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값싼 청정에너지의 역설, 공급망 다변화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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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규모의 경제, 친환경 산업 경쟁력 견인 가격 혁신이면 공급망 집중 위험 확대 시장 경쟁·공급망 다변화, 지속가능한 성장 조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440.1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신규 설치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추가된 설비가 692GW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일 국가가 글로벌 증가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 셈이다. 중국의 이러한 경쟁력은 발전설비 확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산과 전력망, 핵심 광물 공급망, 금융, 기술 표준, 수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세계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도 낳고 있다.
생산부터 전력망까지 연결한 산업 생태계
중국의 경쟁우위는 단발성 보조금이나 특정 기술 혁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20여 년간 일관된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거대한 내수시장과 치열한 기업 경쟁, 풍부한 자금 조달, 신속한 인프라 구축이 맞물리며 현재의 경쟁력을 키웠다. 최근에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청정에너지 확대와 제조 경쟁력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5%로 높이고 서부-동부 전력망 확충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러한 경쟁력의 핵심은 산업 간 연계에 있다. 생산 시설과 전력망, 공급망, 금융이 하나의 생태계처럼 작동하면서 개별 산업 정책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태양광 공장은 저렴한 재생에너지 공급지 인근에 들어서고, 전력망은 산업 수요에 맞춰 확충된다. 배터리 저장장치는 전기차 보급과 전력망 운영을 동시에 뒷받침하며, 통일된 기술 표준은 생산과 유통 비용을 절감한다. 산업 전반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투자가 생산 확대와 신규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기반도 갖춰졌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태양광 패널 제조 주요 공정의 80% 이상을 차지했고, 전 세계 전기차의 70%를 생산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출의 40%는 중국에서 공급됐다. 풍력터빈과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생산 역량을 갖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제조원가는 중국보다 약 40%, 유럽연합(EU)은 45%, 인도는 25% 높았다.

낮은 가격이 만든 세계 시장 경쟁력
중국 중심의 친환경 산업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발전 비용은 2010년 이후 약 90% 하락했고, 2024년에는 신규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91%가 화석연료 발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중국 기업의 대규모 생산 체제가 공급망 효율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낮추면서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자본과 재정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량은 11.3GW에 그쳐 중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전력망과 투자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설비 가격이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설비 가격이 낮아질수록 사업 추진 가능성은 높아지는 반면, 보호무역으로 비용이 상승하면 투자와 보급 속도도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공급 과잉을 단순한 시장 교란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공급 확대는 경쟁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전력과 운송, 에너지 저장 비용을 낮춰 청정에너지 확산을 촉진하는 효과도 낳는다. 따라서 정책은 생산 확대 자체를 억제하기보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희토류가 보여준 공급망 의존의 위험
반면 낮은 비용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 광물 시장은 산업 집중이 공급망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전략 광물 20종 가운데 중국은 19종의 정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평균 시장점유율은 약 70%에 이른다. 영구자석용 희토류는 채굴의 약 60%, 정제의 90% 이상, 제품 생산의 약 95%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위험은 2025년 희토류 수출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풍력발전,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수출 절차가 강화되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전략적 영향력은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니라 허가 지연이나 공급 차질만으로도 충분히 행사될 수 있다. 일부 핵심 소재의 공급이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제조업 전반의 생산 일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친환경 기술과 희토류 산업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태양광 모듈과 풍력터빈 등은 완성품이어서 생산 거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확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럼에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경쟁국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망을 특정 국가에 집중시키는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의존성은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공급 충격이 발생하는 순간 산업 전반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다변화가 새로운 경쟁 전략
희토류 사례가 보여주듯 공급망 집중은 산업 경쟁을 넘어 경제 안보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책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 기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조금이나 덤핑이 확인될 경우에는 한시적인 무역구제 조치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고율 관세는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보급까지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공 조달 과정에서 가격과 공급 안정성, 탄소배출, 노동·환경 기준, 공급망 다변화 등을 함께 평가하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주요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EU는 2030년까지 특정 제3국에 대한 전략 원자재 가공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고, 역내 채굴과 가공, 재활용 역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G7도 2026년 6월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의 특정 외부 공급국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은 앞으로 태양광과 배터리, 풍력 등 주요 친환경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평상시에는 비용 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복수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공급망 다변화를 뒷받침할 제도 정비도 중요하다. 정부는 공동 구매와 장기 공급계약, 가격 격차를 보완하는 지원 제도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생산 기반을 유지할 방안이 요구된다. 다자개발은행은 제조 기반이 취약한 국가의 가공·제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국가 간 기술 표준도 조율해 공급망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협력은 중국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 아래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데이터 보안, 환경·노동 기준을 충족한다면 현지 생산과 합작투자,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편이 일방적인 배제보다 기술 확산과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중국의 친환경 산업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가 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빠르게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공급망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새로운 경제 안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와 경쟁 기반 확보다. 중국은 공급망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주요국은 대체 생산 기반과 공급망 회복력을 확충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와 시장 경쟁이 균형을 이룰 때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China’s Green Energy Strategy Needs Global Competi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