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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도 줄선다" AI가 불붙인 메모리 대란, PC·스마트폰 시장까지 가격 충격 확산

"애플·구글도 줄선다" AI가 불붙인 메모리 대란, PC·스마트폰 시장까지 가격 충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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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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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폭증 속 메모리 공급난 장기화, DDR5 가격 최대 4배 급등
글로벌 빅테크도 줄 서는 '공급 역전' 국면 연출
PC·스마트폰까지 직격탄, 출고가 인상·제품 출시 취소 잇따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범용 D램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공급이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이 같은 공급 절벽발(發) 가격 충격은 단순 메모리 업계를 넘어 PC·스마트폰 등 전방 시장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메모리 가격

19일(이하 현지시각) 독일의 하드웨어 전문 매체 3DCenter와 비디오카즈(VideoCardz)가 공개한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기준 독일 내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메모리(데스크톱용 20종 평균)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340% 폭등했다. 2x32GB DDR5-5600 키트 가격은 지난달 530유로(약 90만원)에서 이달 677유로(약 116만원)로 뛰었고, 2x16GB DDR5-6000 모델 가격은 지난해 7월 75유로(약 12만9,000원)에서 이달 395유로(약 67만원)로 427% 치솟았다.

DDR5 외 구형 제품의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DDR3와 DDR4 제품군의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평균 219%(약 3.2배) 올랐다. 특히 DDR5의 1월 가격 상승 폭이 전월 대비 27.6%로 다소 주춤한 반면, 구형 메모리는 46.3% 오르며 오히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3DCenter는 이를 두고 "PC를 조립하거나 업그레이드하려는 소비자에게 2026년 1월은 최악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독일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신 메모리 현물 가격 추세 보고서를 살펴보면, 1월 둘째 주(1월 7일~13일) 범용 D램 가격은 전주(2025년 12월 31일~2026년 1월 6일) 대비 최대 1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칩은 DDR4 8기가비트(Gb) 1Gx8eTT로 전주 대비 12.26% 상승했다. DDR4 1Gx8 3200MT/s 칩은 일주일 새 8.14% 상승 폭을 기록했고, DDR4 2Gx8 3200MT/s도 같은 기간 7.50%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5~60%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량 대란에 빅테크 일제히 '비상'

이처럼 메모리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모리 기업들은 AI 서버 수요를 고려해 첨단 공정 노드와 신규 생산 설비를 서버용 및 HBM 제품 생산에 우선 배치해 왔다. 메모리 3강의 생산 능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 D램 공급이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이유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업계의 고객사 대상 D램 수요 충족률은 약 60%에 그치며, 특히 서버 D램 충족률은 50% 미만이다.

공급 절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익명의 업계 전언에 따르면, 최근 구글·애플 등의 빅테크 직원들은 한국에 방문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을 순회하며 D램 공급을 요청 중이다. 일부 외신은 애플이 경기도 화성·판교 일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 인근 비즈니스호텔에 구매 담당 직원을 장기 체류시키고 2~3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메모리 수급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MS) 고위 임원진이 공급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SK하이닉스 측의 말을 듣고 격분해 회의실을 뛰쳐나갔다는 소식이 확산했다. IT업계 한 블로그 게시물에서는 메모리 칩 공급 예측에 실패해 장기 계약(LTA)을 사전에 체결하지 못한 구글이 HBM 공급 부족난에 직면하면서 구매 담당 임원을 해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PC·스마트폰 판매가 줄인상

이 같은 메모리 대란은 전방 산업인 PC·스마트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제품 가격이 줄줄이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가 이달 출시한 2026년형 LG 그램 프로 AI 16형 인텔 코어 울트라 5 모델 출고가는 314만원으로 전작(264만원) 대비 50만원 비싸졌다. 인텔의 차세대 칩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코어 울트라 시리즈3)'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북6 프로(NT960XJG-KD72G)의 출고가 역시 351만원으로 전작인 갤럭시 북5 프로(280만8,000원)보다 25% 상승했다.

2024년 이후 2년 연속 동결(울트라 모델 제외)됐던 갤럭시 S시리즈 가격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디바이스경험 부문장)은 지난 5일 미국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 현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며 “제품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10∼15%에서 현재 20%를 넘어선 상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는 이달 출시 예정이던 슬림형 스마트폰 ‘메이주 22 에어’의 출시를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취소하기도 했다. 메이주 측은 “최근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스마트폰 사업 계획에 중대한 장애물이 됐다”며 “이로 인해 메이주 22 에어의 상용 출시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메이주는 현재는 주요 스마트폰 공급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2015년만 해도 연 2,0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던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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