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보다 공정”, 희토류 시장 움직이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
“광물보다 공정”, 희토류 시장 움직이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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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매장량·공정 기술 이중 지배
기초 화학 등 후방산업 장기 육성
환경 규제 엄격할수록 진입 장벽 ↑

세계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인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이 매장량 싸움을 지나 다음 단계로 돌입한 모습이다. 현시점 중국은 풍부한 자원 보유는 물론 채굴 이후 이어지는 정제·분리 공정을 장기간 축적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단단히 쥐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쌓아 온 설비 운영 등 노하우가 희토류 정제 과정에 활용되며 산업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은 환경 규제와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 속에서 공급망 재편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자원 보유국에서 공정 지배국으로
30일(이하 현지시각) 광공업 전문 매체 디스커버리얼럿에 따르면 최근 세계 희토류 시장은 매장량의 극심한 불균형과 정제 과정에 숨겨진 병목 현상으로 시름하고 있다. 희토류 공급망의 숨통을 조이는 지점은 광물이 아니라 이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화학(Chemistry)’에 있으며,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으로서 위상을 갖추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희토류를 분리하는 데 필요한 특수 화학물질 공급망은 이미 중국이 장악한 상태”라며 “이를 통해 세계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짚었다.
실제 희토류는 채굴 이후 단계에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원소 17종의 화학적 성질이 매우 유사해 분리와 정제에 고도의 정밀 화학 기술이 필요한 탓이다. 대표적 분리 방식인 용매 추출 공정은 최소 200단계를 거쳐야 원하는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염화암모늄과 옥살산 등 다수의 화학 물질이 필수적으로 투입되는데, 이들 시약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제 능력 자체가 무력화된다. 공정 기술과 시약 조달 능력이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중국은 여러 각도에서 희토류 지배력을 완성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분석에서 2023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9,190만 톤 가운데 중국은 4,400만 톤으로 약 48%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의 우위는 매장량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희토류 정제에 사용되는 염화암모늄의 전 세계 수출량 가운데 약 85%를 공급하고 있으며, 침전제인 옥살산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인다. 이처럼 매장량과 정제 공정을 동시에 쥔 덕분에 중국은 원광 채굴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이 같은 경쟁력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 중국은 1960년대 미국의 희토류 채굴·정제 현장을 직접 학습한 뒤 값싼 전기요금과 완화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자국 내 희토류 관련 기업을 빠르게 늘렸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국유화를 통해 수십 개로 난립하던 업체를 ‘빅 식스’로 통합하고, 다시 북방희토와 중국희토 중심의 체제로 압축하면서 공급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중국이 단순 자원 보유국을 넘어 공정 지배국으로 거듭나는 토대가 됐으며,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는 사실상 ‘이중 족쇄’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석유화학 과잉 생산이 만든 역설
희토류 정제 경쟁력의 또 다른 배경에는 중국이 장기간 육성해 온 석유화학 중심의 후방 산업이 있다.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공격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 기간 전 세계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56%, 프로필렌은 78%에 달했다. 비닐봉투와 인조 가죽,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각종 합성수지 생산설비에서도 중국 비중은 최대 85%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에틸렌 100% 자급”을 목표로 내걸고 설비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문제는 공격적인 설비 증설의 결과 중국 석유화학 산업이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5,400만 톤으로 수요를 약 900만 톤 웃돌았고, 올해 역시 생산능력은 5,500만 톤으로 늘어난 데 반해 예상 수요는 4,800만 톤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곧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영업수익은 16조2,800억 위안(약 3,370조원)으로 2020년 대비 46.9% 증가했으나, 글로벌 공장 가동률은 80% 아래로 떨어졌고 이익률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다만 석유화학 분야의 과잉 생산능력은 역설적으로 희토류 정제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요구되는 고순도 분리와 연속 공정 자동화, 원가 절감 노하우는 희토류 정제의 핵심 기술 요소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특히 희토류 분리에 필수적인 용매 추출 공정은 반복적이고 장시간에 걸친 화학 반응 제어가 필요한데, 이는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를 운영하며 축적된 기술력 없이는 구현이 어렵다. 여기에 중국이 희토류 정제 과정에 필요한 각종 화학 시약과 설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 역시 석유화학 산업 전반을 통해 형성된 후방 지원 능력이 있었던 덕분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기술·환경 비용·사회적 합의’ 삼중 과제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과 호주, 유럽 등 주요국이 추진하는 희토류 탈중국 전략의 핵심 또한 정제·가공 공정 역량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 예다. 미국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은 상업적 채굴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분리·정제 단계에서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에 미국 정부 희토류 정제와 영구자석 생산을 국방 공급망 핵심 요소로 분류하고, 민간 기업의 공정 기술 투자와 설비 구축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섰다. 광산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정책 전환에 반영된 셈이다.
이러한 인식은 주요 희토류 공급국으로 자주 언급되는 호주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광산 기업 라이너스 레어어스는 마운트웰드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이를 말레이시아 쿠안탄 분리정제 공장으로 옮겨 산화물 형태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 환경 인허가와 주민 반발로 정제 설비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 같은 채굴과 정제의 지리적 분리 구조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정제 설비가 위치한 국가의 환경 규제와 지역 사회 수용성이 공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드러낸다.
유럽 또한 비슷한 제약 속에서 탈중국 전략을 모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희토류를 전략 원자재로 지정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엄격한 환경 규제와 폐수·방사성 부산물 처리 기준이 자리 잡고 있어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잇따라 발표되는 희토류 광산 개발 프로젝트 역시 실제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제·분리 공정의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유럽은 단기간 내 자체 정제 역량을 구축하기보다는 중국 외 지역에서 정제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과도기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주요국이 직면한 과제는 지하자원 확보보다 정제·가공 공정 역량을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로 수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경 오염과 지역 사회 반발, 높은 비용 구조라는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 공정 역량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하고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탈중국 전략의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긴 시간과 복합적인 조정이 요구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