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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EU 공동 차입 확대의 명암, 자금 조달 혜택에 커지는 상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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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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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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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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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부채 5년 만에 5배 증가, GDP 대비 5.4%
EU 채권·회원국 국채 간 투자 경쟁 및 이자 부담 확대
재정 여력 축소 속 신규 자체재원 확보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EU가 회원국을 대신해 조달한 부채는 2020년 회원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9%에서 2025년 5.4%로 확대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5년 만에 5배로 늘어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공공부채를 합친 규모에 근접했다. 이 같은 부채 증가는 EU의 자금 조달 역할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재정난을 겪는 회원국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 지원이 확대되면서 채권 발행도 정례화됐다. 올해는 은행들이 공동으로 발행을 주관하는 신디케이트 방식을 통해 일곱 번째 채권 발행에서 110억 유로(약 16조원)를 조달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회원국 정부와 함께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채권 발행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EU 공동 차입 확대와 부채 누적

팬데믹 이전 EU의 자금 지원은 유로존 회원국을 위한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M), 비유로존 국가에 대한 국제수지 지원, 비EU 국가를 대상으로 한 거시금융지원(MFA) 등 세 가지 대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EU가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지원 대상국에 빌려주고 해당 국가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백투백(back-to-back)’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EU가 직접 부담하는 재정 비용은 제한적이었으며 채권 발행 규모와 시점도 지원 대상국의 자금 수요에 따라 결정됐다.

이러한 구조는 팬데믹을 계기로 크게 달라졌다. 대규모 경기 부양과 고용 지원을 위해 공동 차입이 확대되면서 EU의 재정 지원 범위도 넓어졌다. 고용지원 프로그램(SURE)을 통해 19개국에 984억 유로(약 147조원)를 대출했으며, ‘넥스트제너레이션EU(NextGenerationEU)’ 경제회복기금을 통해 3,380억 유로(약 506조원)의 보조금과 최대 3,858억 유로(약 578조원)의 대출을 지원했다. 재정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EU의 채권 발행도 급증했다. 유럽 경제정책 연구기관 브뤼겔(Bruegel)에 따르면 2023년 5월 유통 중이던 약 4,000억 유로(약 599조원)의 EU 채권 가운데 85%가 2020년 이후 발행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최대 1,500억 유로(약 225조원) 규모의 방위산업 투자 지원 프로그램(SAFE)까지 추가됐다. 이와 같이 기존 부채의 상환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재정 지원 수요가 발생하면서 EU의 장기적인 채무 부담도 커지는 양상이다.

주: EU 채권 잔액 6,905억 유로(약 1,034조원) 가운데 넥스트제너레이션EU가 약 70%를 차지하며 SURE와 SAFE를 크게 웃돌았다.

EU 채권과 회원국 국채 간 투자 경쟁

EU의 채권 발행 확대는 회원국의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와 회원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은행과 보험사 등 주요 금융기관을 비롯한 동일한 투자자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EU 채권은 독일·프랑스 국채와 유사한 규제 혜택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규제하는 바젤Ⅲ 기준에 따라 위험가중치 0%가 적용되며 보험사에도 별도의 자본 부담이 부과되지 않는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느 채권을 보유하더라도 규제상 부담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그러나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EU 채권이 독일 국채보다 높은 금리에 거래된다. 독일 국채(분트) 대비 EU 10년물 채권의 금리 차이는 2021년 약 20bp에서 2022년 10월 80bp 이상으로 확대됐다. 거래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채권을 사고팔 때 발생하는 거래 비용을 나타내는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독일·프랑스 국채의 두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리 차이를 회원국 국채와의 투자 경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브뤼겔은 2022년 금리 격차가 확대된 주요 원인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긴축과 채권 가격 산정 방식의 차이를 지목했다. EU 채권은 독일 국채 금리가 아닌 금융기관 간 금리 교환거래에 적용되는 스와프 금리를 기준으로 발행 조건이 결정된다. 따라서 두 기준금리 간 격차가 벌어지면 독일 국채 대비 EU 채권의 금리 차이도 확대될 수 있다. 집행위가 경쟁입찰 방식의 채권 경매보다 은행들이 발행을 주관하는 신디케이트 방식에 크게 의존하는 점도 차입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주: EU 발행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25년 5.4%로 확대됐으며 이를 포함한 포괄적 정부부채 비율은 기존 지표보다 1.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자 부담 급증 속 재원 확보 불확실

EU 채권의 금리가 회원국 국채보다 높게 형성되더라도 공동 차입의 이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인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동유럽 등 일부 회원국은 EU를 통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 차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EU 전체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증가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이자 지출은 179억 유로(약 27조원)로 2022년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회원국에 지급한 보조금의 이자는 EU 공동 예산에서 충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자 지출이 늘어나면 교육과 사회복지 등 기존 정책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유럽의 교육·교류 지원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Erasmus+)를 비롯한 주요 사업도 동일한 예산 한도 내에서 운영되는 만큼 부채 상환 비용 증가는 다른 분야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집행위는 새로운 자체재원을 도입해 연간 440억 유로(약 66조원)의 추가 세입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회원국 간 합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도입 여부는 불확실하다. 브뤼겔은 넥스트제너레이션EU 보조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30년 270억~320억 유로(약 40조~4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규 재원으로 상환 비용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회원국의 EU 예산 분담금을 늘리거나 기존 사업 예산을 삭감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EU 부채 증가로 위기 대응 여력 축소

이처럼 부채 상환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경제위기에 대응할 EU의 재정 여력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는 2020년 회원국 간 합의를 통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자체재원 한도를 0.6%포인트 추가 확대하며 공동부채의 상환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채무불이행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기존 부채에 대한 상환 보증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새로운 위기 대응에 중복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EU의 부채 상환은 2058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자금 조달 수요는 2028~2030년 전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추가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새로운 공동 차입을 추진할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

EU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회원국 부채를 포함한 종합적인 재정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스타트가 EU 부채를 포함해 산출한 정부부채 비율은 기존 통계보다 GDP 대비 약 2%포인트 높았다. 이에 따라 EU와 회원국 간 채권 발행 일정을 조율하고 경매 발행 확대와 거래 인프라 개선을 통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상환 부담을 해결하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2028~2034년 EU 다년도 예산 협상에서 신규 자체재원 도입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 Debt and Member States: Rivals in Bond Market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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