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없으면 DUV로" 中 CXMT 미세공정 진전, 노광장비 격차 속 현지 반도체 생태계 확장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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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DUV 멀티패터닝으로 5세대 D램 공정 마련 ASML 장비 수입 차질 속 DUV 활용·EUV 개발 가속화 아직 뚜렷한 노광장비 기술 격차, 이외 부문은 성장세 뚜렷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미세 공정 양산에 착수했다. 미국발(發)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심자외선(DUV) 장비와 멀티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공정 미세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DUV 기반 멀티패터닝은 공정 복잡도, 비용, 수율 등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며, 현지 업체들의 자체 EUV 장비 개발 노력 역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식각·증착·세정과 후공정 등 여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 한계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DUV 공정으로 승부수 띄운 CXMT
20일(현지시각) CMXT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제조업대회’에서 D램 메모리 셀의 핵심 구조 간격을 11.95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줄인 5세대 D램 공정을 개발해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세화의 핵심은 DUV 장비로 회로 패턴을 여러 차례 나눠 새기는 멀티패터닝 방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CXMT는 해당 공정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만들 수 있는 칩 수가 최소 50% 늘었으며, 현재 24기가비트(Gb) 저전력 D램(LPDDR5X) 2종이 이 공정에서 양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밝힌 50%라는 수치는 웨이퍼에서 나오는 전체 칩 수 기준으로, 실제 수율이 50%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절대적인 D램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경우, 수율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는 4세대 HBM(HBM3) 등 제품의 공급 여력이 확대될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CXMT가 DUV를 통해 공정을 미세화한 것은 미국발 수출 규제로 인해 EUV 노광장비 수급에 제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노광장비 규제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2019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전 세계 EUV 시장을 독점하는 ASML의 대중국 EUV 노광장비 수출 허가 갱신을 막았고, 중국은 2019년 이후 EUV 장비 자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 2022년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포괄적 수출통제를 도입하면서 미국산 장비·기술 공급과 미국인의 생산 지원까지 제한했고, 네덜란드는 2023년 9월부터 ASML의 고성능 침지식 DUV 장비를 중국 등에 수출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2024년 9월에는 보다 낮은 사양의 침지식 DUV 장비까지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 대상으로 편입됐고, 미국도 같은 해 12월 해외직접생산품(FDP) 규칙 등을 강화해 미국 기술·부품이 활용된 외국산 반도체 장비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멀티패터닝의 구조적 한계
이런 가운데 CXMT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업체가 택한 우회로가 DUV 기반 멀티패터닝이다. 일반적인 노광 공정은 하나의 회로 패턴을 한 장의 마스크에 담아 웨이퍼 위에 한 번에 전사하지만, 멀티패터닝은 한 번의 노광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 패턴을 둘 이상으로 나눈 뒤 각각 따로 노광·식각해 최종적으로 하나의 회로를 만든다. 대표적인 멀티패터닝 기술로는 LELE(Litho-Etch-Litho-Etch)와 SADP·SAQP(Self-Aligned Double/Quadruple Patterning) 등이 있다. LELE는 첫 번째 패턴을 노광·식각한 뒤 그 사이에 두 번째 패턴을 다시 노광·식각하는 방식이며, SADP와 SAQP는 먼저 비교적 넓은 간격의 기준선인 '맨드럴(mandrel)'을 만든 뒤 그 양옆에 얇은 스페이서층을 증착하고 식각하는 과정을 반복해 선의 밀도를 두 배 또는 네 배로 높이는 구조다.
문제는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멀티패터닝의 한계가 역시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미세 공정에서 멀티패터닝을 활용할 경우, 하나의 층을 완성하기 위해 노광·증착·식각·세정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해 공정 단계와 생산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아울러 각각의 패턴을 수 나노미터 단위로 정확하게 겹쳐야 하는 만큼 오버레이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맨드럴 두께나 스페이서 증착·식각 과정의 미세한 편차가 누적되며 최종 패턴 위치가 어긋날 수도 있다. 이는 수율 하락 및 전반적인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체 EUV 개발 노력 지속
중국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자체 EUV 장비 개발에도 힘을 쏟아 왔다. 중국과학원(CAS) 산하 창춘광학정밀기계물리연구소(CIOMP)는 2008년 국가 중대 과제인 '02 프로젝트'를 통해 EUV 노광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2016년 13.5nm EUV 광원을 이용하는 소형 노광 광학계를 구축해 32nm 선폭의 포토레지스트 패턴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국과학원 광전기술연구소(IOE)도 진공 시스템, 웨이퍼·마스크 스테이지, 진동 제어 및 초점 검출 기술 등을 확보했다. 이는 상용 EUV 장비 개발에 필요한 광학계 및 정밀 구동·진공 시스템을 국산화하기 위한 초기 연구 단계였다.
