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부문에 힘 싣는 中 일대일로, 에너지 안보·공급망 패권 강화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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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BRI 투자, 인프라에서 에너지·핵심 자원으로 이동 에너지 자립에 힘 쏟아 온 中, 중동發 충격 단기 상쇄 광물 공급망 통제 지속, '과학 강국' 도약 위한 발판인가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BRI)’의 투자 방향이 전환됐다. 도로·교량·항만 등 전통 인프라 건설에 집중되던 자금이 에너지, 주요 광물 자원 등 전략 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는 에너지 자립을 통해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핵심 소재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국제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中, 에너지 부문에 BRI 자금 대거 투입
19일(현지시각)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GAI)와 중국 복단대학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BRI 관련 투자 및 건설 계약액은 2,135억 달러(약 318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해당 구상을 제안한 2013년 이후 최고치다. 전체 투자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에너지(40%) 부문이었다. 에너지 총투자액은 939억 달러(약 140조6,700억원)며, 이 중 석유와 가스 부문에 715억 달러(약 107조1,100억원)가 투입됐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규모도 180억 달러(약 26조9,660억원)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이 BRI의 투자 방향을 전환한 것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전부터 에너지 자립에 방점을 찍고 태양광·풍력·수력·원자력 등 대체 전력원의 개발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2,304기가와트(GW)에 달했다. 이는 중국 전체 발전 설비의 60% 수준이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기조 속 중국의 정제유, 휘발유, 경유 수요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자체적인 석탄 생산 역량 역시 유지되는 중이다. 중국은 전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국가로, 발전용 연료의 대부분을 석탄으로 조달한다. 석유와 가스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그친다. 아울러 원유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분명한 강점이다.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은 러시아로,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20% 안팎의 점유율을 지키며 걸프 산유국(사우디·이라크 등)의 중국 내 영향력을 약화하고 있다.
전쟁發 에너지 타격 비교적 적어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망이 마비된 현시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은 85%에 달하는 에너지 자급률을 방패 삼아 단기적 유가 충격을 상쇄 중이다. 이에 더해 중동 분쟁의 중심인 이란산 원유를 제3국을 경유해 확보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9,800원)를 넘나드는 상황에도 하루 평균 138만 배럴(이란 확보 물량) 수준의 전시 공급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도 자국 유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들의 연료 수출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하며 선제적 관리에 나선 상태다.
수년에 걸쳐 확보해 온 전략 비축유 역시 위기 국면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덴마크 투자은행(IB) 삭소뱅크(Saxo Bank)의 올레 한센 상품(원자재) 전략 총괄은 "중국이 걸프국의 풍부한 공급을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했다"며 "비축량은 9억 배럴(약 3개월치 수입량)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4,6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원유를 실은 중국의 유조선이 현재 남중국해에서 대기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중국이 구축한 에너지 안전망도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리적 폐쇄가 장기화하면 중동 외 공급망 및 비축유만으로는 산업용 석유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워온더락은 90일의 시한이 경과하는 시점부터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중대한 기로에 설 것이며, 이 시기를 전후해 중국이 방관자적 입장을 버리고 미국을 상대로 휴전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쟁이 끝난 후 한동안 원유 공급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없어진 중동 산유국들은 나날이 원유 생산을 줄여 나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생산 시설을 기존 수준까지 재가동하고 선적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생산 시설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전쟁이 끝나도 각국이 비축유를 다시 채우려는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유가는 2차 폭등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中의 공급망 장악 전략
중국은 BRI를 에너지 안보 강화에 이어 공급망 패권 확보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BRI를 통해 광물·금속 분야에 326억 달러(약 48조8,380억원) 규모 투자가 단행됐으며, 그중 채굴 직접 투자가 150억 달러(약 22조4,700억원)였다. 이는 희토류, 리튬, 구리 등 전략 광물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이들 광물은 첨단 제조업의 핵심 소재로, 공급 병목이 발생할 시 산업계 전반이 막대한 충격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을 앞세워 주요 광물의 공급과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중이다. 2020년 수출통제법 제정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자원 무기화'에 나선 것이다. 갈륨·흑연 등 다수의 핵심 광물 자원이 중국의 수출 통제 범위에 포함돼 있으며,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한 지난해 4월에는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제재도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태양광·전기차·우주산업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은에 대한 수출 통제도 시행 중이다.
단속 역시 갈수록 정밀해지고 있다. 무역안보관리원이 발간한 ‘중국 수출 통제 메커니즘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각급 해관(세관)이 공개한 수출 통제 관련 행정 처분 결정은 총 79건으로 전년 동기(46건) 대비 71.7% 증가했다. 전체 행정 처분 중 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흑연과 관련 제품 비중이 29%로 가장 컸으며, 희소 광물 및 영구자석 소재도 각각 7%, 6%를 차지했다.
이처럼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면 첨단 산업의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원재료부터 가공·제조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도 유리하다. 독점한 자원이 일종의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4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이 공급망 대부분을 점유하는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사시 대만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에는 민간과 군사 겸용 제품의 대(對)일본 수출을 제한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