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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 기업, 대출·투자도 옥죈다 “정부 ‘산재 근절’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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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 종합대책 금융부문 과제
주금공, 중대재해 기업 'PF보증 제한'
"산재 사고 방치 어려워, 정책 방향 긍정적" 평가

앞으로 기업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일으키면 은행 한도성대출이 줄거나 정지된다.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건설공사보험, 공사이행보증 보험료도 최대 15% 할증되며,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산재로 숨진 기업은 영업이익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불황에 짓눌린 건설업계에서는 사망사고 한 건에도 존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더는 사고를 방치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방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마통’격 한도 대출 제한, 책임보혐료는 최대 15% 할증

17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개최된 관계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금융권 대출·보험, 정책금융, 자본시장 공시·평가 등 전 금융부문을 포함하는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15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금융부문 세부과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기준을 만들어 대출과 투자에 불이익을 주는 게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발언을 현실화한 것이다.

먼저 은행의 대출 심사 때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와 등급조정 항목에 명시적으로 반영한다. 현재는 대출받는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이나 노사협력관계 등을 신용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영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주요한 법적 사실' 등은 신용등급 조정 요인으로 반영하는데 평가 기준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평가 데이터가 축적되면, 관련 항목의 배점 상향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금융권의 이 같은 평가 기준 마련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대재해 관련 정보를 신용정보원을 통해 전 금융권에 공유할 방침이다.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등 보험료를 산정할 때도 중대재해 여부가 반영된다. 지금은 ‘사고 미발생 시’ 할인 요인으로 반영하는데, 앞으로는 3년 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여부, 동일유형 사고 반복 발생 여부 등을 따져 할증도 가능하게 한다. 대신 산업재해 예방 우수기업 인증 등 현장 안전성을 공인받은 회사에 대해서는 보험료 할인을 추진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중대재해 기업의 위법행위 수준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제한도 할 수 있다.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최소 30억 과징금, 공공입찰 참가도 제한

반복 사고 기업은 공공입찰 참가도 제한된다. 민자·민간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낸 기업도 입찰 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낙찰자 평가 시에는 '중대재해 위반' 항목을 신설해 건설공사뿐 아니라 물품·용역 계약에서도 안전 관리 실적이 직접 반영된다. 법인 분할이나 명의 변경을 통한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제재 승계 규정도 마련한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영업이익의 5% 이내,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공기관처럼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거나 영업손실이 발생한 곳에는 30억원의 과징금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산업재해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을 현재 0.39명에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상장회사는 중대재해 발생이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 판결이 나면 이를 즉시 공시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현황과 대응조치 등을 노동부에 보고하고, 당일에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형사법원 판결 결과가 나와도 마찬가지로 당일에 공시를 해야 한다. 사업보고서 등에는 공시대상 기간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현황과 대응 조치 등을 기재해야 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중대재해 발생을 투자 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 개정도 추진한다.

건설사의 경우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사업장이 다시 사고를 낼 시 등록을 말소해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한다. 등록이 말소되면 해당 건설사는 신규 사업 참여와 수주, 하도급 계약 등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돼 사실상 시장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퇴출’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건설사들 줄줄이 문 닫을 것" 우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까지 부과되면 건설사들이 생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하한선이 30억원인데 중견, 소규모 업체는 사실상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대형 건설사는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낼 경우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GS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2,8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5%에 해당하는 액수는 140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한 대우건설은 200억원에 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건설사들은 매년 안전관리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막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재계에서도 대책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등 우리나라 안전보건관계 법령의 사업주 처벌이 이미 최고 수준이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으나, 산재감소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책내용이 법제화될 경우, 개별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과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이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방안이 건설현장 사망사고 감소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건설 사업 환경이 어렵거나 (당장은) 손실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건설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대책에서 적정 공기와 공사비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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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폭발에 메모리·낸드 동반 급등,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신호탄

AI 수요 폭발에 메모리·낸드 동반 급등,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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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HBM 연쇄 효과로 D램 가격 상승
낸드 재고 소진 가속, SSD·HDD 동반 강세
실적 개선 가시화에 테크 업종 리오프닝 신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2025년 4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년 대비 15~20% 급등하며 전통적 비수기 흐름을 깨뜨렸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업체들의 공격적 발주로 낸드 가격까지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다시 공급 부족 우려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모습이다. 

범용 D램 공급 부족 우려도

17일(현지시각) 반도체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협상을 마친 2025년 4분기 D램 계약 가격은 15~20%가량 급등했다. 통상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연말은 수요가 둔화하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그리는 비수기인데,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는 이를 AI 인프라 확충에 나선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공격적으로 메모리를 확보하면서 시작된 공급 부족 사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서버·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범용 D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추가적인 가격 반등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제조사가 당분간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최근 대형 고객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단기 공급 부족을 이유로 신규 견적을 보류한 바 있으며, 여타 제조사들 역시 물량 배정 일정을 재조정하는 국면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리드타임이 길어지면서 중소 고객사들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증권가도 이러한 수급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나섰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11만원으로 42% 이상 상향 조정했고,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주요 하우스들도 9만원 이상으로 일제히 목표가를 높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평균 적정주가 컨센서스는 최근 들어 8만5,750원으로 직전 대비 5.4%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하듯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만에 2.5% 상향되며 ‘메모리 불황 탈출’에 대한 전망을 구체화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D램 가격 반등이 2018년과 2020년처럼 일시적 사이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AI 기반 데이터센터 확충, HBM4 전환, 범용 서버용 메모리 교체 수요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공급 측면에서 설비 증설이 제한적이고, 기존 생산능력이 HBM으로 흡수되면서 범용 D램 부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이번 국면에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낸드도 동행 회복 국면 진입

