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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국’ 인도 제약업계의 그늘, 가파른 외형 성장세에도 고질적 품질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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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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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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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빗발치는 인도 의약품 시장, 대규모 사망 사고까지
수십 년 전부터 누적돼 온 불신, 구조적 문제 해소 지연
정부 규제 강화에도 단기간 내 품질 개선은 어려워 

인도산 의약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꾸준히 가중되고 있다. 인도 제약업계의 외형이 제네릭 의약품(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의 종류, 함량, 제형, 효능·효과 등이 동일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했음에도 불구, 고질적으로 반복돼 온 품질 논란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제조·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중소 제조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산업 구조와 제네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품질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의약품 둘러싼 잡음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세계의 약국’으로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고질적인 품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감비아에서 발생한 기침 시럽 사망 사고가 꼽힌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인도 메이든 파마슈티컬스가 제조한 소아용 기침·감기 시럽 4종에 대한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해당 제품에서는 산업용 용제 등에 쓰이는 독성 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DEG)과 에틸렌글리콜(EG)이 검출됐으며, 감비아에서는 약물을 복용한 아동이 급성 신장 손상으로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인도산 점안제로 인한 대규모 감염 사태가 일어났다. 202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공눈물 제품인 에즈리케어, 델삼파마 사용 시 항생제 내성 녹농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제품은 인도 첸나이 소재 글로벌파마 헬스케어가 제조했다. CDC에 따르면 당시 관련 제품 3종이 자발적 리콜됐으며, 피해자는 81명에 달했다. 감염으로 인해 시력을 잃거나 안구 적출을 받은 환자도 존재했고, 일부 환자는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에는 인도 내부에서도 기침 시럽 참사가 재발했다. 지난해 인도 마디아프라데시 등에서는 스레산 파마슈티컬이 제조한 콜드리프 시럽을 복용한 아동 20명 이상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보건당국 검사 결과 해당 제품에서는 DEG가 검출됐고, 검출량은 허용치의 약 500배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스레산 파마슈티컬 소유주는 사건 이후 체포됐으며, 스레산 파마슈티컬이 기반을 둔 인도 타밀나두 당국은 회사의 제조 면허를 취소하고 공장을 폐쇄했다.

저품질 약물은 고질적 병폐

인도산 의약품의 위험성은 이미 이전부터 꾸준히 부각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6년 인도 뭄바이 J.J. 병원 참사다. J.J. 병원 참사는 병원에서 사용된 글리세롤 시럽이 DEG에 오염되면서 환자 14명이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현지 조사위원회는 해당 글리세롤이 산업용 공급망을 통해 조달됐으며, 원료의 품질 검증 및 조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 1998년 인도 구르가온에서도 DEG가 섞인 기침약을 복용한 아동 최소 33명이 급성 신부전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네릭 의약품 분야에서도 잡음은 반복됐다. 지난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란박시의 인도 데와스와 파온타 사히브 공장에서 생산된 30개 이상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수입 경보를 발령했다. 란박시는 한때 인도 최대 제네릭 제약사로 꼽혔던 기업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대규모로 의약품을 공급했었다. FDA는 해당 시설의 현행 우수제조관리기준(cGMP) 위반을 문제 삼았고, 이후 파온타 사히브 공장에 대해서는 의약품 승인 신청 자료의 신뢰성 의혹까지 제기했다. 란박시 미국 법인은 2013년 불량 의약품 제조·유통, FDA에 대한 허위 진술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5억 달러(약 7,64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2013년 벌어진 워크하트 사태도 유사한 성격을 띤다. 워크하트는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제약사로, 미국 시장에도 제품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FDA는 2013년 마하라슈트라 왈루즈 공장과 관련해 경고서를 발부하고 수입 경보를 냈다. 해당 공장이 안정성 시험 프로그램과 품질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FDA는 워크하트 측이 공장 점검 과정에서 ‘trial injection’으로 표시된 시험 주입 데이터가 실제 표준 용액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완제품 배치 샘플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회사가 어떤 샘플을 어떤 절차로 시험했는지, 그리고 어떤 시험 결과를 공식 품질 기록으로 남겼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의약품 품질 시험에서 이 같은 기록 공백은 데이터 신뢰성 훼손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산업 구조상 한계에 '발목'

인도산 의약품의 품질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산업 구조 자체의 취약성이 있다. 인도 제약업계는 제조사 간 품질 관리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수출 제약사는 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 규제 기관의 감시를 받으며 비교적 높은 기준을 적용받지만, 내수 중심 중소 제조사와 하청 생산 업체는 설비·인력·시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반복되는 기침 시럽 사망 사고다. 사고 약품에 포함된 DEG와 EG는 의약품용 글리세린이나 프로필렌글리콜과 외관상 구별이 어렵고, 산업용 원료 공급망을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유통된다. 제조사가 원료 입고 단계에서 배치 시험을 생략하거나, 공급업체의 서류만 믿고 원료를 투입할 시 독성 용제가 그대로 완제품에 섞일 수 있는 구조다.

제네릭 산업 특유의 가격 압박도 위험 요소다. 인도 제약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설비 개선, 품질 관리, 시험 장비 투자, 원료 공급망 검증 등에 추가 비용을 투입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조율할 규제 권한 역시 분산돼 있다. 인도 의약품 규제는 중앙정부 산하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와 각 주 정부의 의약품 규제당국이 나눠 맡는다. 중앙당국은 신약, 임상시험, 수입 의약품, 일부 품질 기준 등을 총괄하고, 실제 제조 허가와 현장 감독은 주 단위 규제기관이 담당하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역별 규제 강도의 격차를 낳는다. 한 주에서 허가를 받은 제조사가 다른 주나 해외로 제품을 유통할 경우,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품질 리스크가 묵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전 예방보다 사후 단속을 중시하는 현지 당국의 관행 역시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손질에 힘을 싣고 있다. 일례로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지난 2023년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스케줄 M(Schedule M)’을 전면 개정했다. 개정된 기준의 핵심은 기존 우수제조관리기준(GMP)을 강화해 품질 위험 관리, 설비 적격성 평가 등의 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대형 제조사는 2024년 6월부터 새 기준을 적용받았고, 연 매출 2억5,000만 루피(약 40억원) 이하의 중소 제조사는 설비 개선 및 인력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지난해 12월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문제는 규제 강화가 단기간 내 실질적인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도 제약업계에는 중소 제조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이 중 상당수는 설비 현대화 및 인력 확충에 필요한 자금력이 부족하다"며 "규제가 갑작스럽게 강화되면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규정 준수를 미루거나 형식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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