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폭등] AMD·엔비디아 GPU 가격 인상 가시화, 메모리 급등이 불러온 연쇄 효과
[메모리 폭등] AMD·엔비디아 GPU 가격 인상 가시화, 메모리 급등이 불러온 연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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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 인상 주기 단축에 원가 ↑
부품-보드-완제품-중고·구형 상승 전이
IT 시장 전반 소비자 체감 부담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원가 또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GPU 제조사들은 고객사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며 수익 구조 방어에 나섰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의 여파가 PC 완제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가운데, 신제품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구형·중고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도 강화되는 추세다. 메모리 수급 불안과 출시 일정 조정이 맞물리면서 IT 기기 전반의 가격 체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GPU 제조 원가 중 메모리 비중 80%
21일(이하 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GPU 제조사들은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보드 파트너사 측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AMD는 당장 이달부터, 엔비디아는 2월부터 대부분 GPU 가격을 인상한다는 전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 시리즈, AMD ‘라데온 RX 9000’ 시리즈 등 소비자용 GPU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RTX 5090의 지난해 초 출고가는 1,999달러(약 292만원)였는데, 올해는 5,000달러(약 732만원)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의 핵심 배경은 GPU 원가 구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GPU 제조 원가 중 메모리 비중은 80%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과거에는 GPU 칩셋과 패키징, 전력 관리 부품 등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고성능 연산을 뒷받침하는 대용량·고속 메모리가 원가 구조를 사실상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GDDR6, GDDR7 등 고급 그래픽 메모리는 공급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GPU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상황이다.
나아가 이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은 누적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GPU 제조사들의 대응 여지를 더욱 좁힌다. GPU에 사용되는 DDR5 16Gb(2Gb×8)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5월 5.5달러 수준에서 최근 20달러를 넘어섰다.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2분기까지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40% 이상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잇따라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GPU 제조사들이 기존 출고가를 유지할 경우, 수익성은 급격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가 압박은 소비자용 GPU에 국한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용 GPU 시장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통상 AI 데이터센터용 GPU는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거래되지만, 올해부터 체결되는 계약들은 인상된 메모리 가격이 반영될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0’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대당 6개씩 탑재되는데, 해당 HBM3E의 공급 가격은 이미 약 20% 인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GPU 가격 인상이 서버·AI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가격 조정은 IT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메모리 공급 측면에서도 단기간 내 수급이 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는 올해 생산 물량이 이미 전량 매진됐다고 밝히며 “요카이치와 기타카미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엔비디아와 AMD가 보드 파트너사에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은 일시적 조정이 아닌, 메모리 가격 상승 국면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전제로 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눈앞에 다가온 칩플레이션 공포
업계는 메모리에서 GPU로, 다시 보드로 전이된 가격 인상이 PC로까지 확대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GPU 가격 인상 논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PC 제조사들이 감내해야 할 비용 부담 역시 과거와는 다른 수준으로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 세계 PC 시장 1위 업체인 레노버를 비롯해 HP, 델 등 주요 제조사들은 올해 출시 예정인 AI PC와 태블릿 PC 제품 로드맵을 재검토하고 나서기도 했다. AI PC는 기본 메모리 사양이 16기가바이트(GB) 이상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D램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제품 원가에 반영된다.
여기에 고성능 SSD 탑재까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PC 한 대당 메모리·스토리지 비용 부담도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AI PC는 대중화를 위해 일정 수준의 가격 경쟁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메모리 가격 급등 속에서 출고가 인상과 사양 조정이라는 선택지는 모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이 올해 말,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레노버 등 일부 업체의 경우 평소보다 50% 이상 많은 메모리 재고를 확보하며 장기전을 염두에 둔 대응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완제품 가격 상승 압력은 GPU와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역시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을 이유로 가격 급등이 가시화한 상태다. 독일 기술 매체 컴퓨터베이스 조사에서 글로벌 인기 HDD 12종의 평균 가격은 최근 4개월 동안 46% 상승했고, 일부 모델은 최대 60%까지 인상됐다. 이 과정에서 델은 비즈니스용 노트북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고, 에이수스 역시 가격 조정에 나섰다.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폭등하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한 모양새다.
중고·구형 시장 가격 상승 압박↑
더 큰 문제는 가격 상승과 출시 지연이 맞물리면서 구형 제품과 중고 물품 또한 덩달아 가격이 뛰었다는 점이다. 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 수요는 자연스럽게 이전 세대 제품과 중고 물량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대체재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요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RTX 30·40 시리즈 중고 거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8~27% 상승했다. 부품 가격 급등으로 신제품 접근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성능 대비 체감 가격이 낮은 구형 제품이 대체재로 선택된 결과다.
출시 일정 조정 사례도 이러한 흐름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는 메모리 원가 부담을 이유로 ‘메이주 22 에어’의 상용 출시를 취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최근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사업 계획에 중대한 장애물이 됐다”고 직접적으로 그 이유를 밝혔다. 스마트폰은 메모리 비용이 원가의 최대 15%를 차지하는데, 해당 비중이 2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엔 가격 인상이나 출시 연기 외 선택지가 제한된다. 출시 지연은 신제품 대기 수요를 구형 제품으로 분산시키고, 이는 다시 중고 시장의 회전율을 높이면서 가격을 떠받친다.
업계에서는 오는 2월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해당 시리즈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며 원가 부담 완화를 시도했으나,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 기류를 고려할 때 8만~9만원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역시 최근 국제 IT·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주요 부품의 원자재 가격,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모든 회사의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