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활용 격차, 생산성에서 통상 질서로 번지는 균열
[AI MEMO] AI 활용 격차, 생산성에서 통상 질서로 번지는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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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은 보편화, 성과는 소수에 집중 활용 능력이 조직 권한・경쟁력 재편 공공 역량 전환 지연이 키우는 통상 리스크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에서,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로 관심이 옮겨갔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기업의 78%가 일상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70% 이상은 생성형 AI를 최소 하나의 업무 기능에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입 속도는 빠르게 확산됐지만, 활용의 깊이와 빈도는 기업과 조직, 인력 간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격차는 곧바로 성과 차이로 이어졌다. 생산성의 편차가 확대됐고, 조직 내부의 역할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 보상 체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기술 환경에서도 일부 인력과 조직만이 성과를 집중적으로 흡수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AI는 이미 보편 기술의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그 효과의 분산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편중은 기업 경쟁력의 격차로 누적되고, 산업 구조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통상 환경에서도 이 변수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AI 활용 역량의 차이가 비용 구조와 생산 체계는 물론, 국가 간 경쟁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활용 격차의 고착
AI 활용 능력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 AI는 사용할수록 학습 효과가 누적되는 특성을 지닌 기술이다.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인력은 점차 더 복잡한 과업을 맡게 되고, 이는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 반면 활용 경험이 제한된 인력은 같은 기술 환경에 놓여 있어도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 차이는 실제 활용 단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 사이테크 투데이(Sci-Tech Today)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근로자는 아직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2025년 말 기준 약 16%만이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여부와 실제 활용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AI 격차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장비나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활용 역량의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개인의 성과 차이를 넘어 조직 내 역할 분화와 책임 배분에 영향을 미치며, 노동시장에서는 경쟁력의 분화로 이어지고 있다.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기준으로 작동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주: 개인용 컴퓨터(PC)는 도입 이후 약 10년에 걸쳐 정기 사용자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됐지만, 생성형 AI는 확산 속도가 더 빠른 대신 정기 활용은 소수에 집중된 모습이다.
숙련 집중이 바꾼 생산성과 권한
AI 활용 숙련도의 집중은 생산성과 조직 내 권한 구조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 기초적인 요약이나 보조 기능을 넘어, 분석·기획·보고 전반을 AI와 함께 설계하는 단계에 이른 인력은 업무 처리 속도와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판단과 실행을 결합해 성과를 증폭시키는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의 업무 효율을 넘어 팀 운영 방식과 프로젝트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치에서도 격차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2025년 기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명 중 1명만이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서는 2025년 말 기준 근로자의 약 3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일상 업무의 25% 이상을 AI와 함께 수행하는 인력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활용의 깊이 차이는 곧 조직 내부의 권한 배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AI를 상시적으로 활용하는 인력은 의사결정 과정에 더 가까이 접근하며 핵심 과업을 맡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활용 수준이 낮은 인력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주: 다수의 근로자가 AI 도구에 노출돼 있지만, 실제 업무에 깊이 있게 통합해 사용하는 비중은 낮게 나타난다.
관리·의사결정으로 번지는 AI 격차
AI 숙련도의 차이는 조직의 관리와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점차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확산되던 초기, 소프트웨어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리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뒤처졌던 장면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AI 활용 역량이 낮은 관리자는 판단 속도와 정보 처리에서 불리해지고, 그 결과 권한을 숙련 인력에게 위임하거나 검토 단계를 늘려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긴장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2024~2025년 대형 컨설팅사와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조직의 AI 도입 수준과 실제 활용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했다. 기업은 AI를 도입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핵심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직원은 제한적이었다. AI는 존재하지만, 결정권은 이를 다룰 수 있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 격차는 단순한 교육이나 훈련의 문제를 넘어 협상력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프로젝트 배분과 성과 평가, 승진 기준이 점차 AI 활용 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숙련 인력과 비숙련 인력 간의 위상 차이가 고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AI 격차는 조직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 권한과 책임이 배분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관리 구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이 간극은 조직 내부의 구조적 리스크로 누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 역량 전환의 지연, 구조적 위험
AI 활용 능력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공공 역량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AI는 직무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과업 단위로 업무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활용 능력은 단순한 기술 숙련을 넘어 노동 이동성과 직결되는 조건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 훈련 체계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AI 활용 역량을 전 과목과 교육 과정에 통합하지 못할 경우, 격차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좁히기 어려워진다. 이는 일부 전공이나 선택 과목에 국한해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업 역시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숙련 인력이 특정 팀과 프로젝트에 집중될수록 조직 내부의 격차는 더 빠르게 확대된다. 단기 자격 인증, 멘토링 기반 프로젝트, 순환 배치와 같은 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저소득 지역과 중소 조직의 접근성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AI 활용 능력은 특정 기업과 지역에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술 격차가 구조적 불균형으로 전환되는 경로이기도 하다. AI 활용 능력을 공공 역량으로 확장하지 못한다면, 소수의 숙련 집단이 생산성과 보상을 장기간 독점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통상 경쟁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비용 구조와 인력 경쟁력의 차이로 누적되며, 장기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urvival of the Fluent: Why the AI fluency gap Will Reorder Work and School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