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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 의무화하는 EU, 업계는 탈착형 대신 고사양 배터리로 규제 우회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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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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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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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폐기물 문제 해결 위한 EU의 전략적 접근
1,000 사이클 면제 조항으로 업계 타격은 제한적
규제를 비즈니스 모델 정교화 기회로 삼을 수도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사용자 교체형 배터리 설계를 의무화한다. 사용자 직접 교체 의무화라는 강도 높은 규제는 제조사의 설계 전략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압박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하지만 예외 조항과 기술적 대응 여지를 감안할 때, 시장의 실제 변화는 탈착형 확대가 아닌, 배터리 성능 고도화에 따른 가격 상승 흐름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 배터리 자가 교체 의무화 전면 도입

2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배터리 및 폐배터리 규정(Regulation 2023/1,542)'에 의거해 오는 2027년 2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사용자 직접 배터리 교체' 설계를 의무화한다. 이 규정은 EU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탈착형 배터리 의무화’ 법안의 후속 조치다. EU는 5년 전에도 탈착형 배터리 스마트폰 의무화를 추진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다시 법안 논의에 착수, 6개월여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 판매가 현실화됐다.

이번 조치는 환경 보호와 소비자 권익 강화를 명분으로 제조사가 기기 교체 주기를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시점부터 제조사는 배터리를 별도의 전문 기술 없이 사용자가 제거·교체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도구'만으로 교체가 가능해야 하며, 특수 도구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또 제품 판매 종료 이후 최소 5년간 교체용 배터리를 공급해야 하며, 동일 기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공도 요구된다. 또한 제조사는 제품 출시 후 최소 7년간 수리 부품을 공급해야 하며, 사설 수리점에서 정품이 아닌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기능을 차단하는 '부품 직렬화' 관행도 금지된다. EU는 배터리 교체를 통해 기기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2030년까지 200억 유로(약 34조6,7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기기 내부에 고정된 구조로 설계돼 있어 교체 시 전문 수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배터리 성능 저하 시 기기 전체를 교체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EU는 이와 함께 배터리 내구성 강화와 재활용 확대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2030년까지 약 1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EU는 약 17%를 차지할 전망이다. EU에 따르면 매년 약 1억5,000만 대의 스마트폰과 2,400만 대의 태블릿이 판매되며, 500만 톤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 설계 재편 압박

이번 조치는 2023년 발효된 배터리 규정의 핵심 조항으로, 특히 내장형 휴대용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제11조가 스마트폰 업계를 직접 겨냥한다. 삼성전자는 2027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8 시리즈부터, 애플은 아이폰 19 시리즈부터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탈착형 디자인은 배터리가 노후화돼도 사용자가 직접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어 기기 교체 시기도 길어질 전망이다. 또 용량면에서도 더욱 커질 수 있고,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도 없어진다.

현재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는 일체형 배터리를 고수하고 있다.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하면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방수·방진 기능에도 효과적이다. 교체형 배터리를 채용하면 기기 뒷면에 이음매가 생기는 데 그 사이로 물이나 먼지가 들어갈 수 있어 제대로 된 방수·방진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또한 일체형에서 탈착형으로 바뀌면 그만큼 설계가 어려워져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어나 제조사 입장에선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애플은 2007년 아이폰 1세대 출시 후 지금까지 모든 모델을 예외 없이 배터리 일체형으로만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엑스커버5에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S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한 모델은 갤럭시S5(2014년)가 마지막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시중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이 규제를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점유율은 각각 35%, 27%다.

단가 상승 정당화하는 배터리 성능 고도화

다만 업계에서는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규정에는 예외가 하나 있다. 1,000회 충방전 사이클 이후에도 80% 이상 용량을 유지하는 배터리를 탑재한 기기는 사용자 교체 가능 설계 의무에서 면제된다. 애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기준을 충족하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아이폰의 최근 모델들은 1,000사이클 후 80% 용량 유지를 공식적으로 보장한다. 밤에 충전을 하더라도 기기가 충전량을 80%로 제한한 다음 80% 충전된 이후 1시간이 지나야 나머지 20%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폰이 100% 충전 상태로 전원이 연결돼 있지 않아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최근 갤럭시 시리즈에서 강한 접착제 대신 '당김 탭(pull-tab) 구조의 배터리 파우치를 도입해, 후면 커버의 완전 분리형으로 회귀하지 않고도 규정을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뒀다. 결과적으로 고가 스마트폰은 기존 설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탈착형 배터리 회귀라는 단선적 변화보다 ‘배터리 기술 고도화’를 중심으로 한 산업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전략이 결합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일부에선 규제 준수를 위해 제조사들이 탈착형 설계로 회귀할 것이라 보지만, 이는 글로벌 기술 기업의 전략을 간과한 단편적 시각이다. 특히 애플 같은 선도 기업이 설계의 미학을 희생하면서까지 물리적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최고 사양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채택해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이를 프리미엄 요소로 전환해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배터리 셀 구조, 소재 기술, 충전 알고리즘 전반에서 연구개발(R&D)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탈착형 설계 확산을 직접적으로 유도하기보다, 배터리 성능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기술 경쟁을 자극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결과적으로 배터리 기업들의 R&D 역량과 기술 격차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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