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희토류 끊긴 일본, 15년 ‘탈중국 사투’에도 전기차·반도체 장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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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일 중희토류 수출 허가 봉쇄 비축분 감소 등 제조 현장 생산 차질 확산 단기 수급 방어력 약화, 향후 1년이 고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일본이 15년간 구축한 공급망 방어선의 급소를 파고들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무력 충돌)’ 발언 이후 대일 수출 허가가 잇달아 막히면서 올 상반기 핵심 희토류 2종 수입량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약 80% 급감했다. 지난 15년여간 전체 희토류의 대중 의존도를 60%까지 낮추긴 했지만,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사실상 전량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데다, 대체 공급망이 실질적인 공급 능력을 갖추기까지 수년이 필요해 장기간의 원료 수급 불안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희토류 수입 80% 증발
19일 일본 재무성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의 핵심 희토류 2종 수입량은 중국의 수출 제한 이전인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해 약 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 자석의 내열성을 높이는 필수 원료인 디스프로슘-철 합금의 경우, 올 상반기 일본 수입량은 13톤에 그쳐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82% 폭락했다. 반도체 식각 장비 부품의 내구성 코팅에 쓰이는 산화 이트륨 수입량 역시 20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급감했다.
특히 6월에는 공식 수입량이 전무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6월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한 갈륨·디스프로슘·터븀·이트륨 물량은 모두 ‘0’이었다. 중국의 전체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이 같은 달 5,649톤으로 5월보다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일본을 겨냥한 허가 지연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은 일본에 완제품 영구자석을 계속 공급하면서도 자석 제조에 필요한 중희토류 원료의 반출은 차단하고 있다. 일본 자석업체의 자체 생산을 압박하는 동시에 중국산 완제품 의존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공급망의 병목을 정밀하게 겨냥한 셈이다.
'대만 유사시' 발언이 촉발한 희토류 보복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와 영구자석용 희토류 가공의 90% 이상을 틀어쥔 중국은 이를 강력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휘두르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국회 발언이었다. 중국은 발언 철회를 요구한 뒤 올해 1월 일본의 군사용자와 군사 용도에 쓰이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금지했다. 2월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계열사 등 20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고, 스바루·TDK·미쓰비시머티리얼 등 20곳은 감시 명단에 편입했다. 6월 말 감시 대상 20곳이 추가되면서 중국 당국의 심사는 일본 방위산업과 소재·전자 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중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산업용 로봇, 반도체 제조장비에 쓰이는 고성능 자석의 내열성을 높인다. 사용량은 적어도 빠른 대체가 어렵고, 한 품목이 막히면 부품 인증과 생산계획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로이터통신이 도쿄증권거래소 공시를 집계한 결과, 희토류를 언급한 정기 공시는 지난 10년간 월 40건 미만이었으나 올해 5월 이후 두 배로 늘었다. 5~6월 공시 약 200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중국의 통제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향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日 주요 소재 기업 직격탄
실제로 중국발 공급 공백은 일본 자석 제조 현장부터 파고들었다. 일본 신에쓰화학은 최근 디스프로슘 함유 자석의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자동차가 확보한 희토류 재고도 올해 중반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파악됐다. 중국산 완제품 영구자석은 정상적인 물량이 유입되고 있으나 중희토류 원료를 직접 조달해 자석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비축분 감소와 가격 상승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비철금속 대기업인 미쓰이 킨조쿠(Mitsui Kinzoku)의 경우 지난 4월 중국 랴오닝성에 개설한 희토류 판매 사무소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후쿠오카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려던 반도체 장비용 희토류 제품의 생산에도 차질을 겪고 있다. 글로벌 자석 제조사인 프로테리얼(Proterial)도 지난달까지 중국산 디스프로슘에 대한 수출 허가를 전혀 받지 못한 채 기존 비축 물량으로 버티는 실정이다.
표1. 일본 희토류 공급망의 대중 의존도와 품목별 취약성
| 구분 | 2010년 | 최근 | 공급망 평가 |
|---|---|---|---|
| 전체 희토류 | 중국산 비중 약 90% | 중국산 비중 약 60% | 수입처 다변화로 평균 의존도 하락 |
| 경희토류 | 중국 중심 조달 | 호주·동남아시아로 공급선 분산 | 대체 조달 기반 확보 |
| 디스프로슘·터븀 | 중국 의존 | 대중 의존도 100% 육박 | 공급 중단 위험 집중 |
| 대응 전략 | 수입처 다변화 착수 | 국가 비축·재활용·사용량 절감 기술 확대 | 중희토류 조달 취약성 지속 |
비축·재활용·절감 투자에도 중희토류 공백 지속
올해 초만 해도 다카이치 정부는 자국 희토류 공급망을 정비한 만큼 중국과의 장기전도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당시 중국발 희토류 통관이 사실상 멈춘 이후, 수입처 다변화와 국가 비축, 재활용, 중희토류 사용량 절감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기 때문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희토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약 90%에서 최근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다카이치 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를 떠받치는 공급망 방어 논리로 활용됐다.