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낸드 가격 역시 상승세다. 업계에 의하면 웨스턴디지털은 공식적으로 가격 구조 조정을 발표했고, 샌디스크는 일부 SSD 제품에 대해 약 10% 인상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론도 내부적으로 최대 30% 인상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소비자용 SSD뿐 아니라 데이터센터급 엔터프라이즈 SSD 가격까지 동반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기업은 고속 연산과 안정성이 필수적인 AI 워크로드 특성상 낸드 기반 SSD 의존도를 줄일 수 없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HDD 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친다. HDD는 낸드 칩을 직접 사용하지 않지만, 대규모 원천 데이터셋을 저장하는 ‘콜드 스토리지’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원천 데이터가 HDD에 장기 보관되는 만큼 작금의 수요 증가는 HDD 가격을 직접적으로 밀어 올린다. SSD에 비해 인상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SSD와 HDD 모두 가격 인상 국면에 들어서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조달 비용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감산과 투자 보수화를 이어가야 했던 1년 전과 비교해 상반된 풍경이다. AI 열풍과 클라우드 투자 확대로 수요 환경이 반전되며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진 데 따른 결과로, 디램 가격 상승과 궤를 같이해 낸드도 회복 사이클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의 즉각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D램과 낸드가 동반 회복 흐름을 타는 현재의 구도는 반도체 업황 반등의 또 다른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인프라 CAPEX 재개 모멘텀

메모리와 낸드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은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확인된다. 미국과 대만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산에 힘입어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반도체 업종이 위험선호 회복의 대표 섹터로 부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IT 인프라 설비 투자가 재개되는 조짐과 맞물리며 반도체 산업의 경기 회복 신호탄이 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다. 미국 오라클은 지난 9월 클라우드 부문 수주 잔고가 4,550억 달러(약 629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으며, 해당 소식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35.97% 급등하는 기록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로드컴 역시 AI 주문형 반도체(ASIC) 매출이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고 공시하면서, 최근 5개월간 주가가 121% 상승해 시가총액이 1조6,000억 달러(약 2,255조원)으로 불어났다.

금리 환경 변화도 낙관론을 강화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도체·IT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개선 논리를 뒷받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자본적 지출(CAPEX) 재개 여력을 키우고,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인력과 설비를 축소했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다시 확장 국면으로 전환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향후 글로벌 이벤트도 추가 모멘텀을 제공할 전망이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다음 달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로드맵을 공개할 경우, 시장 전반의 기대감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순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지속되는 한 HBM·AI 반도체 중심의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며 “단기적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구조적 성장 기업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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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조사에 수입 금지까지" 칩 자립 노리는 中 정부, '엔비디아 밀어내기'에 박차

"반독점 조사에 수입 금지까지" 칩 자립 노리는 中 정부, '엔비디아 밀어내기'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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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C,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신형 칩 주문 중단 지시
고강도 반독점 조사에 이어 엔비디아 견제 행보 가속화
中 민간 기업들도 엔비디아 신형 칩 구매 꺼린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구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용 칩 'H20' 사용 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새로이 개발된 신형 칩에도 무역 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는 자국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 생태계 자립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中 당국 "엔비디아 칩 수입 말라"

1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를 포함한 자국 기업들에 추론 작업에 쓰이는 중국 전용 엔비디아 신형 저사양 칩 ‘RTX 6000D’의 시험 및 주문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RTX 6000D 수만 개를 주문하겠다고 밝히고 엔비디아 서버 공급 업체들과 이 칩에 대한 테스트와 검증 작업을 시작했지만, CAC의 지시 이후 관련 작업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RTX 6000D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중국용 AI 칩인 ‘H20’ 수출을 제한한 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AI 칩이다. 미국은 7월 들어 H20의 수출을 조건부 허가했지만, 해당 제품의 출하는 아직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지난달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H20 구매 제한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영 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정부 또는 국가 안보 관련 업무에서 H20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의존도를 낮춰 자체 칩 공급망을 확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측은 이 같은 중국의 행보가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7일 중국의 RTX 6000D 수입 금지 조치가 발표된 후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 나라(중국)가 원할 때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크게 기여해 왔기에 실망스럽지만, 미·중 간 더 큰 의제가 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사업 상황을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표현하며 “중국은 앞으로 재무 전망에서 제외하라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독점 조사로도 압박 가해

중국 정부는 금수 조치 이전부터 엔비디아에 대한 견제를 지속해 왔다. 지난 수개월간 진행된 반독점 조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조사는 엔비디아가 2019년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멜라녹스를 인수했을 당시 중국 정부가 승인 조건으로 제시한 조항에서 출발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6년간 중국 시장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와 멜라녹스 고속 네트워크 상호 연결 장비, 관련 소프트웨어·액세서리 등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이유로 일부 GPU 가속기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중국은 엔비디아가 약속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작년 12월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서 “최근 예비 조사 결과, 엔비디아는 ‘중국 반독점법'과 ‘시장감독관리총국의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지분 인수에 대한 제한 조건부 승인 반독점 심사 결정 공고'를 위반했다”며 “시장감독관리총국은 법에 따라 추가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 규정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과징금은 최대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반독점법은 기업이 인수합병(M&A) 조건을 위반하면 직전 회계연도 중국 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엔비디아의 지난 회계연도 중국·홍콩 매출(171억 달러)을 단순 적용해 계산하면 과징금 상한은 17억 달러(약 2조3,5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앞서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이 2015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전년도 중국 매출의 8%에 해당하는 약 9억7,500만 달러(약 1조3,500억원)를 벌금으로 낸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과징금 역시 상한선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RTX 프로 6000D/사진=엔비디아

