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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블록화'에 맞서는 韓 방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전사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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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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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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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술 경쟁력·조기 인도·범정부 협력 전략으로 승부수
獨, 노르웨이와 협력한 장기 패키지에 산업 연계 맞대응
EU, SAFE 기금 기반으로 유럽 내 자급 체계 공고화 나서 
한화오션의 KSS-III Batch-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최대 600억 달러(약 8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를 놓고 한국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경쟁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번 수주전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방산 산업의 위상과 신뢰도를 가늠할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 경쟁력과 빠른 인도 일정, 범정부 차원의 산업 협력 전략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진 반면, 독일은 미래 개발을 포괄하는 장기 패키지와 전 산업을 연계한 전사적 협력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韓·獨 2파전 돌입

15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과 독일을 잠수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확정하고 내년 3월 2일까지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입 물량이 8~12척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으로, 장기적인 정비·운용비를 포함해 총 6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 정부 예산의 10%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이 제안한 플랫폼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KSS-III Batch-II 잠수함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장기 잠항 능력을 최대화했다. 캐나다 측이 북극 장기 작전 능력과 비상 부상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한 만큼, 3주 내외의 장기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유리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일정이 빠르다는 점도 한국 측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계약 체결 후 6년 내 선도함 인도가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계약 체결을 가정할 경우, 2032년 첫 잠수함을 인도하고, 빅토리아급 4척이 단계적으로 퇴역하는 2035년까지 동일한 수량을 공급하는 로드맵이다. 이후에는 연 1척씩 인도해 2043년까지 총 12척의 구축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전력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캐나다 해군이 우려하는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 프로그램으로 설계·정비·미래 개발까지 포함한 40~50년 장기 패키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전사적 협력 전략도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는 이미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캐나다산 CMS-330을 도입하는 방산 교차 구매를 실행한 데 이어, 핵심 광물·에너지 협력, 현지 생산 시설 구축 등을 패키지로 묶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캐나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와 유럽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싣는 요소다.

독일이 산업 전반의 협력을 앞세우는 가운데, 한국 정부 역시 기업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화오션을 비롯해 국내 방산업체들과 협력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에너지, 우주·항공, 방위산업, 농축산물, 첨단 기술, 인프라 등 10여 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다. 캐나다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파트너 국가와 광범위한 협력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미국과 무역 전쟁 국면에서 입을 타격을 축소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희토류 등 광산, 원자로, 항만, 고속철도 등을 확장하는 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사브(SAAB)가 폴란드 해군에 인도할 A26 잠수함/사진=사브

폴란드 수주전서 스웨덴 업체에 고배

업계에서는 앞서 한국이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방산 산업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한화오션은 폴란드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탈락했다. 당시 수주전에는 세계 방산 강국들이 총출동했다. 한화오션을 비롯해 TKMS, 스웨덴 사브,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6개 업체가 참여해 경쟁했지만, 최종 파트너로는 사브가 낙점됐다.

폴란드 해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의 군사적 긴장에 대응해 해상 방위력을 강화하고자 3,000톤(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사업 규모는 100억 즐로티(약 3조8,000억원)로 유지·운영비까지 포함하면 8조원에 육박한다. 사브는 발트해의 복잡한 해저 지형에 최적화된 스텔스·저소음 설계와 함께 폴란드 방산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현지 생산을 약속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가격과 납기 면에서는 강점을 보였으나 유럽 내 공급망 구축과 산업 협력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폴란드 잠수함 사업 탈락 이후에도 양국 방산 협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에 장보고함 무상 임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현재 구소련제 잠수함 1척만 보유하고 있어 신형 잠수함 인도 전까지 5년간 전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한국의 무상 인도 제안은 폴란드의 군사력 부족 문제를 즉각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승조원 훈련 체계 재편, 기술 표준 전환 등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사한 지리적 조건도 유럽 국가에 유리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대형 방산 프로젝트 이면에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이 고배를 마신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 19개국이 공동으로 조성한 유럽안보조치(Security Action for Europe·SAFE) 기금으로 추진된다. 특히 폴란드는 이 기금에서 19개국 중 가장 많은 1,500억 유로(약 259조원)를 배정받았다. SAFE 기금을 활용하려면 전체 부품의 65%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해야 하는 조건이 적용돼, 역외 국가 무기 도입에는 정치적·제도적 부담이 따른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폴란드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5조원 규모의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해당 사업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과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가 경쟁 중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루마니아 군 당국이 한국의 레드백이 아닌 독일의 KF41 링스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일주일 뒤 루마니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재무장을 추진 중인 동유럽 국가들이 EU 내 영향력이 큰 독일의 입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보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유럽 국가 최초로 SAFE 기금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저리 대출, 보조금 등 기금을 활용해 잠수함, 전투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캐나다 역시 유럽산 무기에 대한 우대 조건이 적용되고, 유럽 방산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캐나다 내 생산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은 캐나다의 SAFE 기금 참여는 독일 TKMS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요인뿐 아니라 지리적 조건 역시 유럽 중심의 협력 구도를 강화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현재 한국과 경쟁 중인 독일은 캐나다와 함께 북극해를 주요 작전 지역으로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발트해 지형을 공유하는 스웨덴이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사례와 유사하다. 지리적·전략적 공통분모가 무기 도입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도 한국 업체가 호주의 작전 환경과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탈락 요인으로 거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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