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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물류·농업 줄줄이 비상" 폭염·가뭄에 신음하는 유럽, 기후 적응 투자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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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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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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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개월째 이어지는 폭염·가뭄으로 산업 기반 흔들려
냉각수 부족으로 전력 발전 인프라 마비, 태양광 발전량만 급증
실질적 피해 줄이려면 기후 변화 적응 정책 투자 늘려야

유럽 대륙이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을 입었다. 장기간 이어진 이상기후가 수자원 고갈로 번지면서 농업, 물류, 전력 생산 등 주요 산업 기반이 줄줄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유럽의 기후변화 속도가 기존 사회·산업 인프라의 적응 능력을 훌쩍 앞지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감축에 치우쳐 있던 기후 대응 전략을 재조정하고 적응 투자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 덮친 이상기후

7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유럽 사회 및 시장은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봄부터 유럽을 연이어 강타한 이상기후가 장기화하며 역내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폭염은 5월 중순부터 서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했으며, 이후 이베리아반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했다. 6월 하순에는 폭염이 서·중부 유럽 전반으로 확대되며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서유럽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각지에서 가뭄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들어서도 폭염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시작된 고온은 서·중부 유럽과 지중해 연안으로 다시 번졌고, 중순까지 유럽 대부분 지역의 가뭄 상황이 심각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달 말에는 일부 국가에서 산불 피해까지 본격화했다. 스페인의 경우 마드리드와 아빌라, 발렌시아 등을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하면서 대규모 대피 행렬이 이어졌고, 알메리아주 로스가야르도스·베다르 일대에서 최소 12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약 4만2,000헥타르(ha)가 전소됐으며, 한때 2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가뭄에 강물 속속 말라

극단적인 이상기후 속 유럽 각국의 수자원은 빠르게 고갈되는 중이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독일 서부 쾰른과 네덜란드 로비트에서 측정된 라인강의 수위가 관측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에서 흑해로 흐르는 다뉴브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나치 군함 잔해와 매머드 유해가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붙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도 연일 최저수위를 새로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지 농업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온으로 이미 작물의 생육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 가운데, 농작물에 공급할 물까지 부족해지며 수확량 감소가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특히 포강 유역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강과 연결된 관개망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향후 수위가 계속 떨어지면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하류에서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며 농경지와 지하수의 염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단기적인 수확 감소를 넘어 인근 농업 생산 기반 자체를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류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의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선주들은 선박이 바닥에 닿는 것을 막기 위해 화물 적재량을 줄여야 한다. 같은 양의 화물을 옮기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독일 코블렌츠 인근 라인강 카우프 구간의 ‘항행 가능 수심’은 지난달 31일 기준 약 25㎝까지 떨어져 2018년 역대 최저치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화물선은 이미 평상시 적재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화물을 겨우 싣고 운항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원전·화력발전소 가동 차질

전력 발전 분야의 충격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발전소들이 냉각수 확보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헝가리는 자국 전력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팍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고 있다. 냉각수를 공급하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대폭 낮아진 결과다. 팍스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이미 평시의 10%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헝가리 정부는 기업과 시민들에게 자발적인 전력 소비 감축을 요청하고 나섰다.

루마니아 당국은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든 다뉴브강의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조정하기도 했다. 가동이 일부 중단된 체르나보다 원전의 냉각 수로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루마니아에 위치한 포드와 다치아 자동차 공장 두 곳은 전력 소비를 경감하기 위해 2주 이상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세르비아 역시 물 부족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냉각 시스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발전량을 줄인 상태다.

표1. 유럽 폭염·가뭄으로 인한 산업별 피해

분야주요 피해 지역직접적인 영향파급 위험
농업이탈리아 포강 유역 등관개용수 부족과 고온으로 옥수수·밀·해바라기 등의 생육 저하수확량 감소, 해수 역류에 따른 농경지·지하수 염분 증가
물류독일 라인강·다뉴브강수심 저하로 화물선 적재량이 평소의 20% 미만으로 감소선박 추가 투입과 철도·도로 운송 전환으로 물류비 상승
에너지헝가리·루마니아·세르비아냉각수 부족으로 원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및 출력 감축전력 공급 불안, 산업용 전력 제한
자료: 외신 종합

태양광 발전 존재감 커져

다만 폭염이 모든 발전원에 악재가 된 것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전력 생산에 유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지난 6월 EU의 태양광 발전량은 52테라와트시(TWh)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내 전체 전력 생산의 25%에 육박하는 수준이자, 원전, 가스, 풍력, 수력 등 여타 주요 발전원의 발전량을 웃도는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지난 1일 스페인의 하루 태양광 발전량은 259기가와트시(GWh)에 달했으며, 프랑스는 172GWh, 이탈리아는 161GWh, 포르투갈은 28GWh를 기록했다. 모두 8월 기준 최고치다.

이처럼 막대한 발전량이 확보됐음에도 각국이 전력난에 짓눌리는 것은 태양광 발전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지면 전력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며, 저장장치나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으면 낮 동안 발생한 잉여 전력을 저녁 피크 시간대로 옮기기도 어렵다. 실제 올해 여름 유럽에서는 태양광 전력 공급이 넘치는 낮 시간대에 전력 도매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저녁 시간대에 접어들면 전력 가격이 급등하는 극단적인 변동성이 반복적으로 관찰돼 왔다.

유럽의 미흡한 적응 정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타 발전원과 태양광 발전의 격차가 기반 인프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급격히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유럽 국가들 역시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도시와 사회 기반 시설은 기온 상승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EU 회원국 중 전국 단위의 폭염 보건 대책을 갖춘 국가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며, 유럽의 주택, 학교, 철도, 도로, 전력 설비 등도 여전히 온화했던 과거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에어컨 보급률 역시 턱없이 낮다. 지금까지 가정용 냉방 기기가 필수 설비로 취급되지 않았던 데다, 높은 전기 요금과 각국 정부의 엄격한 기후 정책이 에어컨 확산을 억제한 탓이다.

이 같은 허점의 이면에는 폭염·가뭄·홍수·산불 등 이미 현실화한 피해를 줄이는 기후 적응 분야의 투자 부족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1~2025년 EU 공동 예산의 기후 관련 지출 중 72%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완화' 정책에 사용됐다. 기후변화 적응에 배정된 예산은 18%에 불과했고, 두 분야에 함께 쓰인 비용은 9%에 그쳤다. 기후 자문업체 리카르도와 유럽·지중해기후변화센터(CMCC) 연구진 등이 EU 집행위원회 의뢰에 따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EU와 회원국 정부·민간 부문이 기후 재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2050년까지 적응 분야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연간 700억 유로(약 119조7,500억원)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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