외면받는 엔비디아 신형 칩

엔비디아를 향한 중국의 제재 사례가 꾸준히 누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금수 조치가 현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 금지 대상이 된 RTX 6000D의 현지 기업 수요가 상당히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6일 현지 관계자를 인용, RTX 6000D가 기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나에 7,000달러(약 966만원)인 RTX 6000D가 보다 저렴한 RTX5090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RTX 5090 칩은 미국이 대중 수출을 금지한 칩이지만, 현재 중국 암시장에서 RTX 6000D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현지 엔비디아 칩 수요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경우 RTX 5090나 RTX 6000D을 구입하는 대신 엔비디아의 H20 칩 출하를 기다리거나, H20보다 훨씬 더 강력한 칩인 엔비디아의 B30A 수출 승인을 기대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월가의 기존 전망을 완전히 빗겨 나가는 흐름이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핵심 증권사들은 중국에서 RTX 6000D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 약 150만 대의 RTX 6000D가 생산되리라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도 RTX 6000D의 생산량이 200만 대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 증권사들이 전망한 만큼 RTX 6000D가 생산되면 오히려 재고가 남아돌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AI 칩 자립 노력이 지속되며 엔비디아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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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추격·글로벌 관세 압박에 수익성 흔들” LG전자, 희망퇴직 全사업부로 확대

“중국 기업 추격·글로벌 관세 압박에 수익성 흔들” LG전자, 희망퇴직 全사업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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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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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에 최대 3년치 연봉 등 지급
3분기 실적 부진 우려 ‘인력 효율화’
美 관세 여파, TV-생활가전 부진 탓

LG전자가 전체 사업부에서 만 50세 이상 직원과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관세 부담에 더해 중국발 저가 공세로 TV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전사 차원에서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조직 슬림화 단행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적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법정 퇴직금 외에도 근속연수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최대 3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최대 2년 치의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한다. 대상은 HS사업본부(생활가전), MS사업본부(TV), VS사업본부(전장), ES사업본부(냉난방공조) 등 전체 사업본부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MS사업본부에서 희망퇴직을 먼저 시행했다. MS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유일하게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MS사업본부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다른 조직에서도 인력 선순환의 필요성을 검토했다”며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中 공세에 관세 부담까지

LG전자가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2023년 이후 2년 만으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실적 부진 위기감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 중 중국 업체 3곳의 합계 점유율(35.9%)이 LG와 삼성(29.7%)을 넘어섰다. 단순 가격 공세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에서도 빠른 추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LG전자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0조7,351억원, 영업이익 6,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2%, 46.54% 감소한 수치다. 생활가전과 전장사업은 성장했지만 TV와 IT 수요 둔화 등이 수익성을 크게 훼손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실적을 두고 ‘어닝쇼크’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해 전체 이익 전망도 어둡다. 증권업계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이 2조6,834억원으로 작년(3조4,197억원)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0.6%→3.90%’. 2020년 10%가 넘었던 LG전자 영업이익률은 불과 4년만인 지난해 3%대로 뚝 떨어졌다. 하락세는 올해(3.04% 추정)도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도 부담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멕시코까지 철강·가전에 최대 50%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1,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매출에서 TV 패널 비중이 20%에 달한다. LG전자의 TV 적자가 패널 사업에도 직격탄을 준 셈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IT기기·차량용 패널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TV·가전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 구조적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LG전자 본사 전경/사진=LG전자

하반기 '질적 성장'으로 위기 돌파

LG전자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전자는 하반기에도 비우호적인 대외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고 △전장, HVAC 등 B2B △웹OS, 구독 등 논-하드웨어 △D2C 등으로 대표되는 '질적 성장' 영역에 더욱 집중하며 사업의 펀더멘털을 견고히 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HS사업본부는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구독 사업 강화 및 온라인을 활용한 D2C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미국 관세 대응 차원의 원가경쟁력 개선 등 수익성 확보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물류비 부담은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비용 투입 최적화 노력을 병행하며 수익성 확보를 추진한다.

MS사업본부는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한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도국) 지역 공략을 가속화한다. 또한 게임, 예술 등 다양한 신규 콘텐츠 확대해 웹OS 플랫폼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S사업본부는 하반기 고효율 제품으로의 교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라인업을 확충하며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상업용 공조시스템과 산업·발전용 냉방기 칠러의 역량을 강화하고 AIDC(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액체냉각 솔루션 사업 역량도 구축해 사업 기회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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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속 허위정보 전쟁 골머리”, 中 정부, 자동차 산업 온라인 가짜뉴스 단속

“출혈경쟁 속 허위정보 전쟁 골머리”, 中 정부, 자동차 산업 온라인 가짜뉴스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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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 가짜뉴스 유포 통로로 변질
BYD, 파산설 확산하자 법적 대응
中 당국, 명예훼손 강력 처벌

중국 정부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상의 악성 허위 정보와 비방을 단속하고 나섰다. 중국 내 소셜미디어(SNS)가 가짜뉴스 유포 통로로 변질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데 따른 조처다.

中 정부, 온라인상 허위정보 및 악의적 비방 철퇴 나서

1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공업정보화부, 중앙사회공작부,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시장감독관리총국 등 6개 부처는 지난 11일 '인터넷에서의 자동차 산업 혼란에 대한 특별 정비 행동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6개 부처는 합동으로 중국 전역에서 3개월간 온라인 혼란 특별 정비 행동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비 대상 행위는 불법적인 이익 추구, 과장 및 허위 광고, 악의적 비방과 공격 등이다.

