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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시대, 통화 권력의 기준은 결제 인프라

[딥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시대, 통화 권력의 기준은 결제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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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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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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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확산, 통화 주권의 기준은 결제망
토큰보다 중요한 결제·청산 통제권
결제 경로 장악 여부가 통화 정책 좌우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6월 기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총 유통 규모는 약 2,520억 달러(약 365조4,000억원)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부 시장에 국한된 실험적 수단을 넘어, 실제 거래와 지급에 활용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은행 예금과 카드 결제망, 중앙은행 화폐의 경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화폐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통화 주권에 미치는 영향은 토큰의 형태나 기술적 특성보다 결제와 청산이 어떤 체계에서 처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거래가 국내 금융 인프라와 감독 체계 안에서 처리될 경우, 토큰화된 화폐는 기존 통화 질서의 연장선에서 작동한다. 반면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결제가 이뤄질 경우,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와 정책 개입 권한은 국외로 이동한다. 화폐의 형식은 변화할 수 있지만, 통화 주권은 결제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에 의해 결정된다.

결제 인프라가 좌우하는 통화 통제

정책 논의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같은 금융 수단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 그러나 통화 통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결제가 어떤 시스템에서 처리되는지다. 두 수단 모두 디지털 형태의 지급 청구권이라는 점에서, 정책 효과는 설계보다는 운영 구조에 의해 좌우된다.

완전 담보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 결제·청산 시스템에서 사용될 경우, 거래 흐름은 기존 통화 체계 안에 머문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 관리, 유동성 공급, 자본 이동 관리, 자금세탁방지 등 기존 정책 수단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반대로 동일한 토큰이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디지털 지갑과 원장에서 처리되면, 거래 정보와 통제 권한은 국외에 축적된다. 정책 수단은 존재하더라도 집행력은 약화된다. 기술적 변화가 통화 통제의 범위를 바꾸는 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논의의 초점을 토큰 자체에서 결제 구조로 이동시킨다. 중앙은행이 이른바 ‘외부 화폐’의 확산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토큰화된 화폐가 국내 법과 감독 체계에 포함된 결제 인프라에서 처리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소매용 CBDC는 하나의 선택지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수탁기관에 국내 결제 계좌를 통한 청산을 요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책의 핵심은 토큰화된 청구권이 어느 결제 인프라와 관할에 귀속되는지다. 토큰화된 부채의 규모가 이미 소매 금융과 자본 이동에 영향을 줄 수준으로 확대된 만큼, 이 판단은 통화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와 주요 중앙은행 자산
주: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앙은행 자산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화폐의 형태만으로는 통화 권력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규모보다 중요한 사용 범위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됐지만, 통화 질서를 좌우할 정도의 절대적 규모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중반 기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총 유통 규모는 수백조원대다. 상위 발행사인 서클은 2024년 말 기준 유에스디코인(USDC) 준비금이 400억 달러(약 58조원)를 넘었으며, 이를 단기 미 국채와 현금성 자산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암호 자산 시장과 일부 결제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규모지만, 주요 국가의 은행 예금 총액이나 중앙은행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다.

외부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두 가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와 해외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되는 소비자 결제 비중이다. 유로존에서는 2024년 상반기 기준 카드 결제의 약 3분의 2가 국제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됐다. 이는 토큰화 이전부터 형성된 구조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디지털 지갑과 결제망을 통해 유통될 경우, 기존 의존 구조는 더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거래 기준 설정, 분쟁 처리, 결제 데이터 관리 권한이 외부에 있을 경우,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통제력 약화를 가속하는 경로로 작동한다.

2024년 유로존 소매 결제망 통제 구조
주: 유럽은 이미 해외 결제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토큰화된 화폐가 동일한 결제망을 통해 유통될 경우, 이러한 구조적 의존은 더 심화된다.

통제력을 지키는 정책 방향

토큰 기반 화폐가 일상 결제에 활용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통화 통제를 유지하려면, 소매 결제가 처리되는 결제망을 정책 범위 안에 두는 것이 우선 과제다.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사용될 경우 발행사뿐 아니라 수탁기관, 지갑 운영자, 결제 처리 사업자까지 모두 감독 체계에 포함돼야 한다. 해당 토큰은 국내 제도 안에서 중앙은행 화폐로 상환될 수 있어야 하며, 결제 역시 국내 감독을 받는 시스템에서 완료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를 통해 토큰 기반 결제도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와 같은 기존 결제 질서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

결제망 관리와 함께 중요한 과제는 토큰을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국내에 두는 일이다. 상환과 정산 기능이 일부 금융기관이나 해외 인프라에 집중될 경우, 시장 불안이 확대될 때 자금 이동이 급격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토큰 수탁기관이 중앙은행 계좌나 단기 국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허용하면, 토큰과 중앙은행 화폐 간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당국 역시 시장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결제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위기 대응 수단을 확장한다.

아울러 준비금에 대한 정보 공개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준비금의 구성과 보관 방식, 상환 절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통화 통제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 정기적이고 표준화된 보고를 의무화하면, 스테이블코인이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확산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공시가 미흡하거나 구조가 불투명한 경우에는 소매 결제 사용을 제한하거나 추가적인 국내 담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통화 정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규제와 혁신을 둘러싼 오해와 현실

결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비용을 높인다는 우려가 반복된다. 그러나 실제 결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과 신뢰다. 국내 결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설계된 시스템은 감독 체계 안에서도 안정적이고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오프라인 기능이나 하이브리드 방식의 디지털 화폐 설계는 규제와 효율성이 병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결제 사업자의 행동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시장에서 활동하려는 사업자에게 규제 준수는 사업 지속의 전제 조건이다. 기준이 명확할수록 시장 참여자는 이에 맞춰 상품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다. 반대로 기준이 모호할 경우, 이용자와 가맹점은 감독이 느슨한 경로로 이동하고 결제 위험은 커진다. 2024~2025년의 경험은 집행 기준이 분명한 규제가 기관 참여를 확대하고 시스템 불안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정책 선택이 극단적인 양자택일이라는 인식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글로벌 토큰을 수용하면 통제를 잃고, 이를 거부하면 혁신에서 뒤처진다는 구도는 정책 환경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통화 통제는 새로운 결제 수단을 배제함으로써 유지되지 않는다. 토큰화된 화폐가 국내 법과 감독 체계 안에서 결제되도록 설계될 때 통제는 유지된다. 빠르고 비용 부담이 낮으며 규제된 토큰 결제 환경을 제공하는 국가는 편의성과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정책의 초점은 글로벌 결제 환경과 연결되면서도 감독 권한이 작동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토큰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결제 효율성과 국경 간 이전 수요를 바탕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제와 상환이 어느 관할에서 처리되느냐다. 결제와 상환이 해외 인프라에 의존할 경우 자금 흐름에 대한 정책 통제는 약화된다. 반대로 자국 법과 감독 체계 아래에서 결제가 이뤄지고 중앙은행 화폐로 상환된다면, 토큰은 기존 통화의 디지털 형태로 기능한다. 통화 주권의 기준은 토큰이 아니라 결제 통제권이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소매 결제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를 감독 체계 안에 두고, 토큰의 상환 경로를 국내 제도에 연결하며, 준비금 정보는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결제 시스템이 정책 권한이 작동하는 구조로 설계될 때, 디지털 전환과 통화 통제는 함께 유지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Coins Become Code: Why Payment Rails and Monetary Sovereignty — Not Tokens — Decide Who Holds Powe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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