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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 넘어 中 수출 신기록, 효율 대신 생존 택한 글로벌 무역

美 관세 장벽 넘어 中 수출 신기록, 효율 대신 생존 택한 글로벌 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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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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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 다변화로 美 의존도 축소
제3국 우회로 규제 회피, 글로벌사우스 연대 강화
세계 무역시장 효율성 대신 안정성 선택
美·中 갈등 속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이 무색하게 중국의 수출 신기록 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제3국 우회로와 개도국 무관세 전략을 앞세워 미국의 보호무역 그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형세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던 '적기 생산(Just-in-Time·JIT)' 방식을 버리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성을 택하는 ‘비상 대비(Just-in-Case·JIC)’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中 관세 장벽 뚫고 수출 신기록, 美 없는 공급망 지도 그린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집계한 지난해 중국의 수출과 수입, 무역흑자는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수출액은 26조9,900억 위안(약 5,592조원), 수입액은 18조4,800억 위안(약 3,830조원)을 기록했으며, 이를 합산한 전체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45조4,700억 위안(약 9,428조원)에 달했다. 특히 무역흑자는 8조5,100억 위안(약 1,764조원)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견인했다.

이에 대해 왕쥔 해관총서 부주임은 "국제 환경의 급변과 무역 질서의 위기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압박을 견디며 혁신과 개방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관세와 공급망 배제 시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입증하는 결과다. 이러한 무역수지 개선에 따른 순수출 증가는 성장의 버팀목이 돼 1~3분기 둔화세를 보이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치인 5% 안팎에 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출 지형의 구조적 대전환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약 20% 급감하며 관세 충격이 현실화했지만, 그 빈자리는 신흥 시장이 빠르게 채웠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8%)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6.5%), 아프리카(18.4%)와의 교역이 일제히 증가하며 미국 의존도를 낮춘 시장 다변화가 안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과의 무역액은 23조6,000억 위안(약 4,895조원)에 달해 전체 무역의 과반(51.9%)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장벽이 중국의 수출 총량을 억제하기보다는, 수출의 물길을 미국 중심에서 다극체제로 돌리는 촉매제가 됐음을 시사한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품목의 질적 고도화 및 물류 인프라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2% 증가한 5조2,500억 위안(약 1,088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풍력발전 설비(48.7%)와 리튬이온배터리(26.2%)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품목의 변화와 함께 물류 지도 또한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중국은 남미 직항로 개설 등 미국을 거치지 않는 독자적인 물류축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중국 남부 최대 해상 허브인 광저우항은 페루 찬카이항과의 직항로를 개설했는데, 이 항로는 운송 기간을 약 30일로 단축하고 물류비용을 20%가량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우회 수출에 그치지 않고 물류축과 거래선 자체가 미국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재설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美 고율 관세 vs 中 무관세 전략, 제3국 우회 가속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중국의 수출 총량 배경엔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해 변화하는 수출 경로의 구조적 재편이 자리한다. 중국의 시장 다변화가 외형적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미국 측에서는 그 여파가 제3국 우회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세 충격이 2025년에 집중됐으나 기업들이 환적 및 우회 등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2026년에는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 급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으나 이를 완전한 탈중국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는 멕시코와 베트남 등을 경유해 공급망이 재편되는 현상에 주목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또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제3국을 통해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대멕시코 수출과 멕시코발 대미 수출이 동반 상승한 추세는 이러한 우회 경로가 일시적 대응을 넘어 상시적인 교역 채널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미국 소매업계의 현실적인 조달 구조는 이 같은 우회 의존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와 아마존은 일반 상품의 40~60%를 비롯해 장난감(70%), 리튬 배터리(60%) 등 핵심 품목에서 여전히 높은 대중국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다. 쿨(KÜHL)이나 타겟 등 일부 유통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중국 비중 축소를 시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생산지만 옮겼을 뿐 원자재와 핵심 부품은 중국산이라며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제품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경유하는 환적 사례가 미국의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고정적인 물류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공급망이 과거의 직수출 체제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결과적으로 글로벌 무역 비용을 상승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는 사이 중국은 정반대의 무관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SCMP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자료를 인용해 2025년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1.2%로 194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중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3%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은 아프리카를 포함해 수교를 맺은 43개 최빈개도국(LDC)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며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개방 경제 이미지를 부각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즈우 홍콩대 석좌교수는 중국의 저율 및 무관세 전략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과 대비되는 인상을 줌으로써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효율성보다 생존 우선, 글로벌 무역의 블록화·각자도생

우회와 무관세가 결합한 새로운 교역 경로가 구조화되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설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와 이에 맞선 중국의 대응이 맞물려 관세, 원산지 규정, 보조금 등 복합적인 통상 변수가 얽히자, 기업의 운영 전략도 효율성 중심에서 생존 중심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과거 인건비 절감과 물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비용 주도형 공급망은 최근 관세 회피와 원산지 규정 충족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 적응형 설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복잡한 무역 협정(FTA)과 규제망을 우회하기 위해 조달처를 세분화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이 필수가 됐음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공급망 관리는 단순한 가격 최적화 단계를 벗어나 통상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도의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거시적 설계의 변화는 기업의 현장 전략, 특히 재고 관리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경제 분석기관들은 수십 년간 글로벌 표준으로 통했던 효율 중심의 JIT 방식이 퇴조하고,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재고를 넉넉히 비축하는 JIC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공급망 충격에 민감한 의약품 및 바이오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전 필수 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물류비용과 보관 비용 상승을 감내하더라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유럽 기업들 역시 중국 내 경영 불확실성과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해 대체 불가능한 부품의 공급선을 다각화하는 등 리스크 분산에 주력하고 있다.

미시적인 기업 전략의 변화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무역 구조의 분절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 장벽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블록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중심의 서방 블록, 중국 중심의 동방 블록, 그리고 독자 노선을 걷는 제3지대로 재편되며 무역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수출망 다변화가, 서방 기업은 조달 리스크 분산이 각각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되며 세계 경제가 최저 비용을 추구하던 효율성의 시대를 마감하고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진입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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