6개 부처는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 온라인 여론 환경을 지속적으로 정화하고, 자동차 산업의 공정 경쟁 질서를 회복하며, 전기차 및 자동차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도 지난 10일 공고를 통해 "향후 3개월 동안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온라인상의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사업 관행, 과장되거나 허위 광고 및 비방"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YD, 中 인플루언서 수십 명 명예훼손 고소

그동안 자동차업계에서 문제가 됐던 온라인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 BYD 파산설이다. 중국의 여러 인플루언서는 BYD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은 글로벌 이슈로도 부각됐다. 이에 BYD는 자사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37명의 인플루언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가운데 한 인플루언서는 BYD가 경쟁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공개사과와 함께 10만 위안(약 1,9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BYD의 재정이 불안정하고 파산 직전이라고 주장했다가 처벌을 받았다. 아울러 BYD는 자사에 부정적인 콘텐츠를 유포한 126명을 감시 대상에 추가했다.

BYD는 법적 대응과 함께 자체적으로 '뉴스 사기 전담 부서(Anti-Fraud department)'를 운영하며 잠재적인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를 신고하면 보상까지 제공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신뢰할 만한 제보자에게 최대 500만 위안(약 6,900만원)을 보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영기업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SAIC) 산하 브랜드인 MG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악성 계정에 대해 최대 500만 위안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리 오토의 전기 SUV 'L8'과 둥펑자동차의 대형 트럭 충돌 테스트 영상/사진=리 오토

치킨 경쟁 심화 속 기업 간 비방 논란

경쟁 격화에 따른 기업 간의 비방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스타트업 리 오토(Li Auto)는 지난 7월 자사 전기 SUV ‘L8’ 공개행사에서 L8과 중국 국유 자동차그룹인 둥펑자동차(Dongfeng Liuzhou Motor)가 만든 대형 트럭이 충돌하는 영상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L8의 차량 중량은 약 2.6톤, 트럭은 8톤 이상으로 무게 차이가 3배 이상임에도 리 오토의 L8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묘사됐지만, 트럭은 충격으로 운전석 부분이 차체에서 거의 분리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둥펑자동차는 공식 성명을 내고 “리오토가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둥펑 측은 “해당 실험은 실제 도로 상황과 괴리가 크며, 실험 조건 역시 비현실적”이라면서 “심각한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리오토는 지난달 3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충돌 실험은 중국자동차공정연구원(CAERI)에서 진행한 제3자 시험이며, 특정 브랜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둥펑은 중국 트럭업계에서 오랜 기간 신뢰받아온 브랜드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당 충돌 테스트가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특정 트럭 브랜드가 직접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에서 가짜뉴스에 따른 명예훼손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닌 형사처벌 대상으로, 특히 국영기업 또는 공산당과 밀접한 기업에 대한 비판은 특히 민감하게 다뤄진다. 중국 민법전은 다른 사람의 명예권을 비방 등의 방식으로 침해하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가짜뉴스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침해를 중지하고, 영향을 제거하며 손실을 배상하는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치안관리처벌법에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공공질서를 혼란스럽게 한 자는 5일에서 10일의 구류와 과태료에 처하는데,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는 5일 이하의 구류 또는 500위안(약 9만7,0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가짜뉴스의 제작과 확산 행위를 가장 엄하게 처벌한다. 허위로 위험한 상황, 감염병, 경찰 대응 상황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혼란에 빠뜨린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나아가 이로 인해 심각한 후과를 야기한 경우에는 3년 이상 7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허위 사실을 날조 내지 퍼뜨려 다른 사람의 상업상 명예 내지 상품의 명성을 침해해 중대한 손실 또는 기타 심각한 상황을 야기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고 벌금을 병과하거나 단독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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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텍·퀄컴 3나노 AP 동시 출격, TSMC 쏠림 속 삼성전자 반격 카드는?

미디어텍·퀄컴 3나노 AP 동시 출격, TSMC 쏠림 속 삼성전자 반격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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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멘시티 9500·차세대 스냅드래곤
중국도 도전장→글로벌 경쟁 가속
삼성은 엑시노스 시리즈로 재도약 야심
사진=미디어텍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미디어텍과 퀄컴이 TSMC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된 신제품을 동시 공개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중국 샤오미까지 자체 개발한 3나노 칩을 선보이며 시장 다변화를 가속하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2나노 공정 기반 엑시노스2600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안정적 수율 확보 여부가 생존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오는 22일 차세대 모바일 AP ‘디멘시티 9500’을 공식 발표한다. 비슷한 시기 퀄컴 역시 연례 기술 행사인 ‘스냅드래곤 서밋 2025’를 개최하고 최신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 칩은 앞으로 1년간 애플의 A19 프로, 그리고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과 최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엑시노스 2600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개가 유력해, 글로벌 AP 시장은 3파전 구도로 전개되는 형세다.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500은 ARM의 최신 루멕스 플랫폼을 토대로 C1 시리즈 코어와 12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는 등 하드웨어 사양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구성은 4.21GHz 초고성능 코어 1개, 3.50GHz 고성능 코어 3개, 2.7GHz 효율 코어 4개 등으로 짜였고, 연산 성능은 100TOPS급 NPU로 확장됐다. 메모리 지원은 LPDDR5X 10,667Mbps, 저장장치는 UFS 4.1 규격을 채택했다. 차세대 통신 규격인 5G, 와이파이7, 블루투스6.0까지 지원하며, 오포와 비보 등 중국 제조사 플래그십 모델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퀄컴은 5세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앞세워 자체 CPU 아키텍처 오라이온과 개선된 아드레노 GPU를 내세웠다. 주력 코어는 최대 4.6GHz, 갤럭시 특화 버전에선 4.7GHz까지 끌어올린다. 초기 탑재 단말은 샤오미 17 시리즈로 확정됐고, 갤럭시 S26 울트라에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성능 수치는 벤치마크에서 싱글코어 3,393점, 멀티코어 1만1,515점, 안투투 420만 점 등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양사의 신형 칩이 모두 TSMC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는 점은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첨단 공정 수주를 누가 독점하느냐가 향후 경쟁 구도를 바꿀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TSMC가 5나노 이하 AP 제조에서 87%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며 “내년에도 애플·퀄컴·미디어텍의 2나노 제품까지 TSMC가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 2나노 공정 기반 엑시노스 2600으로 반격을 준비하는 삼성전자는 초기 물량에서 열세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샤오미도 중국 최초 3나노 AP 출시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마저 갈 길 바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샤오미는 자사 최초의 3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AP ‘XRING 01’을 정식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에 이은 세계 네 번째로 자체 모바일 칩 상용화로, 2017년 첫 도전작 ‘서지 S1’이 시장에서 실패했던 전례를 딛고 재도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업계는 샤오미의 출사표를 단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화 전략 속에서 기술 자립을 실질적으로 가속한 사례로 받아들였다. 

