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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물가 충격에 인플레 우려 고조, EU·日 금리 인상에 美 장기금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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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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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日 물가 상승세 뚜렷, 중앙은행 긴축 행보 가속화
물가 압력 줄어든 美, 장기 국채금리 여전히 '발작'
美-이란 군사·외교 긴장 유지, 각국 경제 향방은

주요국들의 물가 지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 전쟁발(發)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 것이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완화되며 단기적인 금리 인상 기대가 다소 후퇴했지만, △견조한 경기 △재정 적자 △추가 유가 상승 우려 등의 영향으로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금융 시장 부담은 여전한 실정이다.

유럽 인플레 압박 가중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의 지난달 유럽연합(EU) 조화소비자물가지수(HICP)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로, 8월(4.6%) 대비 0.4%P 올랐다. 스페인 국립통계원(INE)이 집계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같은 기간 4.3%에서 4.9%로 높아졌다. 다만 에너지와 비가공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8월 2.9%에서 지난달 3.1%로 0.2%P 오르는 데 그쳤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6% 급등하며 헤드라인 물가를 크게 끌어올렸고, 비가공식품 가격도 5.8% 상승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NIC)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8월 3.3% 대비 0.9%P 뛰었다. 규제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8.6%에서 25.9%로, 비규제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7.0%에서 22.2%로 각각 확대됐으며, 전체 에너지 가격도 22.3% 높아졌다. 반면 이탈리아의 근원 물가 상승률은 8월 1.5%에서 지난달 1.7%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고,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도 2.0%에 머물렀다.

ECB 긴축 기조 심화

이런 가운데 ECB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지속될 시 향후 시장 전반으로 상방 압력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위험을 통화 정책에도 반영 중이다. ECB는 지난달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기존 2.25%에서 2.50%로 0.25%P 인상했고, 주요재융자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65%, 2.90%로 0.25%P씩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7월 회의에서 세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던 ECB가 약 두 달 만에 다시 긴축 행보를 보인 것이다.

ECB는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중동 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충격 및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중동 분쟁이 물가 상승 압력을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으며,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진단이다. ECB가 제시한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평균 3.0%, 2027년 2.5%, 2028년 2.1% 수준이다. 향후 물가 경로의 주요 변수로는 에너지 가격 충격의 강도 및 지속 기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으로 번지는 간접 효과가 지목됐다.

日 금리 인상에도 '속도'

유럽 외 주요국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한 긴축 기조가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BOJ는 지난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며 본격적인 통화 정책 정상화에 착수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정책금리가 0.25%로 상향 조정됐고, 지난해 1월과 12월에도 0.25%P 인상이 단행됐다. 지난 6월에는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려 잡았으며, 지난달 18일에도 금리를 1.0%에서 1.25%로 높였다. BOJ는 원유 가격 상승, 엔화 약세,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 등에 따른 기업 물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파급됐으며, 임금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설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 중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전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9% 높아졌다. BOJ가 주요 물가 지표로 참고하는 신선식품 제외 CPI 상승률은 1.7%였다. 전국 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도쿄 지역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뚜렷하다. 2일 발표된 지난달 도쿄 23구의 신선식품 제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뛰며 8월(1.8%)보다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2.0%에서 3.0%로 올랐으며, 서비스 물가 상승률 역시 1.4%에서 2.3%로 높아졌다.

표1. 주요국 인플레이션·통화정책 현황

지역물가 상황통화정책·시장 반응
EU에너지 가격 급등하며 역내 각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확대ECB가 9월 정책금리 인상 단행하며 에너지발 물가 전이 위험에 대응
일본전국 CPI 1%대 후반 상승, 도쿄 근원물가 오름세 뚜렷BOJ가 9월 정책금리 인상 단행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미국8월 근원 PCE가 시장 전망 밑돌며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추가 금리 인상 기대 약화, 견조한 경기와 재정 불안 등으로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 지속
자료: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일본 총무성, 미국 상무부, 시카고상품거래소

美 금융 시장 혼란 지속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주목하는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과 달리 완화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미 상무부는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8월 근원 PCE가 월간 0.2%, 연 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월간 0.3%, 연간 3.3%의 오름폭을 예상해 왔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망을 밑돌자, 시장의 추가 긴축 기대도 약해졌다. 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은 지난달 30일 PCE 발표 이후 약 35~37% 수준으로 낮아졌다. 해당 수치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약 70% 안팎에서 오갔다.

다만 채권 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3분기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80bp 이상 급등하며 1994년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기록했고, 지난 1일에도 장중 5.342%까지 치솟으며 2002년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처럼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가 있다. 경기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적자 등도 장기물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종전 가능성 '안갯속'

전쟁발 충격이 각국 금융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사이 군사적 긴장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공개된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달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 강도를 높일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유엔(UN)총회에서 '이란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할 것이며, 가능하다"며 "이란이 있는 한 우리가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나온 후,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 한 척과 해군·해병대 병력 약 1만 명을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확대를 결정할 경우 미군 지휘부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외교 협상에서도 양측의 갈등이 두드러졌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물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 등 이란 대표단에 즉시 미국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대표단은 몇 시간 뒤 공항으로 향해 같은 달 29일 새벽 뉴욕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악시오스는 "미국이 기대했던 협상 진전이 없자 출국을 요구했다"며 "대표단이 당초 그 무렵 귀국할 예정이었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인 외교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이상, 향후 주요국들의 금리 경로는 전쟁발 충격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얼마나 전이되는지, 금융 시장이 이를 어느 정도 흡수하는지를 확인한 뒤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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