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채용에 역성장한 수출까지, 韓 경제의 구조적 한계 '경고등'
얼어붙은 채용에 역성장한 수출까지, 韓 경제의 구조적 한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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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반기 연속 채용 감소, 중소기업 고용 위축은 심화 수출 7,000억 달러 달성했지만 반도체 쏠림 현상 여전 中 공세에 제조업 체력 약화 우려, 기업 구조조정 시급

국내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이 6개 반기 연속 감소하면서 고용 시장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수출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이른바 ‘수출 빅3’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성장에 가까워 산업 전반의 체력은 오히려 약화된 모습이다. 특히 제조업은 내년에도 중국의 공세 속에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체질 개선과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구인과 채용 동시에 줄면서 고용 시장 침체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중 국내 기업이 계획한 채용 인원은 32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만4,000명(11.7%) 감소했다. 채용 예정 인원 감소세는 2023년 상반기 이후 6개 반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감소 폭은 지난해 하반기 한 차례 축소됐으나, 올해 상반기 이후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에 공개한 노동력 조사는 지난 10월 1일 기준으로 국내 5인 이상 사업장 7만2,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기업들이 현재의 경영 여건이 어렵거나, 향후 개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구체적인 신호는 ‘부족 인원수’에서 확인된다. 부족 인원수는 경영을 위해 기업이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인력 규모로, 통상 경기가 개선되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 전망이 밝아 투자를 늘리면 실제 채용보다 필요 인력의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부족 인원수를 보면 2023년 하반기 38만5,000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30만8,000명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특히 중소기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채용 계획 인원은 1년 전보다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이 9.2%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3분기 구인과 채용 인원도 각각 8.4%, 7.3% 줄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구인이 늘어나면서 미충원이 줄면 긍정적인 신호지만, 구인과 채용이 동시에 줄어 미충원이 감소하는 것은 경기 부진을 의미한다"며 "300인 이상 사업장은 그나마 괜찮은데, 300인 미만 사업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4개만 플러스 성장
한국 경제의 그늘은 수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약 1,015조원)를 달성했지만,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역성장에 가깝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이른바 '수출 빅3'를 걷어내면 한국 산업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누적 수출액은 4,875억 달러(약 706조3,000억원)로 오히려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올해 수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컴퓨터에 불과하다. 주력 3대 품목을 제외하면 올해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7% 줄어든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산업활동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산업생산 지수는 112.9(2020년=100)로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2020년 2월(-2.9%) 이후로 최대 감소 폭이다.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는 반도체 생산이 한 달 새 26.5% 급감한 영향이 컸다. 전월(9월) 반도체 생산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물량지수가 낮아진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통계적 착시가 반영된 수치지만,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 역시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선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 제조업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중 관세 전쟁 이후 수출 대상국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제조업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 등 경쟁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중국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미 수출 감소분을 미국 외 국가로의 수출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좀비기업 퇴출 시 GDP 0.4~0.5% 높아져
기업의 체질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한은은 지난달 공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보고서에서 부채가 누적된 한계기업(좀비기업)의 퇴출을 통해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을 맞았던 2014~2019년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이 완화된 2022~2024년, 이 두 시기에 고위험기업이 퇴출되고 정상기업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면 국내 투자는 각각 3.3%, 2.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역시 2014~2019년 0.5%, 2022~2024년 0.4% 높아졌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 퇴출 규모는 이러한 잠재치에 크게 못 미쳤다. 2014~2019년 고위험기업은 전체 4% 수준이었으나, 실제 퇴출된 기업은 절반인 2%에 그쳤다. 2022~2024년에도 고위험기업 비중은 3.8%로 비슷했으나, 정리된 기업은 0.4%에 불과했다. 위기 때마다 정부의 금융지원과 정책자금이 한계기업에 집중돼 구조조정이 지연된 결과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폐업률이 상승하며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빠르게 교체된 반면, 한국은 기업 퇴출이 더뎌지거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명목 GDP 기준으로 환산하면 10조원 정도의 성장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은 연구진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200여 곳을 분석한 결과도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대형 기업 2~3곳의 투자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투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투자 위축의 원인은 유동성 부족, 담보 한계와 같은 금융 제약보다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기존 기업을 대체하고, 기존 기업도 생존을 위해 혁신에 나서는 경쟁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며 "개별 기업을 연명시키는 지원보다 생산성과 혁신에 기반한 역동성 회복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