XRING 01은 TSMC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다. 샤오미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인공지능(AI) 특화 칩에 집중돼 소비자용 모바일 칩에는 아직 제약이 적다는 점을 활용, 첨단 공정을 확보했다. 내부 사양은 ARM 아키텍처 기반 CPU는 8코어 혹은 10코어 트라이클러스터 구조로, 최신 Cortex-X925 코어와 Immortalis-G925 GPU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해당 모델의 연산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8 Gen 2세대를 상회한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처음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칩셋 경쟁의 전면에 나선 신호로 읽혔다. 

샤오미의 강한 의지는 프로젝트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현지 보도에 의하면 XRING 01은 개발 인력만 1,000여 명이 투입됐고, 이 중에는 퀄컴 출신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적극적 움직임으로 샤오미는 지난해 일찌감치 3나노 칩셋의 테이프아웃(설계 완료)을 마쳤다. 애초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통신칩 부문에서 미디어텍이나 유니SOC 모뎀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샤오미는 CPU·GPU에서 독자 설계를 이뤄내며 ‘자체 칩 개발사’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샤오미의 행보는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급력을 미친다.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기조와 맞물려 향후 중국산 스마트폰에서 자체 AP 채택 비중이 확대된다면, 글로벌 생태계는 기존 퀄컴·삼성·애플 삼각 구도에 추가적인 변수를 안게 된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내수시장을 무기로 한 샤오미의 전략이  퀄컴의 아성을 흔드는 것은 물론, 삼성에도 2나노 엑시노스 2600 성공 압박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생존 분수령 ‘안정적 수율 확보’

시장의 이목은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600 2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로 쏠린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 말부터 엑시노스2600의 양산을 시작하며, 내년 초 갤럭시 S26 시리즈에 해당 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세계 최초로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첫 모바일 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업계가 평가하는 안정적 수율 기준인 60% 도달은 여전히 불확실해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AP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600을 통해 압도적인 성능을 구현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실제 긱벤치 시험 결과에서 엑시노스2600은 싱글코어 3,309점과 멀티코어 1만1,256점을 기록해 전작 엑시노스2500 대비 약 35% 개선된 성능을 자랑했다.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에서 신형 ‘히트 패스 블록(HPB)’ 솔루션을 도입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모바일 탑재 환경에서 이러한 성능이 입증된다면,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따라잡지 못했던 퀄컴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엑시노스2600으로의 복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삼성전자는 발열 및 수율 이슈로 갤럭시 S23과 S25에 퀄컴 AP를 전량 탑재한 바 있다. 이번 S26 시리즈에 자사 칩을 다시 적용하면, 2년 만에 주력 라인업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곧 원가 절감으로 연결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스마트폰(MX) 사업부 AP 원재료 비용은 7조7,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는데, 대부분이 퀄컴 조달분이었다. 이는 자사 칩 활용이 설계 경쟁력 회복의 발판인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엑시노스2600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반의 재도약과 직결된다. 양산 안정성이 확보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신뢰 회복은 물론, 테슬라향 AI 칩과 애플 이미지센서 등 최근 따낸 수주와 함께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수율 문제로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AP 사업은 다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번 2나노 엑시노스2600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 전반의 향방을 결정짓는 시험대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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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의 ‘소프트 파워’, ‘이념 대신 경험을’

[동아시아포럼] 중국의 ‘소프트 파워’, ‘이념 대신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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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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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자학원’ 접고 ‘관광 진흥’으로
무비자 입국으로 ‘진입 장벽 낮춰’
SNS 통해 ‘애쓰지 않고’ 영향력 확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소프트 파워를 각인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이 본질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다. 한때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의 글로벌 확산으로 정의되던 전략은 이제 관광, 문화유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안으로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19년에만 해도 미국에 100개를 넘던 공자학원이 5개 아래로 줄었지만, 작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인 2,7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중국을 찾는 성과를 낳았다. 동시에 중국 내 박물관들은 모두 합쳐 14억 9천만 명 방문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중국 ‘소프트 파워 전략’ 변경

교실과 강의를 수출하는 대신 경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갖가지 절경과 미식 여행, 세계 수준의 박물관, 지역 축제들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입증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재작년과 작년 무비자 정책과 환승 체류(transit stay,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 내 호텔에 무비자로 체류) 기한 연장이 시행되면서 입국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들어 무비자 입국이 전체 외국인 입국의 3/4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세계가 중국에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자학원의 몰락은 관리 구조와 학문의 자유 침해에 대한 민주 진영의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관광과 문화적 외교로 방향을 돌렸다. 방문객들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중국을 경험한 후 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교실 수업보다 시안(Xi’an)의 야시장과 하얼빈의 얼음 축제가 외국인을 끌어들이기에 더 쉬웠음은 물론이다.

