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73명 압송" 들끓는 캄보디아 스캠 범죄, 韓도 범죄 생태계 핵심 축?
"한국인 73명 압송" 들끓는 캄보디아 스캠 범죄, 韓도 범죄 생태계 핵심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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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스캠 단지서 한국인 범죄 조직원 73명 강제 송환 투자·로맨스 스캠 등 조직적 범죄 일삼아, 한국인 피해자·가해자 나란히 급증 전문가들 "송환은 일부뿐, 캄보디아 스캠 산업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

캄보디아에서 스캠(사기) 범행 등을 저지른 한국인 범죄 조직원들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들은 투자 사기와 로맨스 스캠은 물론, 인질 감금과 강도, 성범죄 등 각종 조직적 범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송환된 인원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초국가적 범죄 산업이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고 지적한다. 현지 범죄 생태계 속에서 한국인이 주요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비판이다.
캄보디아서 韓 범죄자들 강제 송환돼
23일 오전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태스크포스)는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투자 리딩방 사기, 인질강도 등에 가담한 한국인 범죄 조직원 73명을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 대규모 인원의 안전한 호송을 위해 전세기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했으며, 이들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피의자들은 국적기 탑승 직후 기내에서 전원 체포됐고, 입국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국내 경찰관서로 압송됐다. 인천공항 현장에는 180여 명의 경찰 인력과 버스 10대 등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압송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추가 공범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범죄자들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범죄 수익 환수에 나설 방침이다.
TF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내 시아누크빌 등 7개 거점에 스캠 단지를 구축하고 한국인 869명으로부터 약 48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70명은 투자 사기 및 스캠 혐의를, 3명은 인질강도와 도박 등 강력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송환 대상에는 딥페이크 기술로 가상 인물을 만들어 120억원을 탈취한 부부 사기단과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한 도피 사범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후 도주한 피의자, 감금된 피해자를 인질 삼아 국내에 거주하는 가족을 협박한 조직원 등도 함께 압송됐다.
한국인, 현지서 '가해자이자 피해자'
전문가들은 이번에 송환된 범죄 조직원들이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캄보디아 현지 범죄 단지에 가담한 한국인이 약 1,000~2,000명 규모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아울러 국정원은 현지 스캠 단지가 총 50여 곳에 달하며, 종사자 규모는 약 20만 명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국적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에 유입되면서 대규모 스캠 범죄가 급증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 가담자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 피해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2년까지만 해도 11건에 그쳤으나, 2023년 21건, 2024년 221건, 2025년 1~8월 330건 등으로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수익률이 특히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오창수 선교사는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에) 한국 사람들이 온 이유는 한국 사람들의 몸값이 제일 비싸고, 보이스피싱으로 얻는 수익이 제일 크기 때문"이라며 "(한국인들을 중국인에게 팔 때) 미화 1만 불(약 1,420만원), 1만5,000불(약 2,130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캄보디아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 20대 남성은 몸값으로 3,5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받고 이를 지불해 풀려났다. 같은 해 7월 풀려난 또 다른 20대 남녀 2명도 1,6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몸값으로 내야 했다. 앞서 베트남인 피해자 치 틴이 2022년에 2,600달러(약 370만원)의 몸값을 요구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몸값이 유독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 생태계
일각에서는 한국인들로 구성된 범죄 조직이 현지 범죄 조직과 일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캄보디아는 지난 10여 년 사이 전 세계 온라인 사기 범죄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점은 중국과 캄보디아 정부가 2006년부터 공동 조성한 시아누크빌 경제특구였다. 시아누크빌은 조성 당시까지만 해도 자유무역지역을 지향했으나, 지난 2017년경부터 중국 카지노 자본이 시아누크빌에 진출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반부패 운동을 벌이자 마카오 내 카지노 자본 및 범죄 조직들이 줄줄이 캄보디아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중국계 자본과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 경제특구 내 카지노와 중국 현지를 연결한 온라인 도박 서비스로 대규모 이익을 거뒀고, 이는 호텔과 신규 카지노 등 시아누크빌 내 대규모 부동산에 재투자됐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인의 해외 이동이 제한되면서 캄보디아 카지노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이미 폭등한 가운데 호텔, 레스토랑, 아파트, 산업단지 등은 순식간에 공동화됐다. 이에 범죄 조직들이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 스캠 범죄다. 온라인 도박을 위해 구축해 둔 컴퓨터 장비와 인터넷 인프라는 온라인 사기에 그대로 활용됐다. 이어 한국의 조폭, 일본의 야쿠자·한구레,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 범죄와의 전쟁으로 입지가 좁아진 필리핀 범죄 조직, 베트남 마피아 등도 줄줄이 시아누크빌을 비롯한 캄보디아 각지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팽창한 현지 사기 산업이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에 달하는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9,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이 같은 범죄 행각의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수없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범죄 조직이 활용하는 토토 사이트나 가짜 코인 투자 사이트를 만드는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구인 사이트를 통해 모집된다. 학력·나이 등과 무관하게 월 1,000만~2,000만원이 지급되는 고수익 알바라며 구직자들을 현혹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꾐에 넘어가 캄보디아로 넘어간 이들은 열악한 작업장에 갇힌 채 개발 작업만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작업이 느리다며 구타를 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했다가 불법 약물을 투여당하는 등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는 일도 다수다. 이와 관련해 한 사법계 관계자는 "캄보디아 현지 경찰도 범죄 조직과 유착해 있을 가능성이 크고, 고위 공무원들마저 범죄 단지의 지분을 소유 중이라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길도 마땅치 않다"며 "범죄 조직, 대기업, 정치권이 맞물린 유착 구조가 문제를 악화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