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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없었으면 0%대 성장" 무너진 내수 성장 동력, 건설發 하방 압력 심화

"반도체 없었으면 0%대 성장" 무너진 내수 성장 동력, 건설發 하방 압력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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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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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제 성장률 1% '턱걸이', 반도체가 떠받치고 내수는 붕괴
소비·투자 등 내수 지표 줄줄이 후퇴, 건설업 침체가 결정타
누적되는 악재에 신음하는 건설업계, 업황 회복 요원

한국의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약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침체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며 '수출 편중' 성장 구도가 재확인된 것이다. 특히 유동성 경색·정부 규제·공사비 상승 등 겹악재로 인한 건설업 업황 악화가 건설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양상이다.

韓 경제 '반도체 의존' 심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0.3%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4분기(-0.4%) 이후 가장 큰 역성장 폭이다. 지난해 3분기 1.3%였던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증가율은 각각 0.3%, 0.6%로 둔화했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3.9%, 1.8% 줄었다.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던 수출도 2.1% 위축됐고, 수입은 천연가스 등의 수입이 줄며 1.7% 감소했다. 내수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각각 -0.1%P, -0.2%P였다. 두 항목이 모두 마이너스 기여도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2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0.97%로 2024년(2.0%)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이달 초 추정한 평균치(1.1%)를 소폭 밑도는 수치이자,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이 집계한 30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1.7%) 및 미국·유로존·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눈에 띄게 낮다.

그나마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연간 성장 기여도가 0.6%P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반도체 의존 흐름은 지난해 수출 실적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수출은 7,049억 달러(약 1,033조1,015억원)로 전년보다 4%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이 22% 급증하는 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수출은 1% 감소했다. 두 번째로 큰 수출 품목인 자동차까지 제외하면 수출 감소 폭은 1.5%로 한층 커진다.

가라앉은 내수, 건설업 '비상'

이처럼 반도체 등 특정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이 심화한 것은 우리나라 내수 경기가 침체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비 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연간 기준 2.0% 증가했으나, 가장 최근 집계 시점인 4분기에는 역성장했다. 또 다른 내수 지표인 민간 소비는 지난해 1.3% 상승했지만 이마저도 ‘착시’에 그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막대한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돈 뿌리기' 정책 효과가 지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분기별 민간소비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1분기 -0.1%, 2분기 0.5% 등으로 정체됐다가 소비쿠폰 영향이 본격화한 3분기에 1.3%로 반짝 반등했고, 4분기에 재차 0.3%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9.9%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2%)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 경제에 막대한 하방 압력을 가했다. 건설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며 관련 투자가 얼어붙은 것이다. 실제 건설기성(공사 실적)은 2024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9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기성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5.6% 감소했고, 최근 3년 11월 평균 대비 3조1,000억원 낮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누적 민간기성은 1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급감했다.

수주 실적은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18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민간 주택 수주가 29.6% 늘었지만 공공 수주가 26.8% 줄었고, 그나마의 수주도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에 편중됐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8,794가구로 전월보다 0.4% 줄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66가구로 전월 대비 3.9% 늘며 2012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가 공사비를 지출하고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물량으로, 건설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건설업 고용도 냉각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건설업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5,000명(-6.1%) 줄어든 194만 명에 그쳤다. 이는 2013년 산업 분류 개정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시장에서 철수한 건설사 수 역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은 675건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다였던 2024년(641건) 수치를 재차 넘어섰다.

건설업계 짓누르는 악재들

이처럼 건설업 업황이 악화한 핵심 원인으로는 유동성 악화가 꼽힌다. 미분양이 잇따라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강화로 브릿지론(연계자금)과 본PF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흐름이 경색된 것이다. 이에 더해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기조로 인한 주택 거래 둔화와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사업성 악화 역시 건설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공사비 상승도 치명적 악재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자재·노무·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물가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2020년을 기준치(100)로 삼아 공사비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11월에는 건물 건설·건축 보수, 토목 건설 등 주요 부문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철근, 골재 등 핵심 건설자재 가격이 지난 2~3년 사이 폭등한 가운데, 인건비 상승과 강화된 안전 규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 부담이 대폭 가중된 것이다.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착공이 줄며 침체가 더 빠르게 확산하게 된다.

금리 상황 역시 난제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이는 급격히 뛰어오른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업황 침체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건설업계에는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들어서는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채무 상환에 실패하는 건설사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1.02%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설 경기에 뚜렷한 먹구름이 낀 가운데, 시장에서는 건설업계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건설사가 기존의 주택 사업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주택 사업에 집중해 온 대부분의 건설사는 현재 맞닥뜨린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수주나 신성장 동력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일부 건설대기업만이 겨우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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