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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파급력 확산, 식탁 넘어 산업·사회 지형까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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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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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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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확산에 식품 소비 패턴 재편
글로벌 식품기업, 영양 중심 제품 경쟁
생산성·GDP까지 번지는 경제 효과

식욕을 줄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소비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식품 선택 기준도 칼로리에서 영양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식품산업 재편을 시작으로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새로운 흐름으로 보는 분위기다.

식욕 바꾸는 GLP-1, 식품 소비 패턴 변화

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되는 포장식품 가운데 ‘GLP-1 관련 효능에 도움을 줄 수 있음(GLP-1 Friendly)’ 등을 내세운 제품의 수(SKU∙재고유지단위)는 지난해 기준 2024년보다 약 37% 증가했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군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식품기업 콘아그라 브랜즈는 지난해 초 26개 냉동식품 제품에 ‘GLP-1 Friendly’ 라벨을 부착했다. 네슬레는 2024년 GLP-1 사용자 전용 냉동식품 브랜드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출시했다. 스무디킹은 ‘GLP-1 서포트 메뉴(Support Menu)’를 운영하고 있으며, 밀키트 브랜드 팩터(Factor)도 ‘GLP-1 밸런스’ 메뉴를 선보이며 관련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비만치료제 사용자의 경우 체중이 단기간에 감소해 적정 근육량을 유지하기 어렵고 변비 등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단백질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3월 고단백 우유 브랜드 ‘페어라이프(Fairlife)’의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올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실적 발표에서 GLP-1 트렌드를 언급하며 소용량 제품을 확대하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제품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너럴 밀스도 작년 실적 발표에서 “GLP-1 사용자들이 단백질을 더욱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제너럴 밀스는 2024년 말 단백질을 강화한 시리얼 ‘치리오스 프로틴(Cheerios Protein)’을 출시한 바 있다.

가계부 바꾸고 생산성 혁신하는 ‘새로운 엔진’

식품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만치료제 사용자 급증으로 인해 식품 소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지난해 세계 제약 시장에서 연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매출액은 359억 달러(약 54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2위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로 356억 달러(약 54조4,600억원)였다.

비만치료제로 인한 변화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GLP-1 복용 가구는 이전보다 평균 21% 적은 칼로리를 섭취했고 식료품 지출은 최대 31% 감소했다. 이를 두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인류의 칼로리 소비가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피크 칼로리(Peak Calorie)'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컨설팅 업체 EY-파르테논은 앞으로 10년간 비만치료제로 인해 스낵 업체 등의 매출이 최대 120억 달러(약 18조3,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종이 비만치료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인구 감소에 따라 항공사에서는 연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헬스클럽과 개인 트레이너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비만치료제의 파급력은 거시경제 전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GLP-1 확산이 비만과 만성질환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면서 국가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2028년까지 6,000만 명이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게 되면 미국의 GDP가 1%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건강해진 노동력이 생산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면서 수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비만 질병이 현재 경제에 입히고 있는 손실을 역으로 계산했을 때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현재 근무 시간 손실과 질병 및 장애, 조기 사망, 그리고 비공식 돌봄으로 인한 노동력 참여 저하를 합치면 건강 악화가 노동 공급을 제한하지 않았을 경우 GDP가 현재보다 10% 이상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즉 인류를 괴롭혀온 비만과 만성질환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모래주머니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만 관련 건강 합병증은 1인당 생산성을 3%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미국 성인의 40%가 넘는 비만 발생률과 결합해 계산하면 비만 하나만으로도 국가 전체 총생산량이 1% 이상 깎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비만약 시장의 이중구조

다만 이러한 패턴의 변화는 특정 소비층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아직 가격 부담이 큰 데다 보험 적용도 제한적이다. 자연스럽게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먼저 시장을 형성했고, 식품기업들도 이들의 식습관 변화에 맞춰 제품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가능한 많은 소비자에게 많이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를 겨냥한 프리미엄 영양식과 맞춤형 식단 시장이 먼저 확대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GLP-1 사용자 전용 제품군을 선보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소비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서는 비만치료제 접근성이 새로운 건강관리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미국의 경우 경제적 여건에 따라 비만치료제 접근성이 달라질 경우 건강관리 수준에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비만치료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가정의 경제력이 자녀의 장기적인 건강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프리미엄 시장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높은 약값으로 인해 일부 소비층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됐지만, 향후 비만치료제 보급이 확대되고 가격 부담이 낮아질수록 영양 중심 소비 패턴 역시 일반 식품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선 지난 1월 알약 형태의 ‘먹는 위고비’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출시됐다. 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약 오포글리프론도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주사제에 비해 최대 4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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