진 것으로,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규칙 논의의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가 읽힌다.
선언은 SCO에서, 설명은 샹산에서, 실행은 클럽과 금융기구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배치는 샹산 포럼을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정책을 시험하고 조정하는 실험 공간으로 성격 규정하게 만든다.

주: 미국과 중국이 유엔 평화유지 분담금의 대부분을 부담하며, 중국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통해 재정 기여를 제도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위치에 있다.
군사·재정 역량 위에 구축된 외교 신호
샹산 포럼에서 제시되는 정책 설계는 중국의 군사·재정 역량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외교 메시지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2025년 중국의 공식 국방 예산은 약 1조7,800억 위안(약 2,460억 달러·약 332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7% 안팎이며, 이러한 확장 기조는 7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예산 증가는 함정, 항공기, 미사일 전력과 정기 훈련 같은 가시적 군사 활동으로 연결되며, 중국이 제시하는 안보 발언의 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정 기여를 통한 제도적 영향력도 함께 작동한다. 중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두 번째로 큰 분담국으로, 2024~2025년 평가 분담금의 18.69%를 부담하고 있다. 군사력과 재정 기여는 회의장 안팎에서 발언권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샹산 포럼의 성격도 달라진다. 외교 메시지가 실행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되는 신호 발신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이 포럼이 갖는 무게는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올라섰다.

주: 미국과 중국이 유엔 평화유지 분담금의 대부분을 부담하며, 중국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통해 재정 기여를 제도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위치에 있다.
글로벌 사우스를 관통하는 무기·클럽·금융 연결망
중국의 군사·재정 역량은 글로벌 사우스를 잇는 무기·클럽·금융의 연결망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샹산 포럼의 또 다른 힘은 선언이 아닌 거래와 제도로 구축된 네트워크에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에 따르면 중국은 2019~2023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최대 무기 공급국으로, 주요 무기 수출 점유율이 19%에 달했다. 이는 포럼에 참석한 다수 국가가 중국의 무기 체계와 훈련 프로그램을 이미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 협력이 포럼 이전부터 축적돼 왔다는 의미다. 여기에 클럽 전략이 더해지며 연결은 제도화됐다.
브릭스(BRICS)는 회원국을 확대하고 ‘파트너 국가’ 제도를 도입했으며, 인도네시아는 2025년 1월 정회원으로 가입해 동남아의 비중을 키웠다. 금융 측면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이 110개 승인 회원국을 확보하며 아시아를 넘어 발칸과 태평양 지역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미국 윌리엄앤메리대학교(College of William & Mary) 산하 연구기관 AidData에 따르면 중국은 2000~2023년 동안 저·중소득국에 1조2,000억 달러(약 1,620조원) 이상의 국가지원 대출과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 자금 흐름은 표준, 조달 규칙, 인력 훈련으로 이어지며 관계를 장기화한다. 샹산 포럼은 무기, 클럽, 금융으로 엮인 이 네트워크가 한자리에 모이는 안보 정책의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교육 정책, 샹산 시대의 규칙을 읽는 단계로
샹산 포럼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질서의 재편은 교육 정책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대학과 정책 교육은 샹산 포럼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와 나란히 놓고 핵심 사례로 다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국제관계·안보 교육 역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가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유엔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확산되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포럼에서 나온 발언이 어떤 제도와 규칙으로 구체화되는지를 추적하는 훈련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학생 이동과 교육 교류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2030년 전후 약 55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전 세계에는 공자학원 496개, 공자학당 757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교육 현장이 단순한 학문 교류를 넘어 언어·법·표준·안보 규칙이 결합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위험 관리의 기준도 분명해져야 한다. 저위험 교류는 확대하되, 이중용도 연구는 엄격히 관리하고 외국 자금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샹산 포럼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이미 작동하는 현실이다. 이 현실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지금 교육 정책이 마주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Dialogue to Directive: How the Xiangshan Forum Became China’s Classroom for Global Governa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