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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부담 속 연초부터 위축된 회사채 시장, 겹악재 짊어진 BBB급 비우량채 '직격탄'

금리 부담 속 연초부터 위축된 회사채 시장, 겹악재 짊어진 BBB급 비우량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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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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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급 비우량채, 연초 공모 회사채 시장서 존재감 미약
투자자 경계·하이일드 약화 등 악재 누적되며 수요 기반 무너져
고금리에 채권 발행 미루는 기업들, 양극화 넘어 침체 본격화

BBB급 비우량채가 연초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가 심화한 가운데, 하이일드 펀드의 영향력까지 약화하면서 BBB급 채권 수요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고금리 부담 속 채권 발행을 미루는 기업들이 증가하며 불확실성이 큰 비우량채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외면받는 구조가 공고해지는 추세다.

외면당하는 BBB급 비우량채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BBB급 기업 중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운 곳은 한진(BBB+)과 SLL중앙(BBB)뿐이다. 통상 연초는 기관 투자가의 자금 집행 재개와 맞물려 회사채 발행이 집중되는 시기임에도 불구, BBB급 기업들이 좀처럼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에는 한진(BBB+), 두산(BBB), HL D&I 한라(BBB+), JTBC(BBB), 한화오션(발행 당시 금리 BBB+·현재 A-), AJ네트웍스(BBB+), 이랜드월드(BBB) 등 다수의 BBB급 기업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성공적으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바 있다.

BBB급 기업들이 몸을 움츠린 것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한 이후 비우량채에 대한 시장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행사 보류 사태가 겹치며 고금리 비우량 채권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커졌고, 고금리 BBB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개인 투자자 규모도 급감했다. 금융정보업체 KG제로인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외채권시장 내 개인투자자 채권 잔고는 51조9,043억원으로 2024년 말 53조3,472억원 대비 1조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하이일드 펀드의 시장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점도 악재다. 하이일드 펀드는 지난 2014년 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과 회사채 시장 양극화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BBB등급 이하 비우량채 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지난 2024년 말 종료되며 펀드 설정액이 급격히 감소했다. 하이일드 펀드의 BBB급 이하 채권 소화 비중은 2024년 말 32.6%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28.2%로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시장 양극화 흐름 두드러져

이 같은 상황 속 비우량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A급 이상 기업 회사채와 BBB급 기업 회사채의 수요 양극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A급 회사채의 수요예측 미매각 금액은 3,240억원으로 지난해(6,08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A급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7.88대 1로 AA급(6.88대 1)을 웃돌았다. A급과 AA급 회사채가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A급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특히 뚜렷하게 개선된 것이다. 금리 인하로 상위 등급의 금리 메리트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A급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비우량등급에서는 미매각 사례가 잇따랐다. SLL중앙(BBB0)은 지난해 9월 1년물 3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고, 이랜드월드(BBB0) 역시 2월과 8월에 연속으로 미매각을 기록했다. 롯데건설(A0)과 CJ CGV(A-)는 각각 1,000억원 규모 발행을 시도했으나 전량 미매각됐다.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성공을 거둔 BBB급 종목은 두산퓨얼셀(BBB), 한진(BBB+), 케이카캐피탈(BBB) 등 일부뿐이었다.

이처럼 직접금융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구조화 금융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A급 이하 신용등급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당좌수표 유동화 등을 통한 대체 자금 조달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BBB급 기업들의 공모채 자금 조달 난이도가 급격히 뛰었고, 구조화 금융을 시도하지 않던 기업들이 매출 채권 등을 기반으로 한 자산 유동화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한동안은 구조화 금융이 BBB급 이하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국내 채권 시장 심리 '먹구름'

올해 들어서는 단순 비우량채를 넘어 채권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 1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이달 종합 채권시장 체감지수(BMSI)는 99.9로 전월(103.2)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BMSI는 기준선(100)을 웃돌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밑돌면 채권 시장 심리 위축을 의미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채권 시장 전반의 심리가 전월 대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증권업계에 의하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기업은 16곳이며, 발행 규모는 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23개 기업이 12조2,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수준이다. 시장이 경색된 핵심 원인으로는 갑작스러운 채권 금리 상승이 지목된다.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3%에서 이달 3.46%로 상승했다. 대기업이 5,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약 23억원 증가한 셈이다.

다만 금리 전망에 대한 시장 심리 자체는 크게 개선됐다. 다음 달 금리 전망 BMSI는 144.0으로 전월(107.0) 대비 37.0포인트 상승했다. 실물 경제 회복 모멘텀이 제한적인 가운데,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공개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금리 하락 기대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 결과 금리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는 55%로 전월(28%) 대비 27%P 증가했다. 금리 보합 응답 비율은 34%로 전월(51%) 대비 줄었고, 금리 상승 응답 비율도 11%로 전월(21%) 대비 10%P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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