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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침체와 대조되는 고성장, 폴란드 ‘유로화 도입’ 선긋기

유로존 침체와 대조되는 고성장, 폴란드 ‘유로화 도입’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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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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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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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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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통화 주권 유지 판단
핵심국 부진으로 흔들리는 유로화 신뢰 기반
대서양 경제 충돌 속 유럽 경제 하방 위험도

폴란드가 유로존 가입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국의 경제 성과가 유로화를 사용하는 다수 국가보다 낫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 자국 통화인 즈워티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폴란드는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20위권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반면, 유로존은 프랑스의 심각한 재정 적자와 독일의 역성장 등 핵심국들의 동반 침체로 인해 통화 동맹의 리스크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폴란드, '유로존 진입 유인 약화' 평가

25일(현지시각) 안제이 도만스키(Andrzej Domanski) 폴란드 재무부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경제는 현재 유로화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보다 분명히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즈워티를 유지해야 할 데이터와 연구, 논거가 점점 더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일정한 재정·통화 기준을 충족하면 유로화를 도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하지만 도만스키 장관은 유로존 가입 시점은 결국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결정권은 바르샤바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도널트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는 지난 2008년 첫 집권 당시 2012년 유로 도입을 주장했으나 이후 유로존 재정 위기와 우파 성향의 법과정의당(PiS) 반대로 인해 계획이 무산됐다. 투스크 총리가 2023년 10월 친유럽 성향 연정의 수장으로 재집권한 이후에도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 다수가 유로화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즈워티화는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도만스키 장관은 “여론은 즈워티를 선호하지만 우리가 지금 유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며 “2년 전만 해도 폴란드가 유로존 밖의 이중 구조 EU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폴란드가 명백히 경제 상위권에 속해 있으며 자국 통화를 포기할 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 달러(약 1,450조원)에 이르며 세계 20위 경제국으로 올라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폴란드의 올해 성장률을 3.4%로 전망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EU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다.

유럽 '재정 위기' 경고등

폴란드가 유로화 도입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데는 유로존 경제의 위기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국가부채가 3조3,000억 유로(약 5,640조원)를 넘어서면서 유로존 전체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는 유로존의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독일·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통화동맹의 핵심축을 이루는 국가다. 따라서 프랑스 재정이 흔들릴 경우 유로화 신뢰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프랑스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로존 중앙은행 관계자는 “이탈리아보다 프랑스가 더 큰 시스템 리스크”라며 “유로존 내 최대 공공지출국이긴 하지만, 구조적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공공지출은 GDP 대비 58%, 재정적자는 5% 안팎으로, EU의 재정준칙(3%)을 초과한 지 이미 오래다. 유럽위원회는 프랑스에 “2027년까지 재정적자를 3%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 프랑스 재무부조차 내부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4%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독일도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0.9%, 지난해 -0.5%로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지난해 1분기 GDP가 0.3% 반짝 성장했으나 2분기에는 -0.3%로 추락했다. 당초 전망치(-0.1%)보다 악화된 수치다. 이처럼 성장률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정부 지출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국방·인프라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하 등 기업 지원에도 재정을 투입했지만, 대부분은 연금·의료·사회복지 보전에 흡수돼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고령화로 늘어나는 구조적 비용을 메우는 데 재정이 흡수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다.

최근 남유럽 국가 일부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긴 했지만, 성장의 질과 지속성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유보적이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구조 개혁을 통해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유로존 전체의 평균 성장률을 견인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환경은 통화 통합이 위기 확산의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유로존 편입이 외부 충격의 완충 장치가 되기보다, 거시 리스크의 전달 통로로 기능할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발 관세 충격, 유럽 위기 가속

이런 상황에서 대서양 경제 질서에 따른 새로운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불발을 빌미로 덴마크·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을 지목, 다음 달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그린란드 매입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1일부터는 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표적은 프랑스산 와인과 향수, 독일 자동차 등 유럽을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수출품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서비스와 자본으로 깊숙이 얽혀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유럽에 직접 투자(FDI)한 누적 금액은 3조9,700억 달러(약 5,720조원), 유럽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조6,400억 달러(약 5,250조원)에 이른다. 양측의 투자액을 합치면 7조6,000억 달러(약 1경956조원)가 넘는 거대 자본 시장이 형성돼 있다.

특히 서비스 무역에서 상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22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서비스 수출 대상국 1위는 아일랜드(약 800억 달러·약 115조원)로, 이는 중국(5위)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아일랜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본사를 두고 지식재산권(IP) 수수료와 금융 서비스를 거래하는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유럽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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