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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환율·내수 충돌 속 첫 금통위 앞둔 한은, 기준금리 동결에 쏠린 시선

집값·환율·내수 충돌 속 첫 금통위 앞둔 한은, 기준금리 동결에 쏠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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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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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책 재확인 가능성 높아
“올리자니 내수, 내리자니 자산”
기준금리 단일 해법 한계 노출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자산시장 부담은 완화적 결정을 제약하는 반면, 내수와 고용 지표는 긴축을 감당하기 어려운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노동 단가가 낮아지고 자본이 일부 자산과 산업으로 집중되면서 금리 조정이 소비와 고용으로 전달되던 기존 경로도 약해졌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번 금통위 역시 향후 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회 연속 동결 전망 지배적

12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5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로,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7월부터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된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은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자산 과열 신호가 뚜렷할 때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조절하고, 경기 둔화나 내수 위축이 심화할 경우엔 금리를 낮춰 수요를 떠받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시장은 금리 조정 여지가 여전히 좁은 만큼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자산시장, 경기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의 신호를 동시에 보내는 탓이다. 지난 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57.6원을 기록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한때 1,420원대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새해 들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며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환율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준금리 조정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정책 판단에 직접적인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은의 내부 신호 역시 금리 동결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한은은 이달 초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동결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책 기조를 단기간에 전환하기보다는 환율과 자산시장,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현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이번 금통위 회의가 한은 정책 방향의 전환점이 되기보다는 기존 정책 스탠스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여건도 금리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두바이유 선물가격은 지난해 9월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이달 9일 배럴당 61.02달러까지 하락했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의 전제로 제시한 평균 유가 62달러를 이미 밑도는 수준이다. 유가 하락은 수입물가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금리를 추가로 낮춰 물가를 자극할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줄인다. 환율 등 부담은 남아 있는 반면, 물가 측면에서는 긴급한 완화 신호가 약해진 상황이 겹치며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금리 인상·인하 주장 혼재 배경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시장에서는 금리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졌다. 그 배경에는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이 자리한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5,925만원으로 1년 전(5,001만원)과 비교해 900만원 넘게 뛰었다. 강남구의 3.3㎡당 매매가격은 1억2,28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1억1,176만원)와 송파구(9,039만원) 등도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강북구(2,877만원)와 도봉구(2,708만원) 등은 평당 2,000만원대에 머물렀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자산 가격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통화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와 자산가들만 거래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핵심지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수요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시장 참여자는 긴축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집값 급등 문제가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이끈 것이다. 

반대로 내수와 고용 여건은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신년사에서 언급한 ‘K자형 회복’은 현재 경제 상황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총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수출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내수와 고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 IT 부문을 제외하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4%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작금의 수출 호조는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성장률 숫자와 체감 경기가 괴리되는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내수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은이 분석한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수출은 지난해 1분기 -0.3%p에서 2분기 2.0%p, 3분기 0.7%p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민간소비 기여도는 1분기 -0.1%p, 2분기 0.2%p, 3분기 0.6%p 수준에 머물렀다. 3분기 수치에 7월과 9월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의 자생적 회복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수출이 성장을 끌어올리는 동안 내수는 뒤처지는 구조가 굳어진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부담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에 근접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고환율은 시차를 두고 식료품과 에너지 등 필수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질 구매력을 잠식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소득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이 47.3%로 전년(46%) 대비 1.3%p 상승하고, 소득이 낮은 1분위부터 4분위까지 나머지 80% 가구의 자산 점유율은 일제히 감소했다. 이처럼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은 내수 위축과 사회적 부담을 증폭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정책 조합 필요성으로 논의 확장

통화정책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데는 AI 확산과 함께 나타난 노동 시장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자동화와 생성형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단순 반복 노동은 물론 중간 숙련 노동의 단가까지 빠르게 낮아졌고, 임금 상승을 통해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던 기존의 성장 메커니즘이 약화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그 과실이 임금과 고용으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으면서 소득 증가가 일부 고숙련·자본 보유 계층에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노동 단가 하락과 소득 편중은 금리 조정이 소비와 투자로 전달되는 경로를 왜곡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은 광범위한 소비나 설비 투자로 확산되지 않고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일부 자산군으로 집중되는 흐름을 보였다. AI 혁신의 수혜가 특정 산업과 기업, 계층에 몰리면서 자산 가격은 실물 경기 흐름과 점차 분리됐고, 주택과 주식 시장에서는 소득 수준과 무관한 가격 상승 압력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자본이 생산과 고용을 거쳐 순환하기보다 자산 내부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자산 가격을 자극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환경이 형성됐다.

금융 억압과 확장 재정이 결합한 글로벌 정책 환경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화했다. 많은 국가가 명목 성장률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재정 지출을 반도체·AI·인프라 등 전략 산업에 집중했다. 이 같은 완화적 금융 여건 속에서 공급된 유동성은 정책 수혜 산업과 대기업, 그리고 해당 산업과 연계된 자산에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금리 조정이 소비 전반을 균등하게 조절하던 기존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하위 계층의 실질 소득과 소비 여력은 개선되지 않는 초양극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기준금리라는 단일 수단으로 자산시장 안정과 내수 회복, 환율 관리까지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금리를 낮추면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내수와 고용이 먼저 위축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화 및 AI 혁신과 초양극화가 결합된 오늘날의 경제 구조에서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단절되거나 왜곡되기 십상이며, 그 결과 정책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리만으로 시장의 모든 변수를 제어한다는 그간의 전제가 무너지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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