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북한 억제 1차 책임은 한국”, 미 국방전략이 그린 동맹 재편 시나리오

“북한 억제 1차 책임은 한국”, 미 국방전략이 그린 동맹 재편 시나리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한국 책임 확대, 역내 미국 역할 축소
비핵화 대북정책에서 우선순위 조정
韓 ‘방산 강국’ 목표 아래 국방비 확대

미국 정부가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을 내놓으면서 한반도 방어의 기본 원칙을 ‘한국 주도·미국 제한 지원’ 체제로 정의했다. 한국이 강력한 군사력과 높은 국방비 지출, 방위산업 기반과 의무복무제를 갖춘 국가라는 점을 근거로 북한 억지의 1차 책임을 한국에 두는 식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결정적이면서도 제한적인 지원’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미국이 동맹 내 역할 배치를 문서상으로 재정렬하는 시도로, 과거 ‘워싱턴 선언’에서 강조된 확장억제 프레임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 군사·제도·산업적 조건 충분”

2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 공개된 미 국방부의 2026년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NDS)은 한반도 방어와 대북 억제 책임의 귀속을 문서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전략서는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면서도 제한적인(critical but more limited) 지원에 그쳐야 한다”고 적시했다. 미국은 이 같은 책임 배분을 한반도 방어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며 향후 자국의 군사 전략과 자원 배분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이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로는 군사·제도·산업적 조건들이 제시됐다. 전략서는 “한국은 강력한 재래식 군사력과 높은 국방비 지출 수준, 성숙한 방위산업 기반, 의무복무제를 포함한 병력 동원 체계를 갖춘 국가”라면서 “이러한 조건을 종합할 때, 미국의 전면적 개입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북한 억제를 감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한국이 북한의 직접적이고 명백한 군사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국가라는 점을 함께 언급하며 “방어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려는 정치적·군사적 의지 역시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역할을 분리해 설명했다는 점이다. 전략서는 미국이 제공할 지원을 ‘결정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수준과 개입 범위는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보와 자산, 전략적 능력 제공 등 핵심 요소에서는 미국의 역할을 유지하되, 한반도 내부의 전면적 방어 책임이나 상시적 부담은 축소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략서는 이러한 조정이 미국의 국방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에 합당하다고 설명하며 “동맹국이 더 큰 역할을 맡는 구조는 양국의 상호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번 NDS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자체 평가도 함께 내놨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할 만한 핵무기 능력을 보유한 국가”로 정의됐으며, “특히 미사일 전력은 동맹국 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됐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 전력이 자국 본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NDS는 이러한 위협 인식과 책임 배분을 분리해 억제 책임의 일차 귀속을 한국에 명확히 두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미동맹 운용 방식 변화 조짐

이 같은 구상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한국이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와 공동으로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가 확장억제를 일체형으로 강화하겠다는 공동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문서다. 선언문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주체가 자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한국의 역할은 연합 방위 구조 안에서 재래식 전력과 대응 역량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워싱턴 선언을 뒷받침한 핵심 장치는 핵협의그룹(NCG) 창설이다. NCG는 고도화되는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 작전 운용과 관련된 협의·기획·연습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체계를 제도화한 기구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자산이 어떻게 운용될지에 대한 협의를 정례화하려는 의도에서 추진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한다는 점을 재확인해 독자적인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했다. 억제의 주체는 미국, 한국은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협력 파트너라는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 셈이다. 

반면 이번 NDS는 이 같은 과거 프레임을 전면 무력화함으로써 억제 책임의 배치 자체가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선언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중심으로 한미 연합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전략서는 한국이 직접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미국의 핵전력과 전략자산은 여전히 중대 변수로 언급됐지만, 이러한 변수가 자동 개입될 가능성은 모두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주한미군 태세와 한국의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와도 맞물리면서 한미동맹의 운용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내포한다.

국방비 증액 흐름 현실화

이는 자주국방 실현을 앞당기겠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와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8.2% 증액된 약 66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재래식 무기 체계를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 체계로 재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방 분야 첨단 기술 스타트업 발굴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국방 재정의 세부 항목을 보면 방위 부담의 확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정부 예산안에 의하면 무기 구매 등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20조1,744억원으로 편성됐다. 예산 확대의 목적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응징 체계 고도화 등이 명시됐다. 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양산 예산은 전년도 1조3,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전력 운영비 역시 약 2조7,000억원 늘었다. 아울러 병사 급식 단가마저 높여 잡으며 전력 확보와 인력·운영 여건 개선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에 앞선 지난해 9월 미국 정부는 “한국과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035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GDP 대비 국방비와 동일한 비중이지만, 사이버 안보 등 간접 안보비용 1.5%를 포함한 총 5%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추가 지출은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기준 GDP 대비 한국의 국방예산은 2.42%로, 3.5%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을 30조원가량 추가로 배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방비 확대는 무기 도입과도 연결된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어치 구매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언급됐고, 미국은 “한국의 추가 구매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각에선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미국이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주한미군을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게 외교계의 중론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