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도시 밀도의 역설, 혼잡이라는 비용 뒤에 숨겨진 ‘근접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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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밀도는 접근 비용을 낮추는 구조 주택·교통 결합 시 효율·기회 확대 주거 공급 제약 시 접근 독점 심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시 밀도는 흔히 혼잡과 소음, 스트레스가 뒤섞인 공간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4년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통념이 도시의 실제 기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조사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의 76%는 도보 15분 이내에 초등학교와 보육시설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교외 지역은 36%에 그쳤다.
이는 교육·돌봄·일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시간과 비용, 에너지 부담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도시가 84%, 교외가 56%로 나타나 근접성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결국 쟁점은 가까운 거리를 실제 기회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가까울수록 넓어지는 기회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과 기업, 학교와 의료기관이 가까이 모일수록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고밀도 개발을 둘러싼 논쟁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OECD 5개국 분석에서도 도시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될 때 생산성이 2~5%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최근 건물 높이와 인구 수용력을 분석한 연구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전 세계 1만2,877개 도시를 살펴본 결과, 건물이 높을수록 토지 사용은 줄고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도시가 성장과 공간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의 밀도 구조는 경제 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연결은 지역이 분산될수록 약해지지만, 규모가 형성된 도시는 이를 빠르게 잇는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도시를 지식이 순환하고 인적 자본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교육 영역에서 이러한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지역 기반이 취약하면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도 취업이나 멘토링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반면 도시에서는 교육기관, 인턴십, 고용주가 가까이 배치되면서 학습과 노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가계 부담 낮추는 도시 구조
도시 밀도의 이점은 특정 계층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교외의 저밀도 구조는 차량 유지와 장거리 이동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환경이다. 반면 밀집된 도시는 이동 비용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에 실질적인 완충 역할을 한다. OECD와 국제교통포럼(ITF)에 따르면 유럽 대도시 저소득층은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유가 변동 등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다. 외곽 거주자가 도시보다 자동차를 보유할 가능성이 12% 높다는 점도 같은 흐름을 나타낸다. 도시를 벗어난 선택이 자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지출 부담을 확대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교육과 계층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에서 성장한 성인의 학사 학위 취득률은 40%였던 반면 농촌은 26% 수준에 머물렀다. 교육 접근성은 단순히 학교와의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동 시간, 일과 학업의 병행 가능성, 실습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함께 작용한다. 도시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학습 기회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접근 독점이 부른 도시 격차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 공급이 제한되고 교통망 확충이 지연되면, 밀도가 만들어낸 이점은 일부에 집중되고 다수는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밀려난다. 지난 10년간 대도시 주택 가격이 68% 상승한 반면 소도시는 16% 오르는 데 그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접근성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되는 순간, 도시는 기회를 확대하는 공간에서 배제를 강화하는 구조로 바뀐다.
해법은 도시를 벗어나는 데 있지 않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광역 단위의 조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같은 도시권에서도 행정이 여러 단위로 나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광역 차원의 조정이 이뤄질 경우 그 손실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택과 교통, 업무 공간을 연계하지 않은 채 밀도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도시 설계의 성패는 시민이 기회에 얼마나 빠르게 닿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주거·교통·일자리가 맞물린 구조를 전제로 정책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기 수요가 아닌 실거주 가족을 중심으로 중·고층 주택과 보육 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사람을 외곽으로 밀어내는 정책에서 벗어나 저소득층도 기회의 중심에 머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Urban Density Is a Public Good—Until Policy Turns It Into Scarc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