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제한에 막힌 자금줄 다시 연다” 中 로봇기업 줄줄이 홍콩 IPO, 외자 가뭄 돌파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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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로봇 양산 경쟁 정책 자금에서 공개 시장으로 조달축 이동 홍콩 IPO 통해 생산설비·해외 진출 재원 등 확보

중국 로봇 기업들이 홍콩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로보테라가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가운데 엔진AI와 AI² 로보틱스, 즈위안로봇도 잇달아 상장 채비에 나섰다. 이들의 홍콩행에는 중국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축을 정책자금에서 공개시장으로 옮기려는 중국 당국의 전략이 깔려 있다. 상장 문턱 완화와 심사 단축, 본토·해외 유동성의 결합이 맞물리면서 홍콩은 중국 첨단산업의 양산과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조달 기지로 부상했다.
"10억 달러 승부수" 로보테라, 홍콩행 채비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로보테라는 홍콩 IPO를 통해 8억∼10억 달러(약 1조1,287억~1조4,11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조달액은 지난 3월 전략적 투자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 14억 달러(약 1조9,750억원)의 70%에 이른다. 상장이 성사되면 양산설비 확충과 핵심 부품 내재화, 해외 판매망 구축에 필요한 성장자금을 일시에 확보하게 된다.
로보테라는 2023년 8월 칭화대 교차정보연구원에서 출범했다. 창업자 천젠위는 칭화대 정밀기기학과와 미국 UC버클리에서 로봇 제어를 연구한 뒤 2020년 칭화대 교수로 합류했으며, 이족보행형 L7과 바퀴형 Q5, 12자유도 로봇 손 XHAND1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로보테라 측에 따르면 구동장치와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포함한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 비중은 95%를 웃돈다. 부품 조달비용과 공급망 변수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역량은 대규모 양산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유입 속도도 가파르다. 로보테라는 지난 3월 1억3,900만 달러(약 1,96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4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5월에는 순펑그룹과 HSG, IDG캐피털이 주도한 투자에서 2억 달러(약 2,82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두 달간 조달한 자금만 3억3,900만 달러(약 4,780억원)에 달한다. 특히 순펑그룹은 재무적 투자와 물류 현장 제공을 병행하고 있다. 로보테라가 물류·제조 작업용으로 개발한 바퀴형 상반신 휴머노이드 로봇 'M7'은 순펑과 중국우정그룹이 운영하는 10여 개 물류센터에서 소형 화물 투입과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누적 1,000대 단위의 출하가 시작됐다.
엔진AI·AI²도 가세
선전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엔진AI도 지난 6월 홍콩거래소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설립된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중신증권이 상장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엔진AI는 앞서 2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약 2조1,170억원)를 인정받았다.
선전의 AI² 로보틱스(AI² Robotics)도 홍콩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AI²는 지난해 9월 향후 1∼2년 안에 IPO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으며, 올해 들어 홍콩을 유력한 상장지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설립된 AI²는 공장 조립과 품질검사, 성능시험에 투입하는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 ‘알파봇2’를 개발했다. 알파봇2는 6개 바퀴로 이동하며 사람 형태의 상반신과 양팔을 이용해 작업을 수행한다. 자체 개발한 시각·언어·행동 모델 ‘알파브레인’이 주변 환경과 작업 지시를 해석해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AI²는 지난해 상반기 1,500만 달러(약 2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같은 해 9월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HKC와 3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1,000대 이상을 공급하는 7,000만 달러(약 98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AI²의 자금 조달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9월까지 벤처 투자사로부터 1억4,000만 달러(약 1,976억원)를 유치했으며, 이후 추가 투자로 누적 조달액이 8억9,000만 달러(약 1조2,560억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투자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8억∼30억 달러(약 3조9,533억~4조2,360억원)로 전해진다. 홍콩 IPO는 매출과 수주잔고, 로봇 납품 실적을 공개시장 평가에 연결하는 후속 자금 조달 수순으로 풀이된다.
즈위안·림엑스도 홍콩행, 자본 조달전 격화
상하이의 즈위안로봇(AgiBot) 역시 홍콩 IPO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중국 매체는 즈위안로봇이 중신증권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모건스탠리를 공동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가치 51억∼64억 달러(약 7조2,000억~9조원)를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2023년 2월 화웨이 출신 덩타이화가 설립한 즈위안로봇은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5,000대 이상의 양산을 추진했고, 비상장 시장에서 28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유자본과 지방정부 계열 펀드, 산업계 투자자를 폭넓게 유치해 온 만큼 홍콩 상장 과정에서는 매출의 지속성과 계열·관계사 거래, 정부 조달 비중이 주요 심사 항목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선전의 림엑스다이내믹스(LimX Dynamics)도 상장을 염두에 둔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IDG캐피털과 렌즈테크놀로지, 니오캐피털 등이 참여한 상장 전 투자에서 2억 달러를 확보했으며, 최근 6개월간 누적 조달액은 4억 달러(약 5,647억6,000만원)에 달했다. 림엑스다이내믹스는 조달금을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배치와 생산·납품 역량 확충, 유럽·중동·아시아 판매망 구축에 투입할 방침이다. 최근 공식 발표에서 구체적인 상장지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투자 라운드를 ‘프리 IPO’로 명시해 공개시장 진입 준비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표1.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IPO 추진 일정
| 기업 | IPO 추진 일정 | 진행 단계 | 상장 예정지 |
|---|---|---|---|
| 로보테라 | 구체적인 일정 미공개 | IPO 검토 | 홍콩 |
| 엔진AI | 2026년 6월 비공개 상장 신청서 제출 | 상장 심사 준비 | 홍콩 |
| AI² 로보틱스 | 2026~2027년 추진 목표 | 상장지 검토 | 홍콩 |
| 즈위안로봇 | 구체적인 일정 미공개 | 주관사 선정·상장 협의 | 홍콩 |
| 림엑스다이내믹스 | 구체적인 일정 미공개 | 프리 IPO 투자 완료 | 홍콩 |
정책펀드의 한계, 中 자본시장 개방 가속
중국 로봇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 준비에는 중국 정부의 기술기업 육성 방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조성한 보조금·정책펀드는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 초기 수요 창출을 떠받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산업의 외형이 커질수록 정부 재정과 국유자본에 집중된 조달 체계의 부담도 무거워졌다. 이에 중국 당국은 상용화 단계의 성장자금을 증시에서 끌어오도록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있다. 정책자금이 초기 기술 위험을 감수하고 민간 투자자가 양산 이후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분업 구도다.