무비자 정책 및 관광 진흥 ‘성공적’

여기서 순차적인 정책 도입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은 비자 정책을 바꾼 후 ‘니하오! 중국’(Nihao! China) 캠페인을 도입해 보조금과 친숙화 여행(familiarization trip, 여행사 및 미디어에 제공하는 무료 및 할인 여행)으로 관심도를 높였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 방문 목적을 망라해 중국을 방문한 내외국인은 1억 3,19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38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무비자 입국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중국 해외 관광객 수 추이 (2023~2024년)
주: 관광객 수(단위: 백만 명, 좌측), 총관광객(좌측 막대그래프), 무비자 입국(우측 막대그래프) / 무비자 입국 점유율(%)(우측)

관광이 국경 내 진입을 유도한다면 디지털 플랫폼은 영향력을 확산한다. 올해 중국 최고의 브랜드로 꼽힌 틱톡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가 중국의 문화 상품을 수출하는 최고의 홍보 수단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중국의 먹자골목과 축제, 절경을 보여주는 바이럴 영상(viral clips,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는 짧은 동영상 및 콘텐츠)은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외교의 영역을 허물었다. 여행객들이 트립닷컴(Trip.com)을 통해 예약하고 온라인상의 경험을 따라 하는 동안, 문화는 상업이 되고 상업은 영향력으로 변했다.

‘이념’ 아닌 ‘경험’ 제공

중국의 전략이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내 인프라다. 90% 넘게 무료입장이 가능한 7,000개 이상의 박물관은 중국이 내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문화 기지가 됐다. 작년에 과학 박물관 입장객 수만 1억 명이 넘는다. 하얼빈의 빙설 경제(snow economy, 겨울 스포츠, 관광, 문화, 장비 제조 및 관련 서비스를 포괄하는 산업)는 각국의 도시들이 기후와 지리적 조건을 어떻게 문화 자산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중국 박물관 입장객 수 추이(단위: 십억 명, 2023~2024년)

물론 경험이 중심이 된 소프트 파워는 중국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한국의 케이팝은 국내에서 잘 만들어진 문화 상품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중국도 이를 따라 도시 브랜딩과 음식, 박물관, 문화유산 답사 등에 집중해 이념을 강요하지 않고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야기를 확산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머지는 ‘방문객들이 알아서’

이는 교육 당국도 눈여겨볼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공자학원식의 교실을 흉내 내지 말고 경험을 앞세운 교과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전(Shenzhen)의 디자인 스튜디오나 난징의 박물관 중국어 과정, 청리(Chongli, 중국 허베이성의 자치구)의 올림픽 개최 후 환경 영향 조사 같은 것들이 있다. 단기에 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서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경쟁력 있고 매력적일 것이다.

중국 정부도 문화 기관들과 손잡고 이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 큐레이션 자격증은 취득 후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전(propaganda)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장학금도 디지털 유산 보존(digital heritage)이나 영화 제작 등의 분야에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에 자신의 강의를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거리를 걸어 보고, 음식을 맛보고, 축제를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메시지를 내보내는 대신 청중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제 중국 밖의 정책당국과 교육계도 중국의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념이 아닌 경험이 소프트 파워의 중심을 이룬다면 어떻게 중국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 경험할 것인지와 귀국 후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가 고민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Push to Pull: China’s Soft Power Now Runs on Experiences, Not Institution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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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대기업 임금체불 급증, ‘영세 업체 전유물’ 통념 깨지며 노동시장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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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대기업 체불액 244억원 달해
정부 “임금체불은 범죄행위” 규정
‘고용 기반 약화 전조’ 해석 가능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액이 지난해 전체 체불 규모를 크게 웃돌며 노동시장의 불안정을 드러냈다. 정부는 임금체불을 범죄로 규정하며 법정형 상향을 비롯한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놨지만, 정책 집행력과 예방효과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일시 감소했던 체불이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폐업과 고용 축소가 동반되며 장기적 일자리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 또한 제기된다.

대기업도 대응 여력 부족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업종별·사업장 규모별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임금체불액은 총 1조3,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261억원보다 1,159억원 증가한 규모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여전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3,833억원으로 가장 많은 체불액을 기록했지만, 중대형 사업장의 체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000명 이상 근로자를 둔 대기업 체불액은 지난해 연간 171억원이었으나 올해는 7월까지만 244억원으로 급증하며 작년치를 크게 웃돌았고, 중견기업 역시 100~300명 사업장 체불액이 1,52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체불액(1,510억원)을 초과했다. 이 같은 추세는 과거 임금 체불이 영세 사업장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세간의 통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873억원)과 건설업(2,703억원)이 전체 체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외에도 운수창고·통신업(1,963억원), 학원·병원 등 기타 업종(1,706억원), 도소매·음식숙박업(1,536억원)에서도 심각한 수준을 보이면서 산업 전반에서 임금 지급 불안이 확산하는 흐름을 보였다. 

임금체불 문제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현장의 분쟁으로도 직결된다. 2022년 14만4,000여건이던 임금체불 진정은 2024년 18만2,000건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관련 고소·고발 건수도 1만800여건에서 1만2,500건으로 늘었다. 불과 3년 사이 4만건 가까운 법적 대응이 추가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9만7,000여 건이 접수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또 한 차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경기침체와 비용 압박의 직접적 반영으로 본다. 과거 임금체불이 유동성 취약 기업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고정비 부담이 커진 대형 사업장까지 확산됐단 지적이다. 이는 산업 전반의 체력 저하를 보여주는 신호인 동시에 근로자 생활안정에도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의원은 “임금체불은 단순히 청산 여부를 넘어 재발을 막는 예방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처벌 강화 및 근로자 보호조치 확대 추진

정부 역시 임금체불을 ‘절도’와 같은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제재에 돌입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임금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체불행위는 임금 절도이자 중대한 경제적 범죄라는 인식이 현장에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개선해 체불 발생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책을 보면,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된다. 현재 임금체불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는데, 이를 횡령죄 수준인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높인다. 또 3년 내 두 번 이상 체불로 확정 판결을 받아야 공개되는 사업주 명단도 한 번의 판결만으로 가능해지도록 할 예정이다.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가 다시 체불을 할 경우,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 불가능)에서 제외된다.

