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 이후 1년, AI 고가 인프라 공식 흔들리고 가성비에 방점
‘딥시크 충격’ 이후 1년, AI 고가 인프라 공식 흔들리고 가성비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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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점유율 1.2%→30% 육박
가격 경쟁력 무기로 신흥국 시장 침투
저가 공개형 전략 vs. 폐쇄형 구독 모델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소스 모델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사용량 비중을 크게 끌어올리며 시장의 경쟁 구도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대규모 자본과 고가 인프라 투입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던 과거 공식과 달리 ‘비용 대비 성능’이라는 기준이 사용자들의 선택을 좌우하기 시작하면서다. 딥시크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또 다른 저비용 모델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AI 경쟁의 무게중심을 기술 과시에서 효율과 가격으로 이동시키는 양상이다.
개발·운영 비용 美 기업 대비 10% 미만
19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플랫폼 오픈라우터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말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글로벌 사용량 비중이 30%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점유율은 2024년 말 1.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25배 가까이 뛴 수치로, 매체는 “중국의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R1'을 선보인 지 1년 만에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시켰다”고 진단했다. 2023년 설립된 딥시크는 지난해 1월 R1을 처음 공개한 이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며 시장 존재감을 빠르게 키웠다.
딥시크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결정적 계기로는 R1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꼽을 수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锋)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R1의 훈련에는 29만4,000달러(약 4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R1의 전신인' V3' 개발에 들어간 557만6,000달러(약 82억2,000만원)를 합산해도 600만 달러를 밑돈다. 딥시크가 경쟁사로 지목한 오픈AI가 기초 모델 훈련에 1억 달러(약 1,475억원)가량의 비용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R1의 가격 우위는 한층 선명해진다.
성능 지표도 탄탄하다. 딥시크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기준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 정확도 79.8%를 기록하며 오픈AI의 추론 모델 o1(79.2%)을 앞질렀다. 코딩 부문 라이브벤치 평가에서도 R1은 65.9%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러한 성능 지표는 가성비라는 관점에서 시장의 인식을 뒤흔들기 충분했지만, 그럼에도 딥시크는 R1을 오픈소스 모델로 운영하며 확산 속도를 끌어올렸다. 폐쇄형 모델이 주류인 미국 빅테크와 달리 접근과 활용 장벽을 낮춰 기업 및 개발자들의 실험과 채택을 가속한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개발 비용 등 일부 논란도 뒤따랐다. 반도체·AI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딥시크가 밝힌 비용이 사전 학습에 사용된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 비용만을 포함한 수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 인프라 구축 및 유지, 인건비 등을 모두 합산할 경우엔 실제 개발 비용이 공개된 금액의 50배 이상인 최소 5억 달러(약 7,3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지적이다. 딥시크 측이 제시하는 비용 추정치 또한 시점별로 달라지면서 비용 구조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그럼에도 시장은 기술의 상대적 효율성에 더 크게 반응했다. 중국 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딥시크를 채택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은 R1을 자체 검색 기능에 탑재했고, 현재 대화 데이터와 결합한 활용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중국 인터넷·AI 기업 바이두 역시 자사 AI 모델 '어니(Ernie)'를 지난해 6월 오픈소스로 전환했고, '어니봇' 역시 무료화했다. 이는 딥시크가 촉발한 가성비 경쟁이 단일 기업의 성과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의 가격 정책과 공개 전략을 재조정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안·브랜드보다 ‘가격 우선’ 기류
딥시크를 앞세운 중국산 AI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신흥국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발간한 ‘AI 확산 보고서’에서 “딥시크가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로 불리는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딥시크 사용량은 다른 지역 대비 2~4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중국 AI 기업들이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미국 AI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 중이라는 분석이다.
확산의 방향성은 지역별 수치에서 확인된다. MS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딥시크의 시장 점유율은 중국에서 8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러시아(43%), 벨라루스(56%), 이란(23%) 등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에서 강세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AI 도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티오피아(18%), 짐바브웨(17%)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서방 기술 접근이 제한되거나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딥시크의 존재감이 확대됐다는 분석을 낳는다.
여기서도 중국 AI의 핵심 동력은 가격 정책과 접근성이다. MS는 딥시크가 신흥 시장에서 자사 챗봇을 무료로 제공하며 초기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소득 수준이 낮고 IT 예산이 제한적인 신흥국일수록 유료 구독 모델이 확산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딥시크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내 딥시크의 부상은 글로벌 AI 도입 결정 요인이 모델의 품질은 ‘접근성과 가용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딥시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소형언어모델(SLM) 개발 등 가성비 전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SLM은 기존 모델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규모를 줄인 경량형 모델로,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고효율 학습법 등 신기술을 통해 AI 운영 비용을 낮춘 게 특징이다. 딥시크는 지난달 31일 새로운 학습법 ‘매니폴드 제약 초연결(mHC)’을 선보이며 “모델 자원을 6.7%만 늘려 성능은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R1의 후속 모델 'R2' 역시 상반기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다.

기술 초격차 없다면 경쟁 회피 한계
딥시크 이후 중국 AI 생태계에서는 저비용·고성능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후속 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샷AI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문샷AI는 지난해 11월 수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40억 달러(약 5조9,000억원)를 인정받았다. 2023년 베이징에서 창업한 문샷AI는 LLM ‘키미 K2 싱킹’을 출시하며 모델 훈련 비용이 딥시크 V3보다 낮은 460만 달러(약 67억9,000만원)라고 밝히며 단숨에 글로벌 AI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키미 K2 싱킹 역시 우수한 성능 지표를 자랑한다. 종합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HLE(Hard Logic Evaluation) 시험에서는 44.9%의 작업 성공률로 오픈AI GPT-5(41.7%), 클로드 소네트4.5(32%), V3(20.3%)를 앞질렀고, 웹 검색 능력 평가에서도 60.2점을 받아 GPT 5.0(54.9점)과 소네트 4.5(24.1점)보다 우위를 보였다. 키미 K2 싱킹의 훈련에 사용된 GPU는 딥시크 R1과 동일한 'H800'으로, 고가 하드웨어 없이도 경쟁 가능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문샷AI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문가 혼합(MoE) 방식을 채택, 전체 파라미터가 1조 개에 달함에도 실제 연산에 사용하는 파라미터를 320억 개로 제한했다. 컴퓨팅 연산량과 칩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한 구조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훈련 비용 산정 방식의 세부는 불분명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다”며 “하드웨어 제약을 소프트웨어 설계로 상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딥시크가 선도한 가성비 전략이 단일 기업의 성공 사례가 아닌 재현 가능한 공식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딥시크 이후 전개되는 경쟁은 ‘어떤 모델이 더 저렴한가’라는 단순 비교를 넘어 가격 경쟁력을 전제로 한 기술 진화에 방점이 찍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술 초격차를 증명하지 않는 한, 미국 기업들이 경쟁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샷AI를 비롯해 지푸AI, 미니맥스, 바이촨 등 중국 AI 기업들이 잇달아 공개형 전략을 택하며 후속 모델을 내놓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 투입과 폐쇄형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구독 수익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 진영은 기술 모방과 검열 문제를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o1' 모델을 대규모로 질의해 얻은 응답을 활용하는 ‘모델 증류(distillation)’를 했을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오픈AI 대변인은 “딥시크가 우리 모델을 부적절하게 증류했을 신호를 포착했고, 이를 미국 정부와 공유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오픈AI 역시 저작권자 동의 없는 데이터 활용 논란을 떨쳐내지 못한 만큼 중국 AI에 대한 비판이 기술 윤리 문제를 넘어 경쟁 구도 속 정치적 공세로 비화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