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협상] "일단 극단적으로" 국제사회 뒤흔들던 트럼프식 협상 전략, 이란 전쟁서 힘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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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링 효과 적극 이용하는 트럼프, 극단적 제안으로 협상 우위 확보 파나마 운하 운영권 공방·관세 전쟁 과정에서도 유사 전략 채택 트럼프식 '협박'에도 이란은 요지부동, 압박 전술 지속 가능성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협상 전략을 앞세워 외교적 우위를 점해 나가고 있다. 협박에 가까운 극단적인 제안을 무기 삼아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 뒤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최후통첩'에도 굴하지 않고 강경 노선을 고수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술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극단적 외교 전술 고수
7일 정치·외교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경한 협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부터 극단적인 제안을 내놓고 상황을 휘두르는 식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앵커링(정박) 효과'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앵커링 효과는 거래나 협상을 할 때 첫 제안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선택의 출발점으로 제시된 값이나 제안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도 “내 거래 방식은 아주 단순하고 직설적"이라며 "나는 목표를 아주 높게 잡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밀어붙이고,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인다”고 적은 바 있다. 전통적인 협상 이론에선 이 같은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극단적인 입장을 앞세워 협상을 시작하면 상대방의 신뢰가 훼손돼 추가 논의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를 보유한 미국 대통령이다. 협상 상대가 요구를 거절했다가 막심한 손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그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마약인 펜타닐 문제 등을 근거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력 반발했으나, 결국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논의 결과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 강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관세 인상을 유예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식 협상의 성공적 전례
파나마 운하 운영권 공방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채택됐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5%를 소화하는 핵심 무역 통로로,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 산하 기업인 CK허치슨을 통해 운영돼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직후 파나마 운하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1999년에 넘겼던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CK허치슨은 지난해 3월 파나마 운하 내 발보아 항구 및 크리스토발 항구를 소유·운영하는 법인의 지분 90%를 미국 기업 블랙록을 포함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정부는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집단(COSCO)이 새 항만 운영·관리 회사의 지분 과반과 거부권을 가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세 국가의 혼란스러운 대치 상황은 지난 1월 파나마 대법원이 CK허치슨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며 일부분 정리됐다. CK허치슨이 지난 2021년 경쟁 입찰 없이 발보아·크리스토발 항구의 운영권을 25년 연장 계약한 사실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CK허치슨은 두 항구의 운영권을 박탈당하고 항만 시설에서 철수하게 됐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협상에서도 극단적인 압박 전략을 사용했다. 공개 석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배제하거나 냉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한편, 미국의 군사 지원과 외교적 후원을 조건부 카드처럼 활용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함과 동시에 유럽에 전후 안보 보장 및 방위 부담을 전가하기 위한 전술로 읽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의 주된 책임이 유럽에 있다고 거듭 주장해 왔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란, 트럼프 압박 속 강경 노선 유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최근 들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내가 이란에 협상 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10일의 시간을 줬던 것을 기억하라"며 "시간이 다 돼간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에게 지옥이 닥칠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6일 이란 발전소 공격 최후통첩 시한을 미 동부 시간 기준 이달 6일 오후 8시까지로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일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군사 기구 '하탐 알안비야'의 알리 압돌라히 알리바디 장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무력하고, 초조하며, 이성적이지 못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메시지의 단순한 의미는 지옥의 문이 당신을 향해 열린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에 “미 동부 시간 화요일(7일) 오후 8시!”라는 글을 게재하며 '데드라인'을 하루 연장했다. 이는 협상 진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은 이미 제안된 임시 휴전안을 거부하고 전쟁의 영구적 종식을 요구 중이다. 6일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재발을 막는 것이 목표”라며 "임시 휴전은 오히려 상대가 전열을 정비해 전쟁을 지속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휴전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으며, 전쟁의 완전 종식을 비롯해 △제재 해제 △전후 재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행을 위한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 도중 기자들과 만나 중재국들의 휴전 제안에 대해 “그들이 제안을 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