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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 충돌 재점화, 종전 협상 교착 속 이란 군부 통제력 우려 커져

美·이란 군사 충돌 재점화, 종전 협상 교착 속 이란 군부 통제력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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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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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드론에 격추된 美 전투기, 상호 공습 재차 불붙어
종전 협상 공회전, 핵 프로그램 관련 쟁점에서 양국 이견 여전
전시 상황 속 이란 군부 입지 확대, 실질적 통제 여부 불분명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미군 헬기 격추를 빌미로 일시 휴전 상황 속 상호 공습이 재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이란이 현재 직면한 정치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전시 사태 속 이란 군부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며, 협상을 원하는 정부와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군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재차 공습 주고받은 美-이란

10일(현지시각) 가디언·AP통신·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강하게 쳤고 오늘도 강하게 칠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추가 타격을 공언했다. 지난 9일 벌어진 이란 드론의 미군 헬기 격추 사태로 인해 양국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팽팽해지는 양상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앞서 9일 오전 3시께 AH-64 아파치 공격 헬기 1대가 오만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 당국자 2명은 ABC뉴스에 해당 헬기가 이란 드론에 의해 격추됐다고 전했으며, 사용된 드론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공격에 통상적으로 동원하는 기종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는 이란의 선제 타격에 대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란의 방공망·지상 통제소·감시 레이더 등 20개 표적에 공습을 명령했고, CENTCOM은 이를 "비례적 자위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 같은 미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즉각 반격에 나섰고, 요르단 알아즈라크 공군기지·쿠웨이트 알살렘 공군기지·바레인 미 해군 5함대 사령부를 공격했다. 이후 요르단군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5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으며,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공중 위협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외신 등을 통해 "이란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요격됐고 미군 시설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양국 사이에서는 아슬아슬한 외교적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려 들었다"며 "이란군은 그 어떤 공격이나 위협에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어 미군을 향해 "안전을 원한다면 우리 지역에서 즉각 떠나라"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역시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전쟁은 결코 중동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서방 진영 전체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종전 협상 여전히 '안갯속'

이 같은 긴장 상태의 이면에는 양국 간 협상 교착 국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벌오피스에서 추가 타격 경고와 함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의미 있는 협상을 원하며, 효과적인 협상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 문서가 ‘의미 있는 문서’이며, 이로 인해 이란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란은 절대 핵을 가질 수 없고, 가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들도 이미 여기에 동의했다”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단시 서명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종전 협상의 쟁점은 대폭 좁혀졌다고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9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양국의 협상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희석 △이란 내 핵 시설 해체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최소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란은 10년 이상의 농축 중단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15년 동안 농축을 중단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 중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안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희석도 핵심 논제다. 미국은 유엔(UN)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고농축 우라늄 희석 작업을 직접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 협상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는 지난 4일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원자력 연구 기관 오크리지 연구소를 방문하며 이 같은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의 우라늄 처리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카자흐스탄에서 폐기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나 제3국에서 농축 우라늄을 폐기하는 방안도 수용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11톤(t)의 전량 희석 여부 역시 관건이다. 전쟁 초반에는 이란이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400kg만이 문제시됐다. 농도 60% 우라늄은 단기간 내 핵무기로 전환 가능한 위험 물질인 탓이다. 그러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고농축 우라늄 400kg을 희석하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란의 농축 우라늄 11톤 전부를 희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중이다. 이란이 이 같은 주문을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핵 시설 해체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를 포함한 모든 핵 시설의 해체를 요구 중이나, 이란은 최소한 한 곳은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 핵 시설의 완전 해체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정권의 입지를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이란 군부의 막대한 영향력

문제는 이러한 교착 국면 속, 이란의 선제 타격을 이끈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란 군부 내 강경파가 정부 통제를 벗어나 미국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이란 군부는 전쟁 및 안보 위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군사 작전은 물론, 국가 차원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까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외교 협상과 별개로 독자적인 강경 노선을 유지함과 동시에, 온건 성향의 정부·외교 라인 인사를 주변부로 밀어내고 강경파를 중심으로 권력 구도를 재편하는 양상이다.

이란 군부의 독자적 행보는 전장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이란 및 역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전쟁 국면에서 최정예 친위 조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휘 체계가 분산된 상태에서 중간급 지휘관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최고지도부의 명확한 승인 없이도 현장 지휘관들이 강경 대응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서방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권한 분산이 전시 생존성을 높이는 대신, 특정 군사 행동의 최종 결정 주체를 불명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군부가 정부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사례도 누적되는 추세다. 지난 4월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아라그치 장관에게 경고에 가까운 불만을 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이란군 고위 관계자는 국영 방송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적과 연관되지 않은 선박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사실상 아라그치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 이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엄격한 제한 조건을 강조한 셈이다. 이후 군부는 하루 만에 미국의 해상 봉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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