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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낸드 가격 2배 인상, 메모리 판도 흔든 AI 데이터센터에 SSD 시장 ‘흔들’

삼성전자 낸드 가격 2배 인상, 메모리 판도 흔든 AI 데이터센터에 SSD 시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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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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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용 D램 수요 급증에 캐파 배분 변화
클라우드·데이터센터용 SSD 가격 급등
D램 한계 보완 위한 고속 스토리지 수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공급 가격을 전 분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높이면서 메모리 시장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에 설비와 웨이퍼 투입이 집중되면서 낸드 생산 여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가운데, 그 여파가 낸드 가격 급등을 거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으로까지 전이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고속 스토리지 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낸드 시장 전반의 공급 압박은 단기간에 가중되는 형국이다. 

D램–낸드 간 우선순위 조정

25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워츠테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핵심 고객사와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에서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을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높여 잡았다. 이번 가격 인상 결정에 앞서 삼성전자는 낸드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 물량을 지난해 490만 장에서 올해 468만 장으로 줄인 바 있다. 표면적인 감소 폭만 놓고 보면 불과 22만 장에 그치지만, 생산량 축소가 즉각 수급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낸드 가격 급등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낸드 생산 감축의 배경에는 메모리 산업 전반에서 진행 중인 D램 중심의 생산능력(캐파)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서버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한정된 설비와 인력을 보다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D램 제품군에 우선 배치했다. 반대로 낸드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낸드와 D램은 동일한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팹 운영 계획과 장비 투자, 공정 전환 일정 등에서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하다.

생산 구조 변화도 공급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트리플레벨셀(TLC) 중심 라인에서 쿼드레벨셀(QLC)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설비 셋업과 공정 안정화 기간, 초기 수율 저하가 예상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낸드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이들 두 업체의 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생산 손실이 지금과 같은 수급 긴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 감소가 가격 급등으로 연결되는 신호도 선명하게 포착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3~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IDC 역시 올해 낸드 공급 증가율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낸드 계약가 인상은 시장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장기간 수익성 악화로 가격 방어에 주력해 온 낸드 업계가 이번 메모리 호황 국면을 활용해 공급과 가격을 동시에 조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엔터프라이즈 SSD ‘공급 경보’

낸드 감산의 충격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데이터센터로, 그중에서도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투입되는 1테라비트(Tb) TLC 제품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트렌드포스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1Tb TLC 가격은 전월 대비 65% 이상 뛰었고, 512기가비트(Gb)와 256Gb TLC 역시 공급 축소가 이어지며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데이터센터용 SSD는 단일 서버에 대용량 낸드를 집적해 사용하는 구조인 까닭에 특정 용량·공정 제품의 수급 변화가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특성을 갖는다.

나아가 데이터센터용 SSD는 소비자용 SSD와 달리 수급 구조 자체가 경직적이다.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서버 증설 계획에 맞춰 저장장치 도입을 사전에 확정하고, 일정 수준의 성능·내구성을 충족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단기적으로 구매를 줄이기 어렵다. TLC 기반 낸드 물량이 빠듯해지자, QLC 제품군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산업용·소비자용 SSD에 쓰이는 멀티레벨셀(MLC) 제품들 역시 수요 증가의 간접 효과로 오름세를 보이는 추세다. 

공급사와 고객사 간 계약 구조도 가격 민감도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통상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에서는 상당수 물량이 분기별 또는 반기별 가격 협상을 통해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공급 감소가 확인되면, 신규 계약 가격이 빠르게 상향 조정된다는 의미다. 미국 샌디스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일 샌디스크는 올해 1분기 기업용 SSD 가격을 작년 4분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30~40% 인상 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을 고스란히 드러낸 전형으로 평가된다. 

HDD→SSD→NVMe SSD

최근에는 대규모 AI 연산 환경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의 역할이 분화하면서 비휘발성메모리익스프레스(NVMe) 기반 SSD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생성형 AI가 확산할수록 학습 데이터와 파라미터 스냅샷, 로그 파일, 체크포인트 등 저장해야 할 데이터의 절대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빠르게 불러오는 능력이 전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면서다. AI 서버에서는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이를 뒷받침하는 HBM·서버용 D램이 초저지연·고대역폭 처리를 맡고, 스토리지는 대규모 데이터셋과 중간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적재·호출하는 역할을 한다. 

D램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고속 스토리지 수요 확대도 NVMe 수요 집중을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AI 추론 과정에서는 ‘KV 캐시’로 불리는 중간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는데, 이를 전적으로 HBM이나 D램에 의존할 경우엔 용량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전량에 대용량 SSD를 탑재하기도 했다.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SSD 용량은 1,152테라바이트(TB)로 직전 모델인 ‘블랙웰’ 대비 10배 이상 많다. 베라 루빈의 올해 출하량이 3만 대, 내년 10만 대로 계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6년에는 3,460만TB, 2027년엔 1억1,520만TB에 달하는 신규 저장 수요가 발생한다.

저장장치 기술의 이동 경로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과거 대규모 데이터는 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저장됐지만, 회전식 매체의 특성상 지연 시간이 길고 병렬 접근이 제한적이었다. 이후 SSD가 확산하며 접근 속도와 안정성은 크게 개선됐으나, 직렬첨부기술(SATA) 인터페이스에서는 SSD 역시 대규모 병렬 연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주변장치상호연결익스프레스(PCIe)를 활용해 CPU·GPU와 직접 연결되는 NVMe SSD가 데이터센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NVMe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AI 서버 한 대가 처리하는 연산량과 데이터 규모를 감안하면, 스토리지 병목으로 인한 성능 저하가 더 큰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히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용 제품에 대한 수요와 별개로 AI·클라우드가 독자적인 수요 축을 형성하면서 고속·저지연 스토리지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닌 필수 요건으로 인식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NVMe가 가격 경쟁력보다는 시스템 효율을 기준으로 선택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며, 작금의 수요 쏠림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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