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패권주의’와 ‘기밀 주의’로 점철된 중국의 ‘특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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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사 외교’로 글로벌 패권 위한 지역 협력 도모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외교 채널 중복’, ‘기밀 주의’ 등 문제점 노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의 외교 전략은 특사(special envoy)들에게 글로벌 개입의 핵심 역할을 부여하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보통 서구 국가들의 외교는 시민 사회 단체 및 다자간 회의 참석을 포함한 포괄적 접촉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의 외교는 대정부 관계에만 집중해 경제 협력과 갈등 해결을 도모하는 방식을 띠고 있다. 문제는 특사를 통한 외교 범위가 확대될수록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상대국들의 불만도 증폭된다는 것이다.

중국, ‘전랑 외교’ 중심인물 ‘유럽 특별 대표’ 임명
최근 중국 정부가 루샤예(Lu Shaye)를 유럽 문제 특별 대표(Special Representative for European Affairs)로 임명하면서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을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 루샤예는 이른바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의 대표 주자로 해당 조치는 중국 정부의 유럽연합(EU)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방 진영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경제 협력은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특사 외교 방식은 유럽을 넘어 외교 범위 확대를 위한 필수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가 핵심 목표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담당 국가에 장기 주재하는 일반 외교관들과 달리 특사들은 분쟁 해결 및 무역 협상 등 특수 임무를 띠고 파견된다. 강대국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문제를 비밀스럽게 해결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위상 강화 위한 지역 협력 목적
중국이 특사 파견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기후 관련 행사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에서 중국의 책임감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핵심 자원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 2010년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착수 후에는 서구의 영향력에 대한 대항 세력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해 외교 노력을 강화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 안정과 분쟁 해결을 위한 특사 활용이 늘어났다. 소말리아 반도(Horn of Africa, 소말리아,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를 포함하는 아프리카 지역)와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특사 파견을 통해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을 확보하고 대미 경쟁 격화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외교는 더욱 전략적 성격을 띤다. 공식 석상에서는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지만 전쟁 책임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돌림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피해 갔다. 동시에 브라질, 남아프리카와 접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이 아닌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득한다.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두 마리 토끼 잡기’다.
'글로벌 사우스'에 외교 노력 집중
실제로 중국의 특사 시스템은 글로벌 사우스 관계 강화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 같은 지역 회의체가 주된 채널을 이룬다.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군도 등에 파견하는 특사들은 경제 외교 및 안보 대화, 지역 협력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특사들을 파견해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on) 및 개별 국가 고위급 리더들과의 회담을 도모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한 채무 부담과 자원 착취 이슈를 잠재우고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채널 중복, 상대국 불만, 기밀 주의 등 ‘문제 노출’
중국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특사 시스템은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외교 범위를 넓혀갈수록 속출하는 자국 외교 채널의 중첩과 일관성 없는 메시지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국 주재 외교관과 지역 책임자, 특사 사이의 갈등으로 조율에 문제를 겪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대방 국가의 불만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일대일로하에서 사회 기반 시설 건설을 위한 자금을 중국 빚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이제 중국과의 협약 유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중국 특사들은 외교적 잡음을 막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중국 특사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대부분 핵심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된 전직 고위 관료 출신 특사들이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피한다는 점이다. 서구권 특사들이 시민사회는 물론 반대 단체 및 국제기구와의 접촉을 피하지 않는다면 중국 특사들은 오직 정부 대 정부 관계에만 집중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피하고 비밀리에 경제 협력이나 당면한 갈등 해결만 도모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이 주장하고 견지하는 ‘불간섭 정책’(non-interference policy)와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특사 시스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중동, 아프리카, 인도 태평양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더 많은 특사들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해당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에 대한 상대국의 부정적인 시각과 중국 내부에서 비롯된 메시지의 혼선과 역할 중복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특사 전략이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외교 방식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정도 이해는 간다.
원문의 저자는 하오난(Hao Nan) 샤하르 연구소(Charhar Institute)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a’s special envoys are redefining global diploma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