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의 ‘인프라 투자 승부수’, 韓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인수 판 다시 짰다
KKR의 ‘인프라 투자 승부수’, 韓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인수 판 다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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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 자산 확대 흐름 연장선
‘헐값 매각’ 논란, 개인주주 반발 변수
갈등 장기화에도 인수 부담 크지 않아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 인수를 다시 추진하는 모습이다. 앞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계 자본 논란을 의식해 인수 주체를 국내 운용사로 전환하고, 선순위 채권을 축으로 단계적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다. 인수 구조와 자금 흐름, 그리고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한 KKR의 전략이 하나둘 구체화하는 가운데 시장은 해당 발전소를 둘러싼 기존 주주 갈등과 경영권 향방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개인주주 반발과 제도적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거래의 큰 틀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확대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최근 태안안면클린에너지(TACE) 인수에 재도전하면서 인수 주체를 국내 운용사인 크리에이트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앞서 KKR은 외부 운용사인 랜턴에이앤아이와 협력해 TACE의 선순위채권을 인수한 뒤 담보권 실행을 통해 에쿼티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외국계 자본이 국내 대규모 인프라 자산을 저가에 인수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에 KKR은 직접 설립한 국내 자회사를 전면에 내세워 인프라·상업용 부동산 투자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인수 작업을 다시 가속하는 모습이다.
거래의 핵심은 선순위채권 인수와 그 이후 단계다. TACE 선순위채권 대부분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다수의 금융기관이 보유 중인데, 일부 채권은 이미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이 때문에 크리에이트가 선순위채권을 확보할 경우 담보로 설정된 에쿼티 지분에 대한 강제 매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KKR로서는 향후 최종 인수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KKR은 지난해 말 크리에이트를 통해 우리은행과 중국은행이 보유하던 대출채권을 인수 완료했고,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나머지 대주단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KKR은 국내에서 단기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자산 가치 상승을 중시하는 인프라 투자 전략을 유지해 왔다. 신재생 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 성격의 자산을 인수한 뒤 장기간 운용하면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TACE 역시 동일한 투자 철학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일대 폐염전과 폐목장 부지 615만㎡에 조성된 TACE는 총 사업비 약 5,000억원을 투입해 현재 300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약 10만 가구에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 장기 운영 시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기대되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KKR은 북미와 유럽에서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산을 공격적으로 인수·운영해 왔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가 북미 지역에서 운영 중이던 1.4GW 규모 태양광 발전소 포트폴리오 지분 50%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KKR은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 전환 분야에 230억 달러(약 3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재생에너지는 우리의 핵심 인프라 투자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이번 TACE 인수 시도는 KKR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국면에서 한국 시장을 또 하나의 주요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지분 거래 조건 둘러싼 문제 제기
문제는 개인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TACE는 사업 초기부터 외부 투자 유치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였는데, 회사 설립 직전인 2017년 개인주주 3인은 총 10억원을 출자했다. TACE는 이후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KKR과 랜턴으로부터 총 1,900억원 규모의 중간위험(메자닌)·후순위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 과정에서 개인주주 전원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일정 시점 이후 투자사에 양도하는 계약이 체결됐고, 양도 가격은 100억원으로 명시됐다. 해당 계약은 선순위 대주단과도 공유·확약된 내용으로, 개인주주 지분 전량에 대한 담보 설정까지 이행됐다.
그러나 개인주주들은 2024년 들어 기존 계약 이행에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인허가 지연과 외부 환경 변화가 거론됐지만, 핵심 쟁점은 지분 양도 구조와 가격이었다. 사업이 상업운전에 돌입하고 수익 구조가 가시화한 상황에서도 개인주주 지분의 에쿼티 가치가 초기 계약 당시 수준인 100억원으로 고정돼 있다는 점에 이견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장기 전력판매계약(PPA)을 전제로 향후 수십 년간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 구조를 고려하면, 초기 계약과 현재의 사업 가치 간 괴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경영권 꼼수 이전’ 의혹도 불거졌다. 개인주주 측은 투자사와 최대 주주 간 거래 구조가 단순한 자금 회수 수단을 넘어 특정 인물이 우회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전환사채(CB) 발행과 주식 전환 가능성, 메자닌 투자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결과적으로는 기존 최대 주주의 지분 희석과 경영권 이동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주주들은 이러한 구조가 발전소의 실질 가치나 장기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계약상 우위에 있는 투자자에게 일방적이고 과도하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투자사와 회사 측은 “계약은 사업 초기부터 합의된 내용이며, 자금 조달과 프로젝트 완수를 가능하게 한 전제 조건이었다”고 반박하며 “개인주주들이 계약 이행을 미루거나 거부할 경우, 대주단 담보 구조와 전체 금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인주주들은 인허가 지연과 외부 수사, 사업 환경 변화 등 예기치 못한 변수를 이유로 계약 조건의 재조정 필요성을 주장하며 기존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계약 해석과 가치 평가를 둘러싼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장기화에 돌입했다.

중재 실패로 경영권 분쟁 비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기위는 전기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이 전기사업법상 엄격한 심의 대상이라는 점을 전제로 주식 취득 인가와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승인 여부를 각각 분리해 심사했다. 이는 표면적인 계약 이행 문제는 물론 지역경제의 한 축인 대규모 발전 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공공성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접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엄격성은 도리어 양측의 갈등을 제도권 안에 장기간 묶어두는 결과를 낳았다.
심의가 길어지면서 최대주주 변경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고, 계약 관계와 실제 지배 구조 사이의 간극도 더 크게 벌어졌다. 일부 절차는 승인되고 다른 사안은 보류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어느 한쪽도 명확한 결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개인주주들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상반된 법적 해석을 제시했고, 행정 판단의 공백은 갈등을 정리하는 장치로 전혀 기능하지 못했다. 전기위의 판단 지연이 결과적으로 분쟁을 장기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설상가상으로 갈등은 경영권 분쟁의 양상으로 확대됐다. 최대주주 지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요 의사결정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발전소 운영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2023년 8월 TACE의 상업운전 개시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했음에도 설계·시공 잔금 지급을 비롯해 운영·유지보수 비용 집행, 지역사회와의 약속 이행 등이 지연됐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이처럼 운영 효율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분쟁은 실질적인 사업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KKR의 대응 기조는 분쟁 국면에서도 단기적인 거래 성사 여부보다 자산의 운용 전제에 맞춰져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인수 이후 장기간의 발전·판매 구조를 통해 현금흐름이 축적되는 인프라 자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인수 측에서는 일정 기간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자산 가치가 급변하거나 사업의 전제가 훼손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반면 지분 구조 변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떠안은 기존 주주들로선 자금 조달과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압박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서도 인수 주체인 KKR과 크리에이트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선택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