임금체불의 구조적 원인을 막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된다. 일례로 정부는 도급계약 때 임금에 해당하는 몫을 구분해 하청업체에 지급하도록 하는 ‘임금비용 구분 지급 의무’를 근로기준법에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급한 이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정 법을 적용할 업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 마련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성우 직장갑질119온라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체불사업주에게 임금을 늦게 줄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해 체불임금이 신속하게 청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반의사불벌죄의 전면적·즉시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일자리 감소 가능성↑

불과 3년 전만 해도 임금체불 규모는 뚜렷하게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2019년 1조7,217억 원이던 체불액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2020년 1조5,830억 원으로 8.1% 감소했고, 2021년 1조3,505억 원, 2022년 1조3,472억 원으로 연속 감소세를 그렸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5% 급증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체불액은 2022년 4,533억 원에서 2023년 6,150억 원으로 35.7% 급증, 위기가 취약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임금체불 추세는 사업체 폐업 통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국내 폐업자 수는 92만2,000곳이었는데, 2020년 89만5,000곳, 2021년 88만5,000곳, 2022년 86만7,000곳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2023년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당시 폐업자 수는 98만6,000곳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임금체불 폭증과 맞물렸다. 이와 함께 사업장 도산·폐업을 사유로 한 체불액 비중 또한 2022년 14.0%에서 2023년 지난해 상반기 18.1%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 정부 지원이 임금체불을 일시적으로 억눌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임금체불 원인분석 및 감소방안 마련’ 보고서에서 “체불 규모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갖는 변수는 지역내총생산으로, 경기가 좋을수록 체불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2020년 지급된 고용유지지원금의 효과는 정량적으로 추정하기 어렵지만, 임금체불 억제에 일정한 영향을 준 점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는 팬데믹 시기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임금체불은 정부 개입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전방위적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체불 문제는 대지급금 지급이나 사업주 제재 강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소규모 사업장 지원만으로는 지속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사업주의 체불이 불가피한 상황인지 면밀히 따진 뒤, 필요한 경우에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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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공급망 불안정에 흔들리는 美 제조업, 자립 구상에도 ‘먹구름’

희토류 공급망 불안정에 흔들리는 美 제조업, 자립 구상에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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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생산 차질 우려 확대
희토류 자립 외치는 미국, 회의론 확산
산업계 불만 고조에 생산기지 이전 논의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선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무기화하면서 미국 산업계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차와 방산업 등 핵심 산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채 공급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비용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의 이전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자립을 핵심 의제로 삼고 현실화를 추진 중이지만, 제련·가공 설비 및 기술 부족 탓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불안은 단순 산업계 불만을 넘어 정부가 설계한 산업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국면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국 ‘전략적 압박’ 카드 소기 성과

16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광물 공급망의 지정학적 혼란과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 금속에 대한 관세 확대로 인한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업계의 위기 인식은 주로 희토류 공급망 불안정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철강 관세는 차량당 원가를 수백만 원 올리는 요인에 그치지만, 희토류 병목은 전기차 구동 모터, 전력전자, 센서 등 핵심 부품의 생산 자체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우려는 현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이 올해 초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 일부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 불안이 실물로 전이된 것이다. 미 완성차업계를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은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내용의 비공개 서한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고, 디스프로슘 등 일부 품목은 불과 한 달 새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통관 지연과 허가제 강화 등에 가로막히며 신차 출시 일정까지 늦춰지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방산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마륨과 게르마늄, 갈륨 등은 군수품 핵심 소재로 쓰이는데,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가격과 납기 모두 불안정해졌다. 한 드론 부품 제조업체는 중국 외 공급처를 찾는 과정에서 주문 납품을 두 달가량 연기해야 했고, 또 다른 업체는 사마륨을 평시보다 60배 비싼 가격에 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 소프트웨어 기업 고비니(Govini)의 조사에서는 미 국방부 무기체계에 쓰이는 부품 중 최소 8만 개 이상이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이처럼 높은 중국 의존도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희토류 정련 분야 점유율을 92%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전략 비축 확대와 공급처 다변화, 무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충격이 반복될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희토류를 무기로 한 중국의 전략적 압박이 지속되는 한, 미국 제조업은 생산 연속성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위협받는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단기 대응책 미비, 자립 목표도 현실화 요원

이에 미국은 희토류 자립을 공식 의제로 올렸다. 그러나 현장 평가와 실무적 제약은 냉정하다. 공급망 전문가인 코리 콤스 트리비움차이나 부국장은 “미국이 독립적으로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콤스는 해당 발언에서 중국이 정제·합금 단계에서 보유한 설비와 공정 노하우, 동맹국 간 조정에 필요한 인허가·환경영향평가·주민 수용성 문제, 신규 정제 설비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와 숙련 인력 확보의 시간 소요 등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했다. 즉 ‘1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인허가·설비투자·기술검증·시범생산 등 실무적 항목을 합한 보수적 산출치인 셈이다. 