이후 민간 시장에서도 관련 기술 확보 노력이 이어졌다. 중국 최대 노광장비 업체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2023년 3월 'EUV 방사 발생기 및 노광장비' 특허를 출원했고, 해당 특허는 2024년 9월 공개됐다. 화웨이 역시 2021년 EUV 노광장비용 거울 및 제어 기술 관련 특허를, 2022년 미세 거울을 활용하는 마스크리스 EUV 노광 기술에 관한 국제 특허를 각각 냈다. 이는 EUV 광원·반사광학계·패터닝 방식 등 핵심 요소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후 중국의 노력은 완성형 장비 단계까지 진전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2025년 1월 선전의 보안 연구시설에서 자체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장비는 전직 ASML 엔지니어들이 ASML의 EUV 시스템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으며, 공장 한 층을 거의 채울 정도의 대형 시제품 형태로 제작됐다고 전해진다.
표1. 중국의 반도체 노광장비 자립 노력
| 시기 | 주체 | 주요 내용 |
|---|---|---|
| 2008년 | 중국과학원 창춘광학정밀기계물리연구소 | 국가 중대 과제 ‘02 프로젝트’를 통해 EUV 노광 기술 개발 착수 |
| 2016년 | 창춘광학정밀기계물리연구소 | 13.5nm EUV 광원 기반 소형 노광 광학계 구축, 32nm 선폭 포토레지스트 패턴 구현 |
| 2021년 | 화웨이 | EUV 노광장비용 거울 및 제어 기술 관련 특허 출원 |
| 2022년 | 화웨이 | 미세 거울을 활용한 마스크리스 EUV 노광 기술 국제 특허 출원 |
| 2023년 |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 ‘EUV 방사 발생기 및 노광장비’ 특허 출원 |
| 2025년 | 중국 보안 연구시설 | 선전에서 자체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착수 |
| 2026년 | 상하이 아이성나 | 현지 노광장비 개발팀을 통합해 DUV 장비 생산 추진, 연간 5대 생산 목표 |
| 2027년 | 상하이 아이성나 | DUV 노광장비 생산량을 연간 20대로 확대할 계획 |
단기간 내 ASML 대체 어려워
이 같은 노광장비 자급 행보는 DUV 부문에서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한 바를 종합하면,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 아이성나(愛晟納) 전자기술그룹'은 현지 노광장비 스타트업 유량성(Yuliangsheng),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장비(SMEE) 등의 팀들을 흡수해 DUV 노광장비 생산을 주도 중이다. 이들은 올해 5대, 내년 20대의 노광장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중신궈지(SMIC)·화훙반도체·CXMT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제조 업체에 제품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국의 자립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중국 장비의 해상도, 처리 속도, 장비 안정성, 수율 등이 ASML 제품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단기간에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산 장비가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ASML 제품에 뒤처져 즉각적인 상업적 위협은 제한적이라고 전했으며, 반도체 산업 전문가 폴 트리올로 DGA-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파트너 역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장비를 만들어 고객사에 전달하는 것과 1년 내내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양산 공정에서 검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中 반도체 산업 '활로'는
반면 이런 문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한계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중국 업체들이 최첨단 노광장비 외 분야에서 속속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2019~2024년 중국 업체들은 첨단 패키징용 식각·세정 장비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약 10%P 끌어올렸으며, 증착 장비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해당 분야의 대표 주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테크놀로지다. 나우라는 식각과 PVD·CVD, 세정, 열처리, 이온주입, 본딩 등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후공정 부문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조립·테스트(OSAT) 시장에서 중국 JCET는 매출 50억 달러(약 6조8,740억원)로 세계 3위, 통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33억2,000만 달러(약 4조5,640억원)로 4위, 화톈테크놀로지는 20억1,000만 달러(약 2조7,630억원)로 6위를 기록했다. 이 중 JCET는 인공지능(AI) PC와 스마트폰용 패키징 수요를 흡수하고 있으며, 통푸는 미 팹리스 AMD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해 통신·컴퓨팅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확대 중이다.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CSET 집계를 살펴보면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선형·디스크리트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점유율은 2019년 이후 약 70%까지 상승한 상태다. 성장을 주도한 업체로는 항저우의 창촨테크놀로지, 베이징의 AccoTEST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