자본시장으로 방향을 튼 데는 미국 주도의 금융 분리 압력도 작용했다. 미국은 2018년 무역분쟁 이후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수출통제와 투자 제한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발효한 해외투자안보프로그램(Outbound Investment Security Program)'은 반도체와 양자정보기술, 특정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미국인의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거나 신고 대상으로 묶은 제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딜로직 집계에서 중국 벤처투자 업계로 들어온 외국 자금은 2023년 37억 달러(약 5조2,200억원)로 전년보다 60%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기술기업이 최근 2년간 IPO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2,170억 달러(약 306조1,870억원)에 그쳤고, 미국 기술기업은 1조4,000억 달러(약 1,975조4,000억원)에 달했다. 해외 자금 유입 둔화와 6배가 넘는 조달 규모의 격차는 양산과 해외 진출 속도를 제약하는 금융 병목으로 꼽힌다.
상장 규제 풀고 심사 단축
중국 당국은 이 자금 공백을 홍콩을 통해 메우기 시작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2024년 4월 홍콩 자본시장 협력을 위한 5대 조치를 발표하고 업종별 선도기업의 홍콩 상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후강퉁(홍콩↔상하이)·선강퉁(홍콩↔선전)의 상장지수펀드 편입 범위를 넓히고 부동산투자신탁과 위안화 거래창구를 교차거래 체계에 포함하는 조치도 내놨다. 이에 따라 본토 기업은 중국 가계·기관의 유동성을 끌어들이면서 해외 장기투자자의 평가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상장과 유통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초기 투자자의 회수 경로가 넓어졌고, 벤처캐피털과 산업자본에도 후속 투자 여력이 생겼다. 홍콩이 기술기업의 성장자금 수요와 벤처투자의 회수 수요를 함께 흡수하는 구조다.
홍콩거래소도 중국 기술 기업 유치를 겨냥해 상장 문턱과 심사 절차를 잇달아 손질했다. 2023년 신설한 메인보드 상장규정 18C장(Chapter 18C)은 로봇·AI·자율주행·반도체 등 전문기술 기업에 별도의 상장 경로를 제공하는 제도다. 2024년 9월에는 상업화 기업의 최소 시가총액을 60억 홍콩달러에서 40억 홍콩달러(약 7,230억원), 상업화 이전 기업은 100억 홍콩달러에서 80억 홍콩달러(약 1조4,460억원)로 낮춰 자금 조달의 문호를 넓혔다.
심사 기간의 불확실성도 줄였다. 상장 서류를 규정에 맞게 갖춘 일반 신청 건은 각 규제기관이 중대 쟁점 유무를 최장 40영업일 안에 판단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본토 A주 상장사 가운데 최근 2년간 중대한 규제 위반이 없고 예상 시가총액이 100억 홍콩달러(약 1조8,070억원) 이상인 기업에는 30영업일 신속 심사 경로가 적용된다. 지난해 5월에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와 기술기업 전담 채널을 가동해 사전 상담과 비공개 신청까지 허용했다. 이를 통해 로보테라 같은 비상장사는 이 채널을 활용해 상장 준비 과정의 불확실성과 사업정보 노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자금 흡수력 회복
제도 개편은 공모 실적에 즉각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AI 신약개발과 가정용 로봇, 데이터 인프라 등 중국 기업 6곳이 홍콩 증시에 동시에 입성해 69억9,000만 홍콩달러(약 1조2,500억원)를 조달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은 119건, 374억 달러(약 52조7,500억원)로 단일 거래소 기준 세계 1위였다. 올해 상반기 조달 규모도 85건, 2,099억 홍콩달러(약 37조9,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본토 A주 상장사의 홍콩 H주 추가 상장인 A+H 거래 24건과 18C 기업 13곳이 전체 조달액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후강퉁·선강퉁을 통한 본토 자금의 남향 순유입이 지난해 74%가량 늘어나며 홍콩의 자금 흡수력도 한층 두터워졌다.
홍콩의 자금 통로가 넓어지자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할 공개시장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점차 힘을 잃는 분위기다. 홍콩거래소 집계에서 지난해 주식 발행시장 상위 20대 초석투자자 가운데 10곳은 아시아와 유럽, 북미의 국부펀드·장기 운용사였다. 본토 자금과 국제기관이 같은 공모에 참여하면서 기업가치는 본토 투자자의 성장 기대와 국제 투자자의 수익성 기준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이런 가격 발견 구조가 안착하면 중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평가 체계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