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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가 차별 조사” 주장한 쿠팡 투자사들, 통상 분쟁 불씨 번지나

“韓 정부가 차별 조사” 주장한 쿠팡 투자사들, 통상 분쟁 불씨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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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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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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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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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에 통상 채널 통한 개입 요청
쿠팡 “당사와 무관” 선 긋기, 책임론 여전
글로벌 기업·투자사 대응 경로 변화 조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응을 두고 미국계 투자사들이 국제 분쟁 해결 절차를 언급하고 나섰다. 정부 조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차별적 대우와 투자자 권리 침해’라는 틀로 재구성되면서 사안은 한미 통상 관계와 국제 중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면으로 이동했다. 쿠팡은 투자사들의 독자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는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부 규제 방식 전반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행정 집행 강도·범위 지나쳐”

미국의 투자 전문 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쿠팡 정보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단행한 탈세 및 정보유출 현황 조사 등이 “차별적 대우”라고 주장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절차 개시를 위한 신청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제의 핵심은 한국 정부의 조사 전개 방식과 범위가 ‘차별적 대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좁혀졌다. 두 회사는 성명에서 “쿠팡을 둘러싼 탈세·정보유출 현황 조사는 동일 업종의 기업 대비 과도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한·미 FTA에 명시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ET)’ 원칙 위반 가능성으로 연결했다. 그들은 “혁신적인 미국 경쟁자를 표적으로 삼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표현을 통해 시장 접근을 제약하는 일련의 행위로 문제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는 국내 규제 논쟁을 통상 규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투자사들이 언급한 ISDS 절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ISDS는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을 국제중재로 다툴 수 있도록 한 장치로, 투자자는 협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절차상으로는 90일간의 협의 기간이 우선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분쟁 당사국은 합의를 진행하고, 뜻을 모으지 못할 경우 중재 패널 구성으로 넘어간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당사국 간 외교·통상 채널을 통한 조정이 병행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이번 문제 제기는 미 행정부 차원의 압박과 사법적 분쟁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성명에 제시된 수치와 사례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두 회사는 한국 당국이 정보유출 규모를 “수천만 명의 피해자가 연루된 사건”으로 규정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쿠팡 자체 조사 결과로 제시된 약 3,000명 수준의 유출 규모는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반복적인 급습”, “데이터 유출과 무관한 상업 계약 차단”,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 압박” 등 구체적 행위를 열거하며 한국의 행정 집행 범위가 정보보호 사안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동원된 행정 자원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투자사들은 쿠팡 조사에 국세청 직원 150명, 경찰 인력 86명이 투입됐다고 밝히며 “수백 명의 공무원을 포함한 압도적인 자원”이라는 수사를 사용했다. 이는 집행 강도의 비례성 원칙을 문제 삼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주장은 향후 USTR의 조사 개시 여부 판단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거나 차별적이었는지를 평가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USTR은 제소 접수 후 최대 45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조사 착수 시 공개 의견 수렴과 청문회 등을 거쳐 제재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기업-투자자 이해 분리 어려워

쿠팡은 “한국 정부의 조사에 대해서는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면서 “미국 투자사의 ISDS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이 직접 통상 분쟁의 당사자로 나서는 대신 투자자 행동과 경영 판단을 분리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번 사안이 투자 주체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점을 앞세워 자사가 국제 분쟁을 부추기려 했다는 해석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정부 조사에 대한 협조 의사를 병행해 밝힘으로써 국내 규제 당국과의 정면충돌 이미지를 최소화하려는 계산도 엿볼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이 같은 ‘거리 두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문제 제기에 나선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쿠팡의 성장 과정 전반에 깊이 관여해 온 주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그린옥스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전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2021년 쿠팡 상장 당시 공개된 주주 구성에서 그린옥스와 닐 메타 그린옥스 최고경영자(CEO)는 각각 16.6%의 지분을 보유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이어 두 번째 그룹을 형성했다. 이후 지분율은 점차 낮아졌지만, 지난해 3월 기준으로도 그린옥스는 약 3.2%의 지분을 보유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14억 달러(약 2조5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메타 CEO가 쿠팡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왔다는 점은 이러한 인식을 한층 강화한다. 이사회 멤버십은 해당 기업의 경영 전반에 대한 정보 접근과 전략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 투자 회사가 문제를 제기한 시점과 그 수위, 그리고 미국 정부 기관을 직접 겨냥한 방식이 우연의 산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투자자 권익 사수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쿠팡을 둘러싼 규제 환경 전반을 흔드는 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이해가 분리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제기하는 비판 역시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불법기업 쿠팡 두둔하는 미국 정·재계, 주권침해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쿠팡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규제와 법 집행을 국제 통상 이슈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 구조와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플랫폼 기업 환경에서 “투자자 단독 행동”이라는 쿠팡의 입장 표명이 어느 수준까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이번 사안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향후 글로벌 플랫폼 업계 전략에도 영향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의 기업 규제 방식 역시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그간 국내에서는 국회 청문회, 고강도 여론 압박, 행정·사법 절차의 병행이 비교적 익숙한 제재 방식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글로벌 기준에서 볼 때 정치적 압박이나 감정적 대응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쿠팡 미국 투자사들 역시 법 적용의 결과보다 집행 과정과 정치적 맥락을 문제 삼았고, 이는 곧 통상 분쟁 논리로 연결됐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동일한 법으로 규율하더라도 집행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따라 전혀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여타 기업과 투자자들의 향후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사안에서 투자자들은 한국의 사법 절차나 행정 심판이 아닌,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글로벌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분쟁의 무대를 국제 통상 규범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법인 설립과 미국 증시 상장,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 구축이 한데 맞물려 일종의 ‘위기 대응 인프라’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국내 대응과 해외 정부 및 국제 규범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쿠팡을 둘러싼 갈등이 남긴 가장 큰 파장은 선례 효과다. 특정 기업과 투자자 행동이 제도와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기업과 정부 간 갈등은 반복 가능한 패턴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우리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상정한 규제 집행 기준과 설명 논리를 갖추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통상 압박이라는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쿠팡의 사례는 어느 한쪽의 승패를 넘어 제도와 기업 전략 모두에 “게임의 규칙이 달라졌다”는 신호를 던진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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