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운영 끝 괌 공항점 정리 수순, 롯데면세점 해외 전략 변곡점
13년 운영 끝 괌 공항점 정리 수순, 롯데면세점 해외 전략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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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단가 하락에도 비용 부담 그대로
공항 중심 확장 전략 실적 변동성↑
운영시간 단축 등 방어 움직임 확산

롯데면세점이 2013년부터 운영해 온 괌 공항점의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해외 공항 면세점 사업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도 연장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배경에는 관광객 수 회복과 달리 면세점 내 고가 상품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현실이 자리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공항 면세점 탈락이 오히려 비용 부담을 덜어준 사례가 재조명되면서 공항 입점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경쟁을 모색하는 움직임 또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관광 회복 국면 무색해진 수익성 악화
18일(이하 현지시각) 괌 현지 매체 퍼시픽데일리뉴스(GuamPDN)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3년간 운영해 온 괌 안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GIAA)점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재준 롯데면세점 괌 법인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항 당국과 계약 연장 및 갱신에 관한 논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이에 따라 괌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괌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현지에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2023년 계약 기간을 3년 연장했고, 오는 7월 20일 사업권 만료를 앞둔 상태다.
괌 공항점 철수설은 롯데면세점의 해외 공항점 전반을 향한 조정 흐름으로 읽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월에도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의 영업을 종료한 바 있다. 해당 점포는 호주 면세점 인수 당시 함께 운영하던 매장으로, 매출 규모가 작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매출 규모가 작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고, 멜버른 공항이나 브리즈번 공항 같은 큰 공항에 집중하기 위한 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괌 공항점 철수 검토 역시 이와 같은 해외 공항점 재편 흐름의 연장선인 셈이다.
괌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관광 수요 회복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난 지역으로 꼽히지만, 면세점의 핵심 수익원인 고가 상품 소비는 여전히 위축된 실정이다. 이 법인장은 항공 스케줄 문제를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괌으로 오는 항공편이 하루 6편인데, 이 중 5편이 소비 활동이 거의 없는 심야·새벽 시간대에 배정돼 있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공항을 통과하면서 여객 수 회복이 매출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괌 공항 당국의 늑장 행정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새로운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전부터 입찰 절차가 시작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과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법적 분쟁 경험이 절차의 투명성 강화로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 자체가 지연되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브라이언 밤바 괌 공항 이사회 의장은 “통상적인 절차대로 자격을 갖춘 운영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인천공항 이탈 후 ‘전화위복’
국내에서도 공항 면세점 사업권 탈락이 오히려 비용 부담을 덜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공항을 찾는 여행객 수는 날로 증가하는 데 반해 면세점 이용객 수와 매출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다. 특히 인천공항의 경우, 2023년 이후 적용된 임대료 산정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공항 면세점의 손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인천공항은 고정 임대료 대신 출국 여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객당 8,987원과 9,020원의 임대료를 제시해 10년짜리 사업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객 수가 2022년 800만 명에서 지난해 3,500만 명으로 급증하는 동안 매출은 그만큼 늘지 않았고, 임대료 부담만 급격히 확대됐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급증을 이유로 임대료 감액을 요구했지만, 공항 측은 “현 임대료는 사업자가 직접 제시한 금액”이라며 조정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점을 운영하며 월 최대 60억원 규모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외형상으로는 공항 트래픽이 늘었음에도 매출 연동 임대료 구조와 고정비 부담이 결합되며 손실이 누적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실적에 반영됐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8,502억원에도 불구하고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출 6,051억원을 기록했지만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대로 임대료 부담을 낮춘 면세점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DF5 구역 입찰 당시 객당 임대료로 1,109원을 제시해 신라·신세계의 약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매출은 2,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영업손실 또한 13억원으로 축소됐다.
심지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은 2020년대 들어 줄곧 이어지던 적자 행진을 끝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2분기 면세사업부 매출은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막대한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수익성 중심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초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해 수수료를 절감했고, 개별관광객(FIT) 및 단체관광객 중심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다각도로 영업이익 회복을 도모한 바 있다.
소비 성향 변화에 업계 촉각
공항 면세점의 손익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면세업의 경쟁 무대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먼저 변화에 뒤처진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일례로 울산 유일의 시내면세점이었던 울산면세점은 지난 14일 울산세관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하며 영업 종료를 알렸다. 해당 면세점은 한때 주류·시계 등 핵심 품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지역 거점 역할을 했지만, 외부 환경 변화와 소비 트렌드 이동을 흡수하지 못했다.
수치로 보면 변화의 속도는 한층 선명해진다. 울산면세점의 매출은 2019년 상반기 33억원에서 2020년 9억원대로 급감했고, 2024년 일시적인 반등 이후 지난해 다시 3억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과거의 판매 공식에 기반한 면세점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공항 트래픽이나 관광객 수 증가만으로 매출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가격과 품목 중심 경쟁에서도 온라인 면세점이나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형 면세점들은 오프라인 점포의 정체성을 ‘팔 곳’에서 ‘머물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명동본점 1층 ‘스타에비뉴’를 전면 리뉴얼해 K팝과 체험 요소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 등 한류 스타의 핸드프린팅과 대형 미디어월, 게임형 체험존을 전면에 배치해 쇼핑 이전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이는 면세점이 기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체험과 콘텐츠로 방문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상품과 공간 전략을 동시에 조정했다. 명동점에 K푸드와 K팝을 결합한 체험형 공간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조성하고, BTS 전용 매장과 국내 인기 디저트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K-라이프 유망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지원하는 등 면세점을 ‘통합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의 체질 전환은 면세점이 국내 소비를 넘어 해외 바이어와 관광객을 잇는 중간 거점으로 역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 구성의 이동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매출을 떠받치던 중국 따이궁은 크게 줄어든 반면,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이동하는 FIT이 새로운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같은 로컬 매장을 먼저 찾는 경향을 보인다. 면세점이 명확한 차별 요소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소비 동선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오프라인 면세점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서 ‘왜 들러야 하느냐’로 이동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