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풍선효과에 카드론 재확산, 빚투 열기 속 건전성 경고등
대출 규제 풍선효과에 카드론 재확산, 빚투 열기 속 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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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강화 뒤 카드론 잔액 재확산, 증시 랠리와 맞물려 확대 조달비용·규제 이중고 겪는 카드사,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수익원 모색 대환대출·연체·NPL 동반 상승, 취약차주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코스피 4,000' 시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맞물려 카드론 잔액 증가 폭이 1년만에 가장 크게 확대됐다. 조달 비용 상승과 규제라는 이중고에 빠진 카드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등 우회 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대환대출과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는 등 대출의 질적 구조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 풍선효과에 카드론 반등, 빚투 수요 유입 가능성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삼성·현대·KB국민 등 9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14%인 4,778억원이 늘어난 수치로, 최근 1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하며 재확산세가 뚜렷해졌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10월 반등한 뒤, 11월 들어 증가 폭을 두 배로 키우며 상승세가 굳어졌다. 통상 연말에는 성과급 유입 등으로 대출 상환이 늘어 잔액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이례적인 증가세가 나타나며 자금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반등의 주된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이 역설적으로 대출 수요를 2금융권으로 쏠리게 만든 풍선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27일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7월부터 카드론을 신용대출 한도 관리(연 소득 100% 이내)에 포함해 규제 강도를 높였다.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가산금리 1.50%)까지 더해지며 시행 초기인 3분기에는 잔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한도를 축소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1금융권에서 자금줄이 막힌 차주들이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출 실행이 빠른 카드론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은 긴급 자금 성격이 강한 상품”이라며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은행권 대출 문턱 상승이 맞물려 급전 수요가 카드사로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 4,000 시대를 연 증시 활황이 빚투 심리를 자극하며 카드론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지난해 10월 27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81조910억원에서 하루 만에 3.43% 급증한 83조8,73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상승장에 힘입어 예탁금은 이달 15일 92조6,030억원까지 불어났으며, 같은 기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12.34% 증가한 102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급증 시기가 코스피 4,000 돌파 시점과 맞물린 것은 은행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카드론이 증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됐을 개연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규제 풍선효과로 인한 생계형 급전 수요에, 시세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 수요까지 가세하며 잔액을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잔액 증가는 카드사의 외형 성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달비용·규제 압박 속 카드사 수익성 흔들, 우회 영업 확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를 지탱하던 대출 부문마저 조달 비용 상승과 규제라는 악재를 만나 구조적 딜레마에 빠졌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영업 자금의 약 70%를 여신전문금융채 발행에 의존해야 하는데, 시장 금리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준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연 3.446% 수준을 유지하며 높은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되고 최근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문구를 삭제하는 등,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경영 전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신용대출 한도 관리에 포함하면서 영업 환경은 급격히 위축됐다. 실제 여전채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가 겹친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하며 실적 부진이 현실화됐다.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비용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소비자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규제의 빈틈을 노린 우회 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신용카드 421종과 체크카드 104종 등 총 525종의 카드가 단종됐으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제공하던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은 축소되거나 부분 무이자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나아가 수익 창출구가 막힌 카드사들은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개인사업자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중단했던 개인사업자 대출을 재개했다. 이는 당장의 이자 수익 확보가 시급한 카드사들이 대출 자산의 외형 성장을 선택한 결과로, 규제 강화로 위축된 카드론 영업의 공백을 개인사업자 대출로 메우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대환대출 급증과 3%대 연체율, 건전성 관리 비상
문제는 이러한 양적 증가 속 대출의 질적 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차주들이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1조3,611억원에서 11월 1조5,029억원으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대환대출은 당장의 연체는 막을 수 있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해, 이 잔액의 지속적인 증가는 다중채무자를 비롯한 취약 차주들이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다. 설상가상으로 9개 카드사의 지난해 11월 평균 카드론 금리는 13.98%에 달하며,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 차주는 평균 17.5%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고금리 구조 속에서 연체율 지표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전업카드사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76%로 전년 말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이 3.54%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용판매채권이나 할부·리스채권 연체율 상승 폭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카드론이 부실의 핵심 고리가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또한 2024년 말 1.16%에서 지난해 6월 말 1.30%로 6개월 만에 0.14%포인트 상승하며 건전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있음에도 부실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들은 연체율 방어를 위해 2조3,342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으나, 신규 연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실제 부실채권 순증 규모는 2조5,280억원에 달했다. 이는 부실을 털어내는 속도보다 새로운 부실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증시 활황에 편승한 빚투 자금이 카드론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 또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며 올해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경상성장률 전망치(4.1%)보다 낮은 3%대 수준으로 유도하고 있어,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부담과 규제 압박, 그리고 건전성 악화라는 불안한 균형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