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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호황의 역설” 도로는 닳고, 주유소는 비고, 충전망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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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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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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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중량 증가에 따른 도로 마모 가속
정유·유통망 수익성 압박도 갈수록 커져
충전망 병목 및 전력망 부담도 문제

중국 전기차 보급률이 60%를 돌파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후유증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도로 유지 재원은 줄어드는 데 반해 도로 마모는 빨라지고, 주유소와 정유업계는 수요 감소 압박에 직면했다.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역시 차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전기차 전환의 비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양상이다.

무거워진 차체에 도로 파손 급증하는데, 휘발유세는 고갈

23일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NEV)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돌파했다.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자원 확보와 공급망 자립 전략을 추진해 온 중국 정부는 예상치 못한 재정 부담에 직면했다. 중국의 고속도로 중 일부는 통행료를 받지만, 절대다수의 일반 도로는 직접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수십 년간 휘발유에 부과되는 소비세를 징수해 중앙정부가 모은 뒤, 이를 지방 당국에 배분해 도로를 고쳐왔다. 중국 교통기획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기준 휘발유세는 중국 일반 도로 연간 유지보수 비용의 80% 이상을 전적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노후화된 중국의 도로망이 전기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도로망은 520만km에 달하며, 이 중 무려 500만km가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이는 2008년 대비 60.9%나 급증한 수치다. 여기에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한 전기차가 도로 마모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무겁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 니오(Nio)의 윌리엄 리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행사에서 "차량 무게가 20% 증가할 때마다 도로 표면에 가해지는 손상 강도는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에 따르면, 중국산 승용차의 평균 중량은 2012년 약 1.3톤에서 2024년 1.7톤으로 12년 만에 400kg이나 무거워졌다.

길은 더 빨리 망가지는데 재원은 고갈되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공공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휘발유차 운전자들은 "도로를 망가뜨리는 주범인 전기차 소유자들이 정작 수리비는 한 푼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 도로 유지비가 크게 부족하단 점은 당국이 세제 개편을 검토할 명분이다. 교통운수부 공로과학연구원의 장위링 연구진은 최근 논문을 통해 중국 일반도로 유지관리 재원 부족분은 연간 수요의 약 5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도로 총연장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재정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석유 생태계도 흔들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은 주유소 산업의 기반도 빠르게 흔들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올해 휘발유 수요 54만 배럴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올해 중국 휘발유 수요가 하루 3만3,000배럴 감소할 것으로 봤다.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14%로 둔화되지만, 이미 누적된 전기차 보유 대수가 석유 수요를 잠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주유소 업계에 있어 치명적인 구조 변화다. 중국의 주유소는 수십 년간 차량 보급 확대와 휘발유 소비 증가를 전제로 깔고 성장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비중이 60%를 돌파하면서 신규 차량 증가가 곧바로 휘발유 판매 증가로 연결되던 공식이 깨졌다. 교통량은 늘지만 주유량은 줄고, 이동 수요는 살아 있지만 주유소 매출은 감소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유소가 도로망 확대와 자동차 대중화의 수혜 산업에서 전환 비용을 떠안는 유휴자산으로 밀려나는 셈이다.

정유업계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는 중국 휘발유 수요가 올해 하루 380만 배럴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고, IEA는 이미 2025년 정점 통과 후 2026년부터 감소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관측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같다. 중국의 도로 연료 수요는 전기차와 천연가스 트럭 확산으로 정점 이후 국면에 들어섰고, 정유업계는 설비 증설기와 다른 수요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 변화는 석유 수입국인 중국에도 양면적 압박을 남긴다. 원유 수입 의존도 축소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성과지만, 정유·석유화학·유통망에 누적된 설비투자는 수익성 저하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은 오랫동안 정유능력 확대를 산업 성장과 에너지 안보의 기반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교통용 연료 수요가 줄어들면 정유설비의 가동률은 낮아지고, 주유소·저장시설·운송망까지 연쇄적으로 수익 압박을 받는다. 전기차 전환이 석유 수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석유 인프라의 좌초자산 위험을 키우는 구조다.

전기차 판매 속도와 충전 인프라 속도의 불일치

충전 인프라 부족 역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충전시설은 2,009만 기를 넘어섰는데, 이는 4,000만 대 이상의 신에너지차를 뒷받침하는 규모다. 겉으로는 차량 2대당 충전시설 1기 수준의 촘촘한 인프라처럼 보이지만, 전체 충전시설 중 공공 충전시설은 472만 기에 그쳤고, 나머지 1,538만 기는 개인·주거지 중심의 사설 충전시설이었다. 판매량은 전국 단위로 빠르게 늘고 있으나, 장거리 이동·도심 상업지구·공동주택·고속도로에서 실제로 접근 가능한 공공 충전망은 훨씬 제한된 것이다.

고속도로 충전망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NEA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 기간(2월 15일~23일) 동안 중국 고속도로 충전소의 전기차 충전량은 1억4,977만 킬로와트시(kWh)를 기록했고, 하루 평균 충전량은 1,664만kWh로 전년 대비 52% 급증했다. 집계 대상 고속도로 충전기는 5만3,300기였다. 충전 수요가 특정 날짜와 노선에 몰리자 일부 서비스구역은 대기 순번을 배정하고, 충전 시간을 제한하며, 배터리 충전량을 80% 안팎에서 끊는 방식으로 회전율을 관리해야 했다.

고속도로 충전 대란은 차주들 불편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보급 확대가 특정 시기와 특정 노선에 충전 수요를 집중시키면서 휴게소와 고속도로 인프라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속 충전기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차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충전 대기 행렬은 주차 공간과 진출입 동선까지 압박한다. 이는 충전시설 총량 확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전력 용량과 공간 설계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의 병목이 차량 생산이 아닌 충전 인프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력망 부담은 충전 대란의 또 다른 축이다. 초급속 충전 기술은 대기 시간을 줄이는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전력망에는 작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의 실제 공공 충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당 2,000개의 초급속 충전소가 설치될 경우 공공 충전 부하의 일일 피크-저점 격차가 최대 31.61%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충전 시간이 짧아질수록 차량 회전율은 높아지지만, 같은 시간대에 전력 수요가 몰리는 강도는 커졌다. 충전 속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순간 부하도 커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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