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에 공급" HBM4로 판 뒤집은 삼성전자, 차세대 경쟁에도 '총력'
"엔비디아·AMD에 공급" HBM4로 판 뒤집은 삼성전자, 차세대 경쟁에도 '총력'
입력
수정
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AMD 검증 통과하며 출하 임박 SK하이닉스 독주하던 HBM 공급망, 삼성 부활로 '지각변동'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삼파전 치열, 차세대 HBM 경쟁 불붙었다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 구도 재편에 나섰다. 과감한 설계 전략으로 HBM4 제품 성능을 대폭 개선, 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제치고 주요 고객사 납품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이다. 5세대 HBM(HBM3E) 경쟁 당시의 치욕을 씻어낸 삼성전자는 미래 시장의 패권 확보를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HBM4 시장서 존재감 입증
25일(현지시각) 반도체 전문 매체 Wccftech는 삼성전자 HBM4가 엔비디아와 AMD의 모든 검증을 통과했으며, 다음 달 본격 출하를 목표로 양산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경쟁자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유일하게 엔비디아 공급용 HBM4 마지막 퀄테스트에 돌입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과 AMD의 'MI450'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HBM 경쟁력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고성능컴퓨팅(HPC)용 HBM2 사업화에 성공했으나, 시장 수요 대비 비용 부담을 이유로 2019년 사실상 사업 철수를 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개발을 지속하며 HBM3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 올라서며 글로벌 HBM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 같은 시장 선점 효과는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 경쟁에서도 유지됐고, SK하이닉스는 확고한 시장 주도권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HBM4 경쟁력을 갖추면서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움직이던 AI 반도체 공급망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독주하고 마이크론이 추격하는 구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며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다.
HBM4 경쟁력 제고의 비결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는 과감한 설계 전략이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HBM4에 적용했으며, 베이스 다이에는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4나노 공정을 투입해 납기 경쟁력을 높였다. 이는 SK하이닉스가 5세대(1b) D램과 12나노 로직 다이를 사용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이 같은 설계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의 HBM4는 초당 11.7기가비트(Gb)에 달하는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AMD가 요구한 기준인 초당 10Gb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향후 성능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남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커스텀 HBM용 로직 다이를 최대 2나노 공정으로 설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SF2(1세대 2나노) 공정 기반의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양산하면서 본격적으로 2나노 공정에 발을 들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커스텀SoC(시스템온칩)팀 주도로 커스텀 HBM용 로직 다이를 설계 중"이라며 "다양한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4나노에서 2나노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한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 게이트가 감싸는 구조로, 3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더 넓은 면적으로 게이트와 채널이 접촉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앞서 3나노 공정부터 GAA 구조를 최초 도입한 삼성전자는 2나노에선 독자 개발한 MBCFET(멀티 브릿지 채널) 구조를 채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최대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HBM 파운드리 협력사인 대만 TSMC의 힘을 빌려야 한다. 사실상 자체 역량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HBM4E 경쟁도 이미 '진행 중'
HBM4 시장에서 유의미한 입지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경쟁의 밑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세대 맞춤형(커스텀) 7세대 HBM(HBM4E)의 베이스다이는 현재 백엔드 설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HBM 개발 과정 중반부를 넘긴 것이다. 백엔드는 레지스터 전송 레벨(RTL) 논리 회로 설계 등 프론트엔드 개발 후 실제 회로를 배치·연결하는 단계다. 백엔드가 마무리되면 완성된 설계 데이터를 파운드리 업체에 전달(테이프아웃)한다.
삼성전자의 커스텀 HBM4E 베이스다이 설계는 10나노 급 6세대 1c D램 기반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수석 엔지니어를 포함한 과거 HBM 개발팀 인력 등이 맡았다. HBM 개발팀은 HBM4 개발 완료 후 지난해 11월 D램 개발실 산하로 재편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이들 인력을 활용해 커스텀 8세대 HBM(HBM5) 베이스다이 설계까지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HBM 설계에는 약 10개월이 소요되며, 이 중 백엔드 설계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커스텀 HBM4E 설계는 올해 5~6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력을 강화해 12나노와 3나노 공정을 혼용하는 전략을 택했고, 마이크론 역시 TSMC 공정을 활용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AI 시장의 경쟁 축이 서비스에서 인프라 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HBM4E 경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커스텀 HBM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