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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U] 덴마크 연기금 美 국채 전량 매각, 유럽이 꺼내든 ‘금융 치료’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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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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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자율 상승 압력 확대 가능성
유럽 내 美 국채 연쇄 매도 시나리오
무력 충돌 가능성, 군사적 긴장감 ↑

덴마크 연기금이 미국 국채 보유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달러 자산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유럽이 보유한 대규모 미국 자산이 향후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관세 압박에서 시장 충격으로 번진 가운데, 군사적 긴장까지 높아지면서 외교와 안보, 금융이 교차하는 국면이 형성됐다. 이에 유럽 내부에서 거론되는 ‘금융 치료’의 흐름 또한 한층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달러화 가치 약세 전망 

20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덴마크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은 이달 내 1억 달러(약 1,480억원) 규모의 미 국채를 전량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해당 연기금은 총 260억 달러(약 38조6,000억원)가량의 자산을 운용하는 덴마크 주요 기관투자자다. 안데르스 셸데 아카데미커펜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와 부채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국채를 보유하기에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며 “유동성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미 국채 대신 달러 현금이나 단기 기관채 등 대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의 매력이 약화됐다는 아카데미커펜션의 우려는 구체적 재정 지표에서 확인된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1조7,800억 달러(약 2,634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5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사유로 높은 재정적자와 부채 상환 비용 증가를 제시하며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전제해 온 기존 시장 인식을 뒤흔들었다. 대규모 국채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이자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그 결과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아카데미커펜션 측은 이번 결정이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갈등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물론 그러한 상황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오는 6월부터는 관세율이 2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EU 내부에서는 보복 관세와 보유 중인 미국 자산 매도 등 대응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덴마크는 가장 먼저 움직였다. 아카데미커펜션 이전에도 레러네스펜션(Lærernes Pension)이 미국 부채의 지속 가능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미국 국채 비중을 축소한 바 있으며, PFA연금 또한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보유 물량을 줄였다. 이를 두고 글로벌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립자는 “무역 전쟁 너머에는 자본 전쟁의 가능성이 있다”며 “사람들이 미 국채를 사고 싶어 하지 않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인플레이션과 부채로 허덕이는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관세 갈등에 자산 매각으로 대응

시장은 덴마크를 필두로 한 미국 국채 매각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지 여부에 주목했다. 달러 가치가 약세로 전환될 경우,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한 유럽 국가와 투자자들 역시 평가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채 매각이 최선의 방어 수단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셀 아메리카’ 조짐이 포착되기도 했다. 마틴루터킹데이 휴일 이후 거래를 재개한 20일 유럽 시장에서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bp(1bp=0.01%) 오른 4.93%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4bp 오른 4.273%로 장을 마쳤다. 

금융기관과 정책 분석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을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넘어서는 보복 수단을 검토하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과 세계 각국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자산 비중 축소와 미 국채 매각 논의가 일부 기관의 단기 이벤트를 넘어 유럽 전역의 중장기 전략 변화로 읽히는 이유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자산 규모는 셀 아메리카 시나리오의 파급력을 키우는 핵심 변수다. 미 재무부에 의하면 EU가 보유한 미국 자산은 10조 달러(약 1경4,800조원)을 소폭 웃돈다. 이 가운데 중앙은행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자산만 2조3,400억 달러(약 3,450조원)로 추정된다. 이 공공 부문 보유 자산만 시장에 풀리더라도 미국의 금리 급등과 증시 폭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 역시 “유럽으로선 무역보다 자본을 무기화하는 것이 시장에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이견 또한 존재한다. 블룸버그는 카르스텐 브제스키 ING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유럽이 보유한 미 국채 대부분은 민간 투자자가 들고 있는 탓에 EU나 정부가 주도해 조직적인 매각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등 주요 국채 보유국과 달리 민간 자본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통제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최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유럽이 미 국채를 버릴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 거짓 서사”라고 일축한 바 있다.

군사 훈련 일정 앞당기고 강도 높여

유럽 내부의 비상 대응 논의는 금융을 넘어 안보 분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20일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최악의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주민 일상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 당국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꾸리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각 가정에 닷새분 식량을 비축하라는 지침을 곧 배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대응책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민 생활 단위의 비상 대응이 공식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같은 자리에서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재무장관 역시 “현재 그린란드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발언을 두고 “과거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던 북유럽 국가들이 이제는 미국을 경계 대상으로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표현했다. 실제 북유럽 국가들은 2020년대 초반부터 무력 충돌을 대비해 왔지만, 지침 수준에 불과했고 주된 위협은 러시아에 국한했다. 하지만 경계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유럽 내부 안보 인식의 변화가 제도적 대응으로 하나둘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군사적 조치는 이미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 덴마크는 서부 그린란드에 병력 100명을 파견해 방어 태세를 강화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개 회원국과는 작전명 ‘아크틱 엔듀런스(Arctic Endurance·북극의 인내)’를 수립해 그린란드 방어 훈련을 진행 중이다. 덴마크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8개국이 참여한 이 작전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논의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훈련 일정이 앞당겨지고 강도 또한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캐나다까지 가세하면서 대응 범위는 대서양 전반으로 넓어지는 형국이다. 19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연방정부에 제출된 비상 대응 계획서에 소수 병력을 그린란드에 파병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덴마크 주도의 군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도하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와 덴마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캐나다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군용기를 그린란드 피투피크 기지로 보내 방위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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