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일치" 외환 시장 공동 개입 시사한 美·日, 韓·日 환율 리스크 해소 전망
"이해관계 일치" 외환 시장 공동 개입 시사한 美·日, 韓·日 환율 리스크 해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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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락, 美·日 공동 개입설에 하방 압력 가중 환율 방어 부담에 신음하던 韓, 숨통 트일까 日 다카이치 내각, 조기 총선 앞두고 '민심 확보' 기회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돌연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이 강달러 해소를 위해 일본 등과 공동 외환 시장 개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환율 하방 압력이 순식간에 가중된 것이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던 한국은 물론, 조기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에도 유의미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美의 외환 시장 개입 시나리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19.7원 내린 1,446.1원에 출발했다.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국·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개입을 계획 중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결과다. 앞서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환율 수준을 확인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환율 점검)을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한때 1.75% 급등하는 등 심한 변동성이 나타났다. 환율 점검은 통상 실개입 직전 단행되는 강력한 경고 수단이다.
이에 더해 25일 로이터통신은 최근 엔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과 관련한 미·일 공동 개입 가능성을 분석하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 경제 수장과도 원화 문제를 논의했으며, 매우 이례적으로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기초 경제 여건(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외환 분석 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창립자는 로이터에 "베선트 장관의 원화 관련 발언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엔, 원, 대만달러 가치를 안정화하거나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믿는 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환 시장 개입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현시점 미국과 아시아 우방국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활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고 무역 적자를 증대시키는 악재다. 반대로 일본·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아 내부적 인플레이션 압박에 짓눌리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과 아시아 우방국들의 다자간 공동 개입이 현실화할 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주요 7개국(G7)의 공동 행동 이후 15년 만에 벌어지는 외환시장 개입이 된다. 당시에는 엔고를 막기 위한 엔화 매도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달러 강세를 꺾기 위한 아시아 통화 매수 조치가 등장할 전망이다.
韓, 환율 상승 막으려 '안간힘'
이는 환율 방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온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공개한 ‘2025년 3분기 시장 안정화 조치 내역’을 보면, 외환당국이 지난 3분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매수액-매도액)은 -17억4,500만 달러(약 2조5,150억원)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2분기(순거래액 -7억9,700만 달러)보다 개입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은 4분기에는 당국의 시장 개입 부담이 한층 가중됐을 가능성이 크다.
환율 대응 부담은 민간 은행권에도 전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 만찬에 주요 시중은행장을 초청해 환율 안정 관련 협조를 재차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외환 담당 임원(부행장급)을 개별 소집해 "달러 예금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동원령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두 달 동안 당국의 외환 관련 호출만 세 번이 있었다"며 "공개적으로도, 비공개적으로도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주문에 주요 은행들은 속속 환율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외화예금 상품 금리를 달러 기준 1.5%에서 0.1%로, 유로는 0.75%에서 0.02%로 하향 조정한다. 하나은행도 대표 상품 금리를 2.0%에서 0.05%로 조정했고, 외화예금 상품 마케팅을 축소하며 원화 환전을 유도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 상품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0.1%로 내렸다. 달러가 시중에서 팔리고 환전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외화 예치 유인을 제거한 것이다.

조기 총선 앞둔 日, 여론 악화일로
일본 다카이치 내각의 경우 당장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민심 회복을 위한 환율 방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3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 때인 2024년 10월 9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중의원 재임 일수는 454일로 전후 세 번째로 짧았다. 성급한 중의원 해산에 대한 당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다카이치 총리는 "(과반 획득에) 진퇴를 걸겠다"며 조기 총선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달 24~25일 실시된 마이니치신문 정기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7%에 그쳤다. 이는 지난 12월 동일 조사 대비 10%P 급락한 수치이자,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첫 50%대 기록이다. 중의원 조기 해산에 대해서는 41%의 응답자가 "평가하지 않는다(부정적)"고 답했고, "평가한다(긍정적)"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다카이치 내각이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전 의회를 해산한 것에 대해서도 "중의원 선거보다 예산 성립을 우선했어야 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권이 있는 일본에서 중간 해산과 조기 총선은 잦은 일이지만, 4월부터 시작하는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1월에 국회를 해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아울러 다음 달 8일 치르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였으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는 42%였다.
다카이치 내각에 있어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한 엔저 리스크 해소는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해소할 핵심 카드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당대표 토론회에서 엔저 상황에 대해 “투기적 움직임이나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는 일본 정부로서 취해야 할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