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사라지는 기초, 흔들리는 미래” 韓 대학 15곳, 中 학위인정 목록서 제외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학력 하향 추세의 장기 고착
수학·문해력, 동반 약화 구조
인재 양성 체계 연쇄 약화로

중국 교육부 산하 유학서비스센터(CSCSE)가 최근 해외 고등교육기관 인정 목록에서 국내 대학 15곳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년간 누적된 한국 고등교육의 질적 저하 문제가 외부 평가 체계에서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한국의 기초학력 저하와 수학 교육 공백 등이 국제 기준에서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 올해 들어 19개 대학 빠져

31일 교육부와 중국 현지 유학업계 등에 따르면 CSCSE는 지난 10월 말 해외 고등교육기관 인정 목록을 개정하면서 전 세계 270개 학교를 제외했다. 이 가운데 한국 대학은 국내 유일의 국립 원격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 강원대와 통합 예정인 국립강릉원주대, 국립목포대, 충북도립대 등 15곳이다. 폐교된 곳도 2곳 포함됐지만, 현재 중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대부분이어서 대학가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앞서 지난 7월 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수도권 대학인 대진대·삼육대·안양대 등 5곳이 제외된 데 이어 또다시 15곳이 빠지면서 올해 제외된 학교는 총 19곳(통합 예정 학교 1곳 제외)에 달한다. 중국 학생이 CSCSE 목록에 없는 해외 학교에서 유학할 경우 자국에서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취업, 공무원 시험 응시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CSCSE는 유학생에게 목록에서 제외된 해외 학교에서 유학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중국 교육당국은 이번 제외 조치를 내리면서 해당 대학에 명시적 사유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외국 학위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관리 차원이라는 설명만 달았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CSCSE의 조정 배경에 대해 "최근 5년간 학위 인증 처리 사례가 전혀 없었던 대학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으나, 목록에서 삭제된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왔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재 CSCSE는 인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고 있으며 유학 국가 및 학교에 대한 정기적인 재검토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가로 제외되는 학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주한 중국 대사관을 통해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인정 목록에서 제외된 학교들과 따로 의논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 역량 하향 평준화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 대학들을 공식 학력인증대학에서 제외한 배경으로 재단 문제, 교육의 질, 학교 운영 자격, 유학생 모집의 합법성 문제 등을 꼽는다. 이 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원인은 교육의 질이다. 지난달 4일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이 공개한 ‘2026 QS 아시아 대학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 Asia)’에 따르면, 아시아 톱10은 중국과 싱가포르 대학이 독식하고 있으며 한국 대학은 전무했다. 연세대가 11위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이어 고려대(12위), 성균관대(16위), 서울대(17위), 포항공대(18위), 한양대(20위) 순이다. 이마저도 중대형 수도권 사립대학으로, 지역 기반·중소형 대학들의 설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원인은 수학 경쟁력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 의하면 한국은 ‘평균점수’ 기준 81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PISA 2012 수학에서도 65개국 중 3~5위였다. 그러나 PISA 2012와 2022의 10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학 최상위비율은 10년 동안 30.9%에서 22.9%로 급격히 감소(8.0%)했고, 이는 OECD 평균 감소 폭(3.1%)의 3배 가까이 된다. 같은 기간 동안 최하위비율도 9.1%에서 16.2%로 두 배 가까이(7.1%) 증가했는데, 이는 OECD 평균 증가 폭(5.8%)보다 크다. 수학 상위권인 아시아 6개국(싱가포르·대만·홍콩·마카오·일본·한국)과 비교해도, 상위권이 가장 많이 감소하고 하위권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는 한국이다.

특히 이공계 진학에 필수적인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 변화는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통계, 확률, 자료 해석 등 현실 연계형 내용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학 수학 학습을 뒷받침하는 심화 개념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면서 이를 이수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 기초과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 비율도 높아지는 상태로, 교수들이 고등학교 내용을 대학에서 다시 가르쳐야 하는 실정이다. 지역 대학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학과·물리학과·화학과가 통폐합되거나 모집난으로 존립이 위태롭다. 이는 일부 대학의 문제가 아닌, 국가 기술 인재 양성 체계의 토대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그간 역대 정부는 대한수학회와 수학교육학회, 이공계 교수 등 전문가의 한국 수학교육 약화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에도 수학 교육의 난이도를 하향 조절해 왔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AI, 데이터 과학, 물리학, 공학 등 주요 전공 학습에 필요한 선수 지식의 공백을 만들었다. 특히 AI 시대에 선형대수학의 기초인 행렬을 제외한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교육계 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중이다. 정부가 수학난이도를 하향 조정한 것은 사교육비 증가와 수학 흥미도 저하,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 증가 등의 압박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도 아닌 데다 수포자는 계속해서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논리에 밀린 대학 교육 혁신

문해력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학교 국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만큼 기초학력이 부족한 중고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학생 가운데 10.1%가 국어 기초학력 미달로 집계됐다. 전년도 9.1%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고2학생 미달 비율은 9.3%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았다. 국어 기초학력 미달은 문해력 부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문해력 부족은 국어뿐 아니라 영어나 수학 등에 대한 이해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기본적인 어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과목을 따라가기는 힘들다. 이는 중고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추후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로 잘못 이해한 글이 화제가 됐으며 ‘우천시(雨天時)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가정통신문에 학부모가 “우천시(市)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에 대한 경고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입생 기초학력 저하, 교육과정 축소, 전공 깊이의 소실은 장기 추세로 누적됐다. 그럼에도 정책적 개입과 대학 내부 개혁은 번번이 지연됐다. 단기 재정 안정을 구조 개편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거점국립대의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현재 지역국립대는 종합대학 체제를 유지하며 거의 유사한 학과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등 지역별 산업 특성이나 그 지역 미래 인력 수요와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래 기술 경쟁에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지금 세계는 AI, 우주기술, 바이오,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역시 경쟁해야 할 무대는 국내가 아닌 전 세계며, 핵심은 자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 세계와 경쟁할 대학의 힘과 근원이 될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중·고교 단계에서의 기초학력 부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 교수는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고등학교에서 이미 배우고 왔어야 할 기본을 다시 배운다"며 "이러한 현실은 세계 경쟁에서 이미 치고 나가는 국가들보다 현저히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