하지만 평균 의존도의 하락은 품목별 조달 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경희토류 공급선은 호주와 동남아시아로 분산됐지만,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대중 의존도는 여전히 100%에 육박한다. 중국의 압박은 일본이 대체 공급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희토류에 집중됐고, 15년간 쌓아온 공급망 방어선의 취약 지점도 이곳에서 불거졌다. 전체 수입 비중을 낮춘 성과가 특정 원료의 공급 중단을 막아주는 방어막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호주·프랑스 카드도 중국산 대체 역부족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가 이 공백을 메울 첫 상업 공급처로 투입됐으나 생산 규모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일본 엔지니어링 기업 소지쓰와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공동 설립한 일·호주희토류(JARE)는 지난해 10월 라이너스산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일본 반입을 시작했고, 올해 계약을 확대해 중·중희토류 생산량의 75%를 확보했다. 그러나 라이너스의 올해 1분기 디스프로슘·터븀 생산량은 합계 8톤으로, 중국이 2024년 일본에 수출한 두 원소의 월평균 물량 14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선 공급권을 확보해도 기존 중국산 물량을 대체하려면 광산 증산과 분리·정련 설비 확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은 물량의 부족분을 보완하기 위해 프랑스 공급망도 병행 구축하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JOGMEC와 이와타니산업이 투자한 프랑스 희토류 기업 카르마그(Caremag)는 남서부 라크에 중희토류 재활용·정련시설을 건설 중이며,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이 시설은 연간 폐자석 2,000톤과 광산 정광 5,000톤을 처리해 현재 세계 생산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디스프로슘·터븀 산화물 6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측은 생산량의 5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했지만 공장은 아직 가동 전이며 건설과 시운전, 수율 안정화 일정까지 감안하면 중국발 공급 공백을 당장 메우기는 사실상 어렵다.
미나미토리시마 해저 희토류 개발, 탈중국 성패 분수령
국내 정련시설 확충도 공급 제한이 시작된 뒤에야 속도를 내고 있다. 신에쓰화학은 후쿠이현에 최소 350억 엔(약 3,070억원)을 투입해 희토류 정련시설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는 사업비의 절반인 175억 엔(약 1,5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에쓰화학이 일본에 새 정련시설을 짓는 것은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아직도 총투자액과 생산능력, 가동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공급 제한이 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시설이 실제 생산에 투입되려면 건설과 시운전, 고객사 인증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본은 폐가전과 전기차 모터에서 희토류 자석을 회수하는 ‘도시 광산’ 사업에도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이 역시 대체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기차와 고효율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시점부터 실제 폐기 물량이 대량으로 나오기까지 장기간의 간극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활용 설비가 상업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초기 공급량은 전체 산업 수요의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보조금은 이 간극을 메우는 정책 수단으로 투입되고 있으나 중국산 원료가 빠진 물량 자체를 즉각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심해 희토류 개발도 당장의 공급 절벽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0㎞ 떨어진 미나미토리시마 배타적경제수역의 수심 약 6,000m 해저에 묻힌 희토류 진흙을 개발해 2028년 이후 상업 이용에 나설 방침이다. 추정 매장량은 1,600만 톤으로 일본의 지난해 희토류 수요 2만1,181톤을 크게 웃돌지만,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가 올해 2월 수심 5,569m에서 회수한 진흙은 50톤에 그쳤다. 내년 2월부터 하루 350톤 규모의 채굴·운송·분리·정련 실증에 들어가도 경제성 평가 완료 시점은 2028년 3월이다. 게다가 해저에서 퍼 올린 진흙을 미나미토리시마로 운반해 탈수한 뒤 일본 본토로 다시 옮겨 제련해야 하는 고비용 공정도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미나미토리시마 개발에 성공하면 일본은 중희토류 원료 조달과 분리·정련을 잇는 자국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고, 중국은 세계 최대 수요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을 핵심 고객으로 잃게 된다. 반대로 상업화가 채산성의 벽에 막히면 15년간 탈중국 투자를 이어온 일본조차 중희토류 자립에 실패했다는 신호가 세계 시장에 확산되며 중국의 공급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1년 남짓이 희토류 시장의 향방을 가를 고비”라며 “일본이 이 기간 채굴·정련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독자 공급망 구상은 동력을 잃고 중국과 공급 조건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