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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첫날 경보 울린 세계 최대 원전, 일본 에너지 전환 ‘불안한 출발’

재가동 첫날 경보 울린 세계 최대 원전, 일본 에너지 전환 ‘불안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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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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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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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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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5시간 만에 이상 징후로 정지
전력 부족 압박, 되살아난 원전 카드
안전 우려와 에너지 안보 논리 충돌

일본 도쿄전력이 15년 만에 재가동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이 불과 하루 만에 기술적 문제로 다시 멈췄다. 해당 원전 재가동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일본 원전 정책이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는 정책의 신뢰성과 준비 상태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불러왔다. 일본이 전력 부족과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원전 재가동을 택했으나, 장기간 정지에 따른 운전 역량은 물론 지역 주민의 반대, 안전성 논란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떠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어봉 이상 문제 해결 못 해

2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시와자키 원전 6호기는 21일 오후 7시께 재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날 자정 무렵 제어봉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이상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렸다. 해당 원전은 핵분열을 억제하는 역할의 제어봉을 205개 탑재한 구조로, 당시 52개가 인출된 상태에서 추가 작업을 진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도쿄전력은 제어봉을 조작하는 전기 부품 이상을 원인으로 판단해 교체 조치했지만 경보는 해제되지 않았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결국 원자로 정지를 결정했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전력 체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기 정지 원전으로 분류된다. 혼슈 니가타현에 위치한 해당 원전은 총 7기로 구성돼 있으며, 가동 중단 이전 기준 설비 용량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도쿄전력의 원전이 상업 운전에 복귀하는 것 자체가 2011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가동은 일본 원전 정책 전환의 시험대로 여겨진다. 재가동 과정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돼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재가동 불과 5시간 만에 다시 멈춰서면서 장기 정지 이후 재가동 준비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가시와자키 원전 6호기는 재가동에 앞서 지난 17일에도 제어봉 검사 과정에서 경보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확인되면서 당초 예정됐던 일정이 하루 연기된 바 있다. 도쿄전력은 당시 이를 경보 설정 오류로 설명했지만 실제 재가동에 나선 직후 관련 이상이 발생하면서 설비 점검과 운전 준비 전반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자로 상태는 안정적이며,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도 없어 안전상 문제는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운전 인력의 숙련도를 둘러싼 의구심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도쿄전력의 자체 조사에서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6·7호기 운전원 가운데 약 60%는 원전 운전 경험이 없는 인력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재가동 직후 발생한 정지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추진해 온 원전 재가동 정책의 준비 수준과 실행 신뢰도를 동시에 시험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중장기 전력 수급 전망 ‘암울’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및 노심용융 이후 원자력 발전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왔다. 사고 직전인 2010년 기준 일본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던 비중은 약 25%에 달했으나, 사고 이후 대부분 원전이 단계적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원자력 발전 비중은 장기간 10%를 밑돌았다. 이후 일부 원전이 재가동되긴 했지만, 신규 건설을 사실상 배제한 채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력 공급 구조 전반에 부담이 누적됐다. 

정책 선택의 한계는 중장기 전력 수급 전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 전력 송전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광역계통운영자조정기구(OCCTO)는 2024년 말 발표한 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이 오는 2050년 최대 89기가와트(GW)의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16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수요가 높은 경우를 가정한 수치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교체되지 않고 60년 이상 된 원전이 모두 퇴역하는 조건에서 도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전력 수요는 2019년 대비 2040년까지 최대 25%, 2050년까지는 최대 4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OCCTO는 해당 연구에서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반도체 생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전력 수요 증가 요인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모든 발전 설비를 신설로 교체하는 낙관적 조건에서도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는 23GW의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수요가 낮고 발전소 교체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에는 12GW의 전력 잉여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극한의 조건을 가정한 상태로 이뤄져 현실화 가능성을 극히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급 압박 속에서 일본 정부는 원전을 다시 전략 자산으로 끌어올렸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임기 말 발표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위한 기본 방침’에서 일본은 탈탄소 효과가 높은 원자력을 에너지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명시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상정하지 않던 기존 방침을 수정해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 이후 기술자 고령화와 시공 역량 저하 등 향후 원전 확대 정책의 제약 요인도 산적해 있어 정책의 현실화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사회 반발은 정책 전환 변수

사회적 합의 역시 일본이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년 넘게 누적된 불신이 지역사회 전반에 깊이 각인된 탓이다. 이는 원전 재가동이 추진될 때마다 지역별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니가타현이 실시한 주민 인식 조사에서는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재가동 여건이 갖춰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29%,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응답이 31%로, 재가동을 수용하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반면 지방정부와 산업계는 전력 요금과 지역 경제를 근거로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한다. 홋카이도의 경우, 스즈키 나오미치 지사가 적극적으로 도마리 원전 3호기 재가동을 주도하면서 “원전 활용 시 가정용 전기요금 약 11%, 기업용 요금 7%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홋카이도는 정부 주도로 설립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공장 건설과 AI 데이터센터 신설이 이어지면서 향후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주장하는 경제적 논리가 사회적 합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사용 후 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다. 도마리 원전의 경우 재가동을 추진하면서도 고준위 폐기물의 최종 처분지를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촌·정 단위에서 초기 조사 논의도 있었지만, 현장 실사를 포함한 본격 조사는 도지사 반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는 “원전 재가동을 용인하면서 폐기물 처분 조사는 반대하는 태도는 정책적 모순”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원전 기술자 출신 전문가들의 비판적 목소리도 사회적 합의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고토 마사시 전 도시바 원전 설계자는 “원자로는 기계에 문제가 생겨도 반드시 정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 사실을 후쿠시마 사고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사고는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고, 핵연료 데브리만 880톤가량 남아 이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택해야 할 길은 위험 관리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해답을 제시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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