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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중동도 불안"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직면한 인도, 바이오연료 정책에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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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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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연료 육성 나선 인도 정부, 사탕수수 등 적극 활용
러시아산 '헐값 원유' 공급은 옛말, 대체 연료 모색 필요성 커져
여타 주요국도 중동發 에너지 리스크 속 바이오연료 비중 확대  

인도 제당업체들이 바이오연료용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자국산 대체 연료 확보 정책에 힘을 싣자, 단순 설탕 수출용으로 쓰이던 사탕수수·당밀이 에너지 공급망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연이어 발생한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바이오연료 확대 흐름은 비단 인도를 넘어 미국, 브라질 등 주요국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인도의 바이오연료 확대 기조

6일 닛케이아시아는 "인도의 에탄올 생산 확대 정책이 세계 최대 규모 설탕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제당업체들이 수출용 설탕 물량 확보에서 힘을 빼고, 사탕수수즙과 당밀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증류 설비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정부의 에탄올 혼합 확대 정책에 따라 인도 설탕 산업의 중심축이 내수 기반 에탄올 생산으로 이동한 결과다.

현재 인도는 국산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를 위해 ‘에탄올 혼합 휘발유(Ethanol Blended Petrol, EB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BP는 사탕수수즙, 당밀, 손상 곡물, 옥수수 등에서 생산한 에탄올을 휘발유에 일정 비율로 섞어 판매하는 제도다. 당초 목표는 2030년까지 에탄올 혼합 비율을 20%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으나, 최근 2025~2026 공급연도로 목표 시점이 앞당겨졌다. 현지 제당업체와 곡물 기반 증류업체들은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연료용 에탄올 생산 설비를 늘려 나가고 있다.

다만 기존의 설탕 수출을 유지하며 에탄올 생산을 늘리기에는 사탕수수 물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6~9월에 걸쳐 지속되는 인도 몬순(우기) 강우량이 올해 엘니뇨로 인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달 인도의 강우량은 평년에 비해 40% 이상 적었다. 현지 농민들은 사탕수수 재배를 미루거나 다른 작물을 대신 심기 시작했고, 사탕수수 수확량 감소는 기정사실화됐다. 이에 인도 정부는 지난 5월 선제적으로 원당·백설탕·정제당 수출 정책을 ‘제한’에서 ‘금지’로 전환하고, 오는 9월 30일까지 일반 설탕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다만 유럽연합(EU)·미국 대상 기존 관세 할당 물량, 정부가 별도로 승인한 물량 등 일부 예외는 수출이 유지된다.

러시아發 가격 안정 효과 약화

인도 정부가 이처럼 공격적인 바이오연료 정책을 펼치는 것은 최근 두드러진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떠올랐다. 서방 제재로 유럽향 판로가 막힌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으로 원유 물량을 돌리면서, 인도 정유사들이 브렌트유 대비 대폭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제치고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고, 인도는 저가 원유를 활용해 정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석유 제품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국을 겨냥한 관세·제재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인도 정유사들이 신규 구매를 대폭 줄인 것이다. 한동안 위축돼 있던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올해 들어서야 재차 증가 흐름을 회복했다. 지난달 인도의 전체 원유 수입은 하루 493만 배럴로 역대 6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러시아산 비중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할인 폭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인도 도착분 러시아산 우랄유는 브렌트유보다 저렴하기는커녕, 배럴당 4~5달러(약 6,000~7,500원)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인도 입장에서 러시아산 원유는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지만, 예전처럼 '헐값 에너지'로 기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러시아산 원유로 비용 부담을 낮추던 기존 구조가 무너진 이상, 내수 기반 대체 연료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짚었다.

美·브라질 등도 바이오연료에 주목

이러한 에너지 공급망 부담은 올해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한층 커졌다.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에 제약이 걸린 탓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통로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가 통과하는 핵심 수출 관문이다. 이 해역의 긴장이 높아지면 유조선 운항 지연, 선박 보험료 상승, 우회 운송 부담 등 리스크가 쌓이며 중동산 에너지 조달 비용이 순식간에 높아진다. 오랫동안 중동 산유국을 주요 에너지 공급처로 둬 온 인도 입장에서는 바이오연료를 비롯한 대체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 같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는 인도 외에도 다수 국가의 바이오연료 정책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재생연료표준(RFS)에 따른 올해 총 재생연료 의무 공급량을 268억1,000만 RIN(Renewable Identification Number)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223억3,000만 RIN 대비 20.1% 증가한 수준이다. RIN은 재생연료 생산·혼합 실적을 증명하는 크레딧으로, RIN 1개는 에탄올 환산 1갤런의 재생연료에 해당한다. 정유사들은 바이오연료 혼합을 통해 RIN을 확보하거나 시장에서 RIN을 매입해 EPA가 부과한 재생연료 사용 의무를 이행한다.

브라질 역시 적극적으로 바이오연료를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브라질은 사탕수수 기반 에탄올 산업과 플렉스연료 차량 보급을 바탕으로 탄탄한 바이오연료 생태계를 갖췄다. 현시점 브라질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CNPE)가 적용하는 휘발유 내 무수 에탄올 의무 혼합 비율은 30%이며, 디젤 내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은 15% 수준이다. 이러한 에너지 구조에 힘입어 브라질은 이란 전쟁발(發) 국제유가 불안 속에서도 휘발유 가격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30% 뛰는 동안 브라질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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