이 같은 격차는 양국의 역사적 선택과 산업 정책 차이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2002년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Mountain Pass)의 정제 시설을 사실상 폐쇄한 이후 정제·합금 역량 재건을 등한시했고, 정제·가공·자석 제조 역량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했다. 반면 중국은 핵심광물 탐사에서 채굴·정제·합금·자석 제조·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며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나아가 2만5,000여 건에 달하는 희토류 관련 특허를 축적하며 제도적 도구로서의 통제를 공고히 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정부의 직접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희토류 채굴·가공 기업 MP머티리얼즈 우선주 인수에 4억 달러(약 5,500억원)를 투입하고,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대출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고출력 자석의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에 대해 kg당 최소 110달러의 가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올해 2분기 평균 시세였던 52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장 가격이 바닥을 향해 떨어져도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수요 앵커’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 국방부가 민간 기업의 설비 확충을 단순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지분을 보유하고 장기 가격까지 보장하는 것은 MP머티리얼즈의 사례가 처음이다. 이는 군수품 공급망을 민간 계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안전판을 깔아놓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공급 물량과 실제 스펙, 정제 효율에 관한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아 미국 내 대규모 자동차·방산 수요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 또한 이어지는 실정이다. 

정책과 산업계 전략 간 괴리 심화, 내부 불만 증폭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실제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내 제조업계의 불만도 쇄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미완성 전기모터를 중국으로 보내 자석만 부착한 뒤 역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중국 내 생산 기지를 활용하는 것이 단기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희토류 앞에서 되레 중국 의존을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중국발 희토류 수출 통제가 불러온 불만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자동차부품협회(CLEPA)는 “4월 이후 회원사들이 제출한 수백 건의 희토류 수출 허가 신청 중 4분의 1만 승인됐다”면서 “중국 내 일부 지역 당국은 지식재산권 및 고객 명단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본 스즈키 역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소형차 ‘스위프트’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계가 관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현지 조달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이와 같은 글로벌 차원의 생산 중단 위험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는 다시 미국 정부가 추진해 온 ‘리쇼어링’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의 국내 회귀를 명분으로 고율 관세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기업들은 라인 가동을 위해 중국 내 역조립이나 생산기지 이전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작금의 희토류 공급망 불안은 개별 기업의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미국이 설계한 산업정책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산업계의 불만이 단순한 원성을 넘어 냉철한 현실 진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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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무역협상 교착 상태, 빠른 타결보다는 '전략적 지연' 필요해

韓·美 무역협상 교착 상태, 빠른 타결보다는 '전략적 지연'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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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대미 펀드 투자 방식 두고 이견
美 입장 수용 시에는 제조업 붕괴 우려
中, 지연 전략으로 11월까지 관세 유예

한·미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세부 이행 방식을 두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투자 구조와 수익 배분 등에서 '일본식' 방식을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환율 방어와 제조업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빠른 합의가 반드시 국익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韓·美 무역협상, 최종 타결 이뤄지지 않아

16일(이하 현지시각)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카운터 파트너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했다. 지난 11~14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데 이어 연달아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 것이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으며,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이행 사항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타결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양국은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고 이행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미국이 투자처를 결정하고, 투자금 회수 이후에는 투자 이익의 90%를 가져가는 일본식 합의를 요구 중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이러한 방식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약속한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 외에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1,500억 달러(약 210조원)를 합해 총 5,000억 달러(약 690조원)를 미국에 투자할 경우 외환위기는 물론 국내 산업 공동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한 카드로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한했지만, 이것이 설사 현실화하더라도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낮출 수는 있어도 국내 제조업의 붕괴는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대미 해외직접투자(FDI)가 급증한 2015~2024년에 국내 제조업 고용 비중과 부가가치 비중이 동시에 감소했다.

조지아 주 韓 근로자 구금 등 압박 수위 높여

이런 가운데 양국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주 합작 공장을 급습해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체포·구금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구금된 이들은 8일 만에 석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ICE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시점과 맥락을 고려할 때 관세 협상에 대한 의도적인 압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1일에는 러트닉 장관이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유연성은 없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빠른 타결이 반드시 국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전략적 지연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과거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일본에도 자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킨 바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당시 미국은 대일 무역 적자가 급증하자 엔화 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50% 가까이 상승해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일본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대응했지만, 이는 과도한 유동성을 유발해 주식·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는 '버블 경제'로 이어졌다.

1986년과 1991년의 미·일 반도체 협정도 치명적이었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외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 20%를 보장하고, 미국이 정한 가격 규제를 따르는 조건을 수용해야 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세계 시장 절반을 점유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밀려 주도권을 상실했다. 지난 4일 타결된 미·일 무역협상 결과를 두고도 일본 내에서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5,500억 달러(약 760조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의 운용 권한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데다 미·일 펀드가 상환하지 못하면 일본 국책 금융기관이 대신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美·中 협상, 장기간 휴전에 돌입"

대미 협상에서 손해를 본 일본과 달리 중국은 지연 전략을 활용해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자국의 소비시장과 공급망 경쟁력,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강경한 비관세 장벽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며 협상력면에서 사실상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안보적 문제를 카드로 내세워 포괄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일부 사안과 관련해 단기적 조치에만 합의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협상을 이끌고 있다. 더욱이 협상 기간 동안 미국이 관세 조치를 11월까지 유예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간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합의를 이뤄내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무역협정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와 달리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서두르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그보다는 자국의 협상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협상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양국이 장기간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 소비시장과 핵심 산업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 규제당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엔비디아 반도체에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자국 기업들에 구매를 자제하도록 촉구한 데 이어진 조치다.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할 경우 중국 제조산업 및 인공지능(AI)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나, 자국의 기술 및 생산 능력으로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상황도 미국이 불리하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 및 투자 지표가 악화하면서 트럼프 정부 정책의 악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여론조사도 트럼프 대통령에 점차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미국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판결을 인용해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시진핑 주석보다 더 다급한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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