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 최대 밀집지 ‘버지니아’, AI발 ‘전력 쇼크’ 현실화
美 데이터센터 최대 밀집지 ‘버지니아’, AI발 ‘전력 쇼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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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發 전력난 비상 데이터센터 집중된 美 버지니아주 블랙아웃 우려 속 ‘전력 확보’ 역량 과제로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 이면엔 ‘전기료 폭탄’이라는 대가가 뒤따르고 있다. 빅테크들이 앞다퉈 세운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의 공공 자원을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면서 막대한 인프라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인프라의 부재가 데이터센터의 ‘유령화’ 현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력 확보 역량이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전력 도매가 MWh당 1,800달러 돌파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단지가 들어선 버지니아주 도미니언에너지(Dominion Energy) 관할 지역의 전력 도매가격은 이날 오전 메가와트시(MWh)당 1,800달러(약 260만원)를 넘어섰다.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력 확보 비용도 MW당 269.92달러로 지난해 가격(MW당 28.92달러)의 10배 가까이로 급등했다.
이 같은 기형적인 폭등은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가 기본 전력 부하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여놨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전력망을 운영하는 PJM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의 데이터를 보면 25일 오전 10시 기준 도미니언 구간의 전력 수요는 23기가와트(GW)에 달해, 당초 예상치를 5% 이상 웃돌았다. PJM 측은 오는 27일 전체 전력 수요가 147.2GW에 이르며 지난해 1월 기록한 역대 겨울 최대 수요(143.7GW)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지니아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이곳에 데이터센터가 몰리고 있는 이유는 독보적인 산업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버지니아 북부와 인접한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RTP)는 듀크대(Duke University),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CSU),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UNC Chapel Hill)이 형성하는 거대한 교육 벨트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1959년에 설립된 RTP는 7,000에이커(약 850만 평)에 달하며,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RTP에서 배출한 전문 인력은 데이터센터 운영과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술적 역량을 공급하며, 해당 지역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최우선 거점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워싱턴 D.C.와의 지리적 인접성은 정부 연계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데이터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풍부한 지적 자산과 행정적 이점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유인해 기하급수적인 데이터센터 증설을 가속화했다. 대학 타운 특유의 정제된 환경과 수준 높은 정주 여건은 고급 기술 인력의 유입을 지속시켰고, 이는 다시 데이터센터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버지니아 전기료, 5년 새 267% 폭등
현재 버지니아주에는 6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으로, 전 세계 컴퓨팅 용량의 약 13%,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고성능 연산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대부분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지며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처리장치(TPU) 등 고성능 칩이 24시간 구동된다. 단순한 저장·전송 중심의 IT 작업보다 연산량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 AI는 단순 검색보다 수십 배의 전력을 소비한다. 예컨대 구글 일반 검색은 0.3와트시(Wh)에 불과하지만, GPT 기반의 AI 검색은 2.9Wh~7.5Wh를 소모한다. GPT-3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만 1.3GWh가 들었으며, 이는 4인 기준 1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1GWh)을 훌쩍 넘는다. 냉각에도 전력이 집중된다. 데이터센터 내 냉각 설비가 전체 소비 전력의 약 40%를 차지하며, 고온·고부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공랭·수랭·액침 방식의 냉각 시스템이 추가 전력 소모를 유발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3% 뛰었는데, 버지니아는 같은 기간 전기요금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고,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267%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노후화된 전력망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반 가정에 추가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버지니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AI 혁명의 대가를 왜 가정이 치러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규제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버지니아주 의회는 데이터센터 신설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기 확보 못하면 ‘유령 데이터센터’로 남을 수도
문제는 앞으로 AI 데이터센터에 의한 전력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AI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165%를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 945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485.4TWh)보다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AI 처리 수요 충족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올해 1분기부터 2029년까지 AI를 지원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3조 달러(약 4,398조6,000억원)가 지출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한 해 예산안 규모이자 지난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 그렇잖아도 과부하 상태인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전기요금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규 전력망 확충에 소요되는 시간적 물리적 비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에너지 부족 사태는 단기적인 처방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전력 공급 위기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미 버지니아는 지난 2024년 7월 수십 곳의 데이터센터가 자동으로 전력망에서 이탈하면서 블랙아웃(Blackout)으로 이어질 뻔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미 연방 규제기관과 전력회사 경영진에 따르면, PJM과 도미니언에너지가 출력을 급히 조절해 블랙아웃을 가까스로 막았다. 이와 관련해 북미전력신뢰도협회(NERC) 신뢰성 평가 및 시스템 분석 디렉터인 존 모우라(John Moura)는 "현재의 버지니아 주 전력망은 1,5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이탈하는 상황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엄청난 양의 전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버지니아가 '유령 데이터센터의 도시'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컴퓨팅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사례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산타클라라에는 디지털 리얼티의 ‘SJC37’ 센터와 스택 인프라스트럭처의 ‘SVY02A’ 캠퍼스가 몇년째 방치 중이다. 이 건물들은 각각 48MW의 전력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전력 공급이 지연되며 2019년부터 텅 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두 시설을 가동하려면 100MW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도 몇년간 전력이 공급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버지니아도 전력 인프라 확충 지연으로 수년째 신규 연결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장이 전력망 개선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며 "완공된 데이터센터가 수년째 가동되지 못하는 현상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