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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급 늘린다고 집값 잡힐까, 해법은 청와대·국회·중앙부처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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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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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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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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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국토 12%에 인구 절반 몰린 기형 구조
그린벨트 해제로도 감당 불가한 수요
단순 물량 공급만으론 집값 안정 불투명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정비 사업의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만한 택지가 사실상 없자, 정비 사업 중심의 주택 공급에 힘을 싣는 모습이지만, 공급 확대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국회·중앙부처 등 국가 핵심 기능이 서울에 집중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수도권으로의 수요 쏠림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도시재정비특별법' 개정안 줄줄이 발의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도시재정비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거나 변경하려면 거쳐야 할 주민설명회를 통한 주민 공람, 지방의회 의견 청취, 공청회 개최 등 각각의 의견 수렴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도록 해 행정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현재는 각각의 의견 수렴 절차를 차례로 개최해야 한다. 폭넓은 의견 반영이 주된 취지지만 추정 분담금에 대한 이견,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 제안서에도 "도심 내 주택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의견 수렴 절차가 단계별로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앞서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사업성 제고를 위해 공원·녹지 확보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재정비특별법 개정안'에는 '재정비 촉진 계획 수립권자는 필요한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제14조에 따른 도시공원 또는 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1,000채 이상 주택 건설 사업 계획 시 1채당 3㎡ 이상 또는 땅 면적의 5% 이상 중 큰 면적을 공원·녹지로 조성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비 사업 촉진에 나서는 것은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택지 개발 방식을 통한 주택 공급은 지구 지정부터 주민 입주까지 평균 7~10년이 소요된다. 당장 집값을 안정화하고 주택을 단기간 내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전통적인 택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은 단기간 내 공급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서울시 내 정비 사업 중심의 공급 정책은 실질적인 주택 공급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규제지역 확대로 주택 공급 먹구름

업계는 최근 고강도 규제로 재건축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이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사업 효율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대상으로 단행한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해당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재건축과 재개발 매물 거래에 제약이 발생한 상태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로 집값의 최대 40%(6억원 이하)만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정 시점이 지나면 조합원 지위 양도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를 원칙적으로 넘기기 어려워져 실질적으로는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구간이 길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예외 요건인 ‘10년 보유·5년 거주’는 충족 자체가 쉽지 않아, 시장의 유동성을 낮추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정부의 대책이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히면서 재건축·재개발 현장, 특히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추가 분담금 증가 가능성에 주민들의 사업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조합원 분담금은 일반분양가에서 ‘조합원 권리 가액’을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조합원의 주택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분담금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여서 시장이 위축되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고강도 규제로 인해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단 지적이다. 특히 정비사업의 사업 속도가 둔화하면 몇 년 뒤 서울 도심의 공급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10·15 대책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침과는 상충되는 사안이긴 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도권 쏠림' 깨야 집값 잡힌다

하지만 정비사업 활성화에 따른 공급 확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게 전문가 공통 견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값 문제가 더 이상 시장이나 금융 정책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수십 년간 반복된 대책과 실패가 이를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그간 역대 정부가 추진한 세제 강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신뢰가 바닥난 지 오래다. 정권이 바뀌면 세제가 바뀐다는 것을 여러 번 학습한 사람들이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금 폭탄 담론은 전가의 보도다. 보유세를 높이는 정공법을 써야 하지만 다가올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인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감세 정책에 몰입하고 있다. 이번 10·15 대책을 둘러싼 비판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세제 개혁을 유보한 10·15 대책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강남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다. 토허제도는 실거주 목적의 거래에 대해선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규제가 거래의 형태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수요의 본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토 면적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현재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살고 있다. 이런 극단 속에서는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미 서울 내 그린벨트를 거의 다 풀고도 모자라 신도시까지 연이어 조성했지만 그럼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안에 정부에서 추가 공급계획이 나와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급책은 말 그대로 반짝 효과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해법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정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를 행정 권력 쏠림에서 찾는다.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 주요 위원회가 서울에 몰려 있는 이상 사람과 자본, 정보와 기회는 계속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이미 세계가 검증한 해법이다. 독일은 베를린 이전으로 수도 집중을 완화했고, 네덜란드는 수도(암스테르담)와 행정수도(헤이그)를 분리했다. 미국 역시 워싱턴 D.C.를 정치 중심으로 두고 경제·금융 기능은 뉴욕 등 여러 도시로 분산시켜 단일 도시에 모든 중추가 잠식되는 구조를 피했